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한국 단편 문학의 정수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컴 타자연습으로 처음 접했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타자를 빨리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눌러 보았을 것이다.


 당시 이 소설에 대한 내용과 문장의 아름다움은 알지 못했다. 그냥 아 이게 메밀 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의 일부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소설을 읽어주는 코너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소개된 책이 메밀 꽃 필 무렵이다. 메밀꽃 무렵은 이효석 작가의 소설이다. 


 한국 단편문학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효석 작가는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경성제일고를 졸업하고, 경성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당시 일본 은사의 추천으로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나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보름만에 그만두게 된다. 

 

 그후 숭실전문학교,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하고 1936년에는 오늘 소개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다. 교직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는 2차대전 와중에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병에 걸린 부인과 차남을 살리고자 다시금 친일 활동을 하게 된다.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면서 호강을 부리던 놈이 객기로 그만둔 것은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으나, 먹고 살고자 다시 왜놈에게 아첨을 하는 글을 쓰는 건 두고두고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과 아들을 잃고 그는 지인들 앞에서 오열하며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작품을 썻다. 시나리오와 희극, 수필, 장편, 단편을 가리지 않고 발표하였으나 장편소설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35살의 젊은나이에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때 친일행적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 되었었으나 부인과 아들을 살리기 위한 부득이한 사정이 정상참작되어 빠지게 되었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대표작품 덕분에 향토적인 작품을 주로 썻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서양문물을 즐겼으며 작품도 근대를 다룬 소설과 불륜이나 치정극을 다룬 소설들도 있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1936년 발표된 단편소설로 강원도 평창군 봉편면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소설에 사용되는 서사방식이 대부분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높아 한국 문학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는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메밀꽃 필 무렵_줄거리 

 

 장돌뱅이(떠돌이상인)인 허생원은 조선달과 여름장에서 허탕을 치고 충주집이라는 주막에 간다. 그곳의 여주인을 허생원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데 조선달은 이미 동이라는 젊은 장돌뱅이가 충주집 여주인을 꼬셨다고 이야기 한다. 


 기분이 좀 상했지만 허생원은 여복이 없다. 이미 충주집에 가보니 동이는 여주인과 농탕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발끈한 허생원은 질투에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젊은애가 낮부터 계집질을 한다고 동이를 책망한다. 


 동이는 허생원의 책망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허생원은 너무했나 싶은 생각에 가책을 느끼고 있는데 동이가 갑자기 들어와 허생원의 망아지가 암놈 망아지가 떠나는걸 보고 발작을 일으킨다고 고한다. 


 허생원은 망아지를 달래고 다음 장터로 이동하기로 한다. 허생원은 살면서 단 한번 봉평의 물래방아간에서 마음에 품은 정인을 만난 적 있다. 그때 한번 정을 섞은 그 처녀는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으로 집안이 몰락해 제천으로 가족들과 함께 도망갔다. 그 이후 허생원은 그녀를 찾아다녔지만 하룻밤의 꿈처럼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 허생원은 동이에게 충주집에서 일을 사과한다. 동이는 괜찮다며 자신은 부양해야할 어머니 생각뿐이라고 답한다. 동이에게 은근하게 호감을 느낀 허생원은 동이의 사연을 듣는다. 


 동이는 아버지 없이 홀로 자랐으며, 처녀였던 어머니가 돌연 아이를 낳고 집에서 쫓겨났으며 의부와 술장사를 하다 도망나와 장돌뱅이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동이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허생원은 어머니의 고향을 묻는다. 동이는 봉평이라고 이야기한다. 생부를 찾지 않느냐는 허생원의 질문에 늘 한번 쯤 만나고 싶어한다고 동이는 이야기 한다. 


 지금은 동이의 어머니가 제천에 있다는 이야기에 허생원은 대화장에 들렀다 제천으로 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동이와 동행을 권한다. 나귀채찍을 들은 동이의 왼손이 허생원의 눈에 들어온다. 허생원도 왼손잡이다. 



#마치며

 하루사이 짧은 이야기다. 메밀꽃을 표현하는 부분, 그리고 허생원이 동이를 아들이라고 확신하는 전개과정이 재미있다. 이야기에 묘사들은 정말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가 뛰어나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밭을 표현한 문장은 너무 아름다워서 봉평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