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 '나를 위로하며' 2호선 합정역 #5

안녕하세요 시 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5번째 시 <나를 위로하며>입니다. 


#시인 함민복

오늘의 시는 함민복 시인의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전업 시인으로 활동하는 몇 안되는 시인 중 한명인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주에서 태어나 1988년 등장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유명한 대표적인 시는 눈물은 왜 짠가가 있습니다.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수록되어 낭독된 바 있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눈물은 왜 짠가를 한 번 읽어보시면 시인의 감성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알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이 가슴을 울리는 시는, 함민복 시인의 대표작이자 시인을 잘 표현하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그의 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둥글고 담담한 언어로 표현하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나를 위로하며



나를 위로하며는 회식이 끝나고 적당히 취기가 올라 집으로 가던 길 합정역에서 마주한 시입니다.

 

나를 위로하며

함민복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나를 위로하며는 불안정한 비행을 나비가 꽃을 찾아 앉는 모습을 보며, 지금 자신의 마음이 나비의 날개짓처럼 불안하지만, 결국엔 꽃송이에 다다를 거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입니다.

 

술을 제법 마셔서 그런가 이 짧은 시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스스로를 위로 해본적이 있던가, 요즘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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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