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과에 가기 싫다. 치과의 공포

치과에 가기싫은 일기


치과란 공포의 장소다. 

일단 치아가 아프기 시작하면 덜컥 겁이난다. 

 아픔에서 오는 통증도 통증이거니와 통증과 치과에 가야한다는 공포 그리고 수반되는 지출과 시간소모가 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치과에 가야한다는 공포는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니다. 치과에 가면 일단 치과의사를 만나기 전에 간호사와 간단한 이야기 후 엑스레이 온갖 치아사진을 찍게 된다.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를 묻기보단 우선 견적을 뽑고 보는 것이다. 


<여기 저기 그리고 저래아래 위에 3,4,5 번이 썩었습니다>


 사람을 견적으로 보는 무서움!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위험한 치료는 대학병원을 가라고 안내 해주는 것인데, 거의 돈이 안되면서 위험해 보이는건 전부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 같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것도 참 뭣같은데, 왜냐면 대학병원에서도 수술하다 잘못되면 병원은 책임없단 식의 각서를 쓰고 시술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아파서 방문했기 때문에 아픈 부위의 치료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입은 벌리라고 계속 아-하세요 라고 외치고 턱은 아프다. 이름 모를 기계가 입안을 들날락하고 입안에선 끼익거리는 괴음이 들린다. 뭔가 갈리는 소리도 나고 우직끈하는 소리도 나고 기계의 진동이 턱에 느껴질 때면 뒷골이 서늘해 지기도 한다. 


<날 죽일 것 같은 도구들>


 뒷골이 서늘해 지는 건 비단 치료에서 오는 공포뿐만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지출 또한 공포다.  동네 병원을 가게 되어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의사는 갑자기 자동차 딜러가 되어 카달로그를 꺼내들고 F사의 치아로 튜닝을 하면 10년간 무사히 등갈비를 뜯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B사의 치아로 하면 치아의 광택이 매력적일 것이며  C사의 치아는 보험이 되지만 F사의 치아에 비하면 절대 좋은 치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내뱉고 특유의 하얀 미소를 짓는다. 


<여기보시면 이 제품이 100년은 사용 가능..>


 그리고 말미에는 내가 가장합리적인 선택(최소 B사 제품)을 하지 않으면 모든 치아가 뽑혀나갈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럼 내 치아들은 폐차 직전의 자동차 처럼 고장난 엔진을 부들부들 거리며 내 통장잔고를 걱정하고 나는 일순간 고민에 빠진다. 치아 제품 소개보다 짧은 진료가 끝나면 수납하기 전에 실장님을 만나라고 한다. 


세상엔 많은 실장님들이 있는데, 피부과 실장님과 치과 실장님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치를 가진 설득의 대가들>


 코디네이터라고도 세련되게 불리는 그녀들은 가히 이빨의 달인다. 말을 그렇게 잘 달리게 잘 할 수가 없으며, 세상에 그 많은 치아정보들은 의사도 아닌 그녀들이 줄줄줄 읊고 있는걸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결국엔 앞서 의사가 소개한 F사의 치아는 자신이 지금 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15%로 할인해주겠다고 선심쓰듯 이야기한다.


 여기서 실장님들의 말빨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오! 15% 현금으로 하면 좀 더 싸게 될까요? 하는 나도 거래는 한 거래하지라고 의기 양양해하며 현금을 가져다 바치는데, 사실 이러나 저러나 100만원이냐 90만원이냐 차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다. 내가 왼쪽 아래 어금니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부터 내 구강에 있는 모든 충치를 철저하게 조사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병원 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걸리고 정작 아픈 어금니의 경우 신경과 다아있으니,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특히 잘한다는 전체 충치 치료는 최소 4-5번은 방문해야 한다.


<치과가는 시간 젤 아까워..>


 어쨋든 결국에는 나는 모든 유혹들을 물리치고, 그냥 이미 폐차 직전이 되어버린 나의 치아를 부여잡고 아픈부분만 치료를 받은 뒤 도망치듯 치과에서 빠져나오는데 그 기분은 정말 물에 젖은 스폰지 마냥 꿀꿀하다. 


 비싼 치료비에, F사의 치아를 해주지 못하는 내 치아들에게 미안함이 느껴져서 일까. 

오늘밤은 양치를 좀 더 신경써서 해보기로 한다.


<있을 때 잘하자!>


치과는 정말 끔찍한 곳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