스토너 - 존 윌리암스, 타인의 삶에 비추어 보는 나의 삶

 스토너, 스토너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 스토너 봤어? 나 요즘 스토너 본다. 하는 말들을 주변에서 듣기 시작하면서 무슨 인문자기계발 베스트셀러나 되나보다 했더니, 소설이었다. 그것도 1965년에 나온 오래된 소설이다. 이렇게 오래된 소설을 주변에서 먼저 재밌다고 소개해주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었다. 인터파크를 둘러보다 스토너 초판 양장본이라는 문구를 보고 눌렀는데 겨자색 표지가 너무 예뻤다. 

 

 

 

 

 작가는 존 윌리엄스, 위키백과에는 한국인 사진이 떡하니 올라가 있는데 국내 유명한 비평가의 사진인듯 하다.  존 윌리엄스는 1922년 출신의 작가이자 대학교수로 덴버대학에서30년간 문학,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또한 2차세계대전에 미 공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스토너는 그의 세번째 소설로 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50년 뒤  주목받게 된다. 

 


 

 책소개를 보면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같은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책을 읽어보면 저게 무슨소린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라는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소개한다고 생각했다. 책은 스토너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어릴적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가서 문학을 만나게 되고 대학에 헌신하는 한 인물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되어 있다. 어찌보면 단조롭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묘하게 공감이 된다. 스토너에 대한 공감에서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라는 말이 나온듯 하다.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 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은 불곷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번역 때문인지, 원작자의 문장력 덕분인지 엄청난 흡입력을 지니고 있었다. 두깨가 꽤 두꺼운 편인데 이틀만에 다 읽었으니, 거의 무협지가 읽히는 속도로 읽혔다. 내가 빨리 읽었다고 주변에 말했더니 주변에서 재밌냐며 무슨 내용인지 물었다.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선뜻 이게 무슨 내용이다 라고 답하기가 애매했다.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야.'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 이게 스토너를 소개할 수 있는 내 최선이다. 책을 덮었을 때 나는 내가 아닌 스토너의 삶을 대신 살아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헤르만 헤세가 떠올랐다. 두 작가는 자전적인 이야기 담은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켰고, 그 인물의 일생을 다루고 있고, 전쟁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싯타르타나 크눌프를 읽었을 때 감정이 떠올랐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본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삶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느낀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더 돌아보게 한다. 

 


 

 좋은 책이다. 어렵지도 않다. 정말 술술 읽히고, 별 내용이 아닌데 큰 의미를 준다. 스토너의 삶 속 실패와 성공속에서 독자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스토너는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인생의 목적에 대해 떠올려 보도록 독자에게 숙제를 내준다. 참 친절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리고 어떤 기대로 살고 있을까. 

 

 누군가 요즘 읽을만한 책 없어? 라고 묻거나, 문학을 읽고싶은데 추천좀 해줘. 라고 물어 본다면 망설임없이 최우선으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아직 안읽어 봤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끗- 

 

+ 오랜만에 실물책을 읽어서 너무 좋았다. 

++ 이북 팔아버릴까 싶다. 

+++ 책 표지가 진짜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