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대해

 가장 최초로 죽을 뻔한 기억은 자전거에 한창 재미가 붙었을 때다.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고흥의 한적한 마을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다. 이모부의 먼 친인척집에 놀러가 그 집 아이의 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웠는데 보조바퀴가 하나 없는 아이용 자전거였다. 당시엔 겁없이 타다가 크게 넘어져 무릎이 깨졌는데 결국엔 재미있게 탔다. 


 만약 지금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라고 했다면 그때 만큼의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첫 자전거는 고흥에서 화순집으로 넘어와서 아버지를 졸라 구매했다. 읍내 삼천리 자전거에서 6단 자전거를 처음 구매했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막 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핸들 연결부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방향조종이 되지 않았고 공사를 위해 지하 깊이 파놓은 길 옆 현장으로 고꾸라질뻔했다. 당시 광주의 위성도시였던 화순은 아파트 붐이 일어 곳곳이 공사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께서 뒤를 붙잡아줘서 살았지만, 그길로 자전거가게로 달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뒤로 화순에서는 아무리 먼 거리도 자전거로 다니겠다고 고집 부렸다. 그러던 어느날 밤 삼거리에서 차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 삼거리 과감하게 가로 질러가다 5톤 화물차와 추돌할뻔했다. 


 영화에서 보는 시야가 하얗게 변하면서 멈추는 컷은 거짓이 아니다. 달려오는 헤드라이트에 발이 멈추고 화물차는 가까스로 멍한 내옆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공포스러운 화물차의 경적은 내 다리를 굳게 했다. 결국 그날밤 자전거는 내 목발이 되어 꽤 긴 거리의 길을 나란히 걷게되었다. 


 서울로 올라와 내 자전거는 한 번 도둑맞기도 했다. 자전거를 되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한 것도 처음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12단 자전거로 바꿨다. 신식 기어변속기가 달린 최신형 자전거였다. 그때는 약수동에서 금호, 옥수를 지나 강을 건너 하염없이 한강변을 달리곤 했다. 성산대교를 지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길때 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곤 함께 달리던 친구들은 없는돈 있는 돈을 긁어모아 컵라면을 먹고 다시 그 먼길을 돌아왔다. 


 요즘에는 취미 자전거 시장이 좀 더 체계화 되어 시속 30km는 거뜬히 나오는 자전거가 있고 자신의 소유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빌릴 수 있는 대여서비스도 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 되어서는 굳이 시류에 흽쓸리듯 자전거를 타진 않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자전거를 안탄지는 10여년은 지난 것 같다. 


 어릴적 징그럽게 탓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전거 타기보다 즐거운 일이 많기 때문일까. 


 자전거를 타지 않은게 10년이 지났지만 자전거 타는법은 아마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되려 더 재미있게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흥미가 좀 떨어지면 멈췄다가. 지겨워지면 다시 기억을 더듬어 다시 쉽게 시작 할 수 있었으면.  그럼 이젠 안전하고 더 재미있게 잘 탈 수 있을텐데. 여차하면 보조바퀴라도 달면 되는 것 아닌가. 


 오랜만에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봐야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