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 '홍시'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6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6번째 시 <홍시> 입니다. 







#시인 박준영

유명 방송국의 PD로 시작하여 본부장, 방송위원장까지 역임한 시인의 이력은 다른 시인들과는 조금 행보가 다릅니다. 



이제는 80에 가까워진 1940년대 생인 시인은 최근까지도 작품을 내놓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PD 시절부터 <우주소년 아톰>, <개구리 왕눈이>, <짱가> 등 40여편의 TV만화영화 주제가 작사자로 우리에게는 의외로 친근한 시인입니다.


시인의 독특한 경력 때문인지 그의 시에는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살만치 살았는데도 변변히 한 일도 없고, 남의 말이나 받아 적고, 딱히 내 주장도 없다. 남의 글에 밑줄이나 짜아악 긋고, 시간이나 메꾼다. 배울 만치 배웠는데도 여문 것도 없고, 할 것도 별로 없다. 내 인생이 없는 쭉정이 이력서다. 막판에 허한 가슴을 다독이려 시라는 걸 쓰는데... 이런, 오늘도 딸랑 계란 한 개를 올려 놓고 이 우주를 그려 보라니 4B연필 잡았던 손까지 모아 계란을 감싸주고 감싸주니 비약(非弱) 병아리로 깨어나 고맙다고 비약거린다. 하마터면 핏줄 없는 인공부모를 둘 뻔 했다고 다시 비약(飛躍)한다.”


 "시를 쓴다는 일이 쓸개를 물고 웃는 얼굴을 지으며 가는 길", " 지친 가슴 어루만져줄 시 한 편 제대로 쓴 적이 없는 내가 시인이란 명함을 내밀기도 한다. 영화관에서 팝콘 한 통 살 돈도 안 나오는 시를 생명처럼 부여잡고 사는, 이게 나요 내 인생이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가는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주는 나에게 감사드린다"





#홍시 


홍시


박준영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 홍시 하나


제 색깔 못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시 홍시는잘익어 떨어지는 홍시를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인이 가슴 철렁했던 것 만큼 빨갛게 익은 색을 못이겨 떨어지는 홍시는 우주를 담고 있습니다. 홍시를 익게 한것은 우주를 삼킨 가을입니다.


어느덧 찾아와 시인이 놀라게 툭하고 홍시를 만들어낸 가을, 자연의 섭리를 갑작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높아진 하늘, 선선한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 걷기 좋은 날씨입니다. 

어느덧 찾아온 가을을 만끽하며 시집 한편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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