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 '무늬' 4호선 수유역 #4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4번째 시 <무늬>입니다. 



#시인 이시영


한국리얼리즘 문학의 산 증인, 이시영 시인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제3회 신인작품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하였습니다.


수많은 국내 문학상(정지용 문학상, 동서문학상 등 ) 에서 수상하고,  시집과 산문집을 발표 했습니다. 


시인은 초기 산업화에 대응하는 전남구례의 농촌적 서정, 공동체 정서를 간직한 고향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이야기시 라는 하나의 장르를 탄생 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산업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황폐해진 고향 공동체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70-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시를 발표했습니다. 


90년대 접어들며 당대의 트렌드에 반하는 밀도 높고 짧은 시를 선보였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산문시를 발표했습니다 .


출판사 <창작과 비평>의 편집자에서 대표이사까지 거치며 수많은 문인들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작품활동을 하였습니다.


최근 SNS을 통해 관습적으로 시집을 발표하는 시인들을 비판하였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지 못한다면 시인도 은퇴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곧 70세가 다가오는 시인의 이런 기백은, 본인을 포함한 한국의 시인들의 좋은 성장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늬

<수유역, 무늬>



무늬

 이시영             

나뭇잎들이 포도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

저 잎새 그늘을 따라 가겠다는 

사람이 옛날에 있었다.



 <무늬>는 94년 발표된 시집입니다. 한정적인 삶에 대한 시인 자신을 위한 시를 써보고자 했던 시인은 타인의 시에서 멀어져 스스로를 관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발견한 짧고 함축적인 시는, 본래 나뭇잎 아래 열리는 포도송이를, 나뭇잎이 포도송이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는 시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나뭇잎 아래의 포도송이는 나뭇잎이 지켜야할 소중한 것이고, 그 잎새 그늘을 따라가겠다는 옛날 사람은 또 다른 포도송이 위에 내려앉을 생각인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게 시인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옛날사람은 제가 좋아했던 그리운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시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함축적인 시는 다양한 의미로 다가와서 좋습니다.

 극도로 함축적이고 짧은 시가 출근길 눈에 들어와 급하게 포스팅 했습니다. 덥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무늬와 같은 짧고 그리운 시 한구절로 여유를 찾아,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하철시 4번째 포스팅 <무늬>였습니다.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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