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0 수영에 대해서

 물에 뜨기 위해 발버둥쳤다.

 어린시절 나는 물에 빠져 골로 갈뻔한 기억이 있다. 어느 자그마한 호수였는데, 그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수영을 못하던 어린시절의 나는 튜브를 끼고 호수를 횡단하고자 했다. 



 호수의 수심은 어린아이였던 내가 겨우겨우 까치발을 들고 건널 수 있는 정도였다. 1미터가 조금 넘었던것 같다. 그렇게 겨우겨우 건너가 목표를 달성하고 다시 호수를 가로질러 돌아오는데 아뿔싸 중간중간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아마 수심이 가장 깊은 곳 이었을텐데 발이 훅 들어가자 나는 순간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튜브가 있었지만 설상가상 내가 체중을 싣자 튜브는 급속도로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 (실제로는 천천히 바람이 빠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놀라 허우적 거리면서 앞으로 가고 있었다. 바람이 빠진 튜브는 서서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꾸 입과 코로 물을 먹었고 호수 중앙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썼다. 


 점점 몸에 힘이 들어갔다. 울고싶었지만 일단 그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른들을 부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내 목덜미를 잡았다. 아버지였다. 침대형 긴 튜브를 배에 깔고 내 뒤로 다가와 내 튜브를 잡고 나를 호수가로 끌고 갔다. 나는 놀란 나머지 그 날 이후로 가슴이상 오는 깊은 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며 나는 결국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매년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면서도 뭔가 수영장에 가는 것은 어려웠다. 


 작년 이맘때 쯤에도 수영배워야지 하고 방문한 수영장은 전부 인원이 꽉차서,, 다음달에... 반이 없어서.. 등등을 이유로 나를 수영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2019년 나는 수영을 해야했다. 굳이 수영이 아니어도 좋았겠지만, 수영으로 정했다. 무언가 잃었을 때는 또 다른 것으로 채워야 했다. 이게 나에게 좋은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영을 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운동, 운동이 된다.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수영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여행을 가면 호텔에서 자주 묶게 되는데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에 작은 로망이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면 멋진 연인들은 항상 함께 수영을 한다.) 그리하여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영을 배우기 위해 나는 동네 곳곳의 수영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올해의 상황도 비슷했다. 수영장이 리모델링으로 1년간 닫거나, 반이 개설되지 않거나, 지리적으로 너무 멀었다. 



 우연히 산책 도중에 허름한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 방문해 보니, 언제든지 등록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주에 넘어져 손목을 크게 다치지만 않았어도 수영을 등록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 손목이 아프지만, 다음주에는 반드시 등록하고 평형까지는 배워서 맘놓고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


아무소리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