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 전성태, 경계에서 충돌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의 욕망

#블랙코미디

'경계에서 만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욕망의 블랙 코미디' 이 책을 나름 한줄로 표현해본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부제를 아주 그럴듯 하게 뽑은거 같다. 사실 아리송 하지만 나는 소설을 읽고 이렇게 느꼈다.




#받아드리는 건 독자의 몫

 작가가 무엇을 써내려갔건 결국 받아드리는 독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한국소설을 리뷰할땐 굉장히 조심스럽다. 내 지극히 사적인 리뷰를 작가가 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면 아찔하다. 이런 상상 후에는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함에 빠지기도 한다. 


 보통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에는 친절하게도 다른 누군가(동료작가)께서 해설이라고 해서 뭔가 멋진 말들로 소설집 전체를 훑어주거나, 문단, 문장 단위로 나누어서 이 소설이 왜 대단한지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알려주곤 하는데, 이 소설집은 해설을 봐도 뭔가 아리송했다. (해설이 안 좋다는게 아니라 내가 무지몽매하다는 이야기)



#작가 전성태

 오늘 리뷰는 읽기까지 여러 사건이 있었던 한국소설 <늑대>다. 작가는 전성태. 1969년생, 전남 고흥출신인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매향>과 <국경을 넘는 일>이 호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리얼리즘, 민족문학, 농민문학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소개되곤 한다. 


  <늑대> 는 창비에서 출간된 책이다. 인터파크에서 주문했다. 아무것도 없던 책 표지는 뭔가 독특하다 라고 생각했다. 책을 열었는데 인쇄가 거꾸로 되어있었다. 후 가공과 제본이 잘못된 것. 당혹스러움을 참고 교환요청을 했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아마 가지고 있던 재고들이 전부 잘못 인쇄 되었던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 2-3주 정도 지나서 다시 배송이 되었다. 읽는덴 3일 정도 걸렸다. 읽기로 결심하고 결국 한달정도 걸린 셈이다. 


#<늑대>소설집의 구성

 소설집은 10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인 <늑대>는 몽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사냥꾼과 늑대의 사투를 그리는 듯 하다가, 느닷없이 개인의 욕망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늑대를 쫓는 과정에서는 <모비딕>이 떠올랐으나 후반부 이야기가 전환되는 시점에서 완벽하게 다른 장르의 소설로 전환된다. 표제작<늑대>는 시사하는 바는 많았으나 굉장히 많았으나 내가 느끼기엔 생소한 구성의 소설이라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소설집 10편의 이야기중 6편의 이야기는 작가가 몽골에서 생활한 6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제 3지역에서 조국의 분단을 신선하게 다루는데 어찌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씁슬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불합리함 이라고 생각한다. 이 불합리함은 태생이라던가, 사회적인 위치, 빈부격차, 강요받는 타인의 욕구 등 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 막막한 답이 없는 불합리함을 주인공에게 강제로 겪게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코리안쏠저>에서는 말이 통하지 많는 몽골인들에게 허세를 부리던 주인공, <아이들도 돈이 필요하다>에서  줏은 돈을 써버리고 주인에게 그걸 호기롭게 갚겠다고 소리치는 초등학생, <이미테이션>에서 순수 한국인이지만 혼혈아 처럼 생겼단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당해 미국으로 건너간 주인공이 위에서 언급한 거부할 수 없는 불합리함을 경험하는데 이 과정들이 굉장히 코믹하다. 찰리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말이 이 소설집에 딱 어울린다.  



 작가는 몽골이라는 개발 중인 과도기에서 오는 혼란을 잘 이용하여 특수한 사회적 조건에 등장인물들을 던져놓고 그 속에서 개인들이 겪는 갈등을 다양한 형태의 모순과 역설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이라 좋았다. 구수한 사투리가 나오는 정겨운 농촌을 배경으로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소설집 절반이 먼 몽골의 이야기지만 대단히 향토적인 이야기들이다. 


 "아휴, 밥맛이야. 저게 단순히 직업적 습관인 줄 아세요? 단어장을 만들어서 피나게 노력해서 만든 비즈니스 언어라고요. 그래봤자 나한테는 우리말에 있는 '거시기'하고 똑같이 들리지만. 참 엘레강스하고 .... 이말이나, 참말로 거시기하고 .... 이 말이나 뭐가달라요. 원장이 쓰는 콩글리시를 거시기로 다 바꿔봐요. 못 알아먹는 말 하나 있는가, 칫."


 뭔가 색다른 한국소설을 찾는다면 전성태 작가의 <늑대>를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몽골이라는 이국에서 만나는 다분히 한국적인 소설이다. 소설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