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관찰일기 #1 발아부터 모종심기까지

사건의 발단은 두어달 전으로 돌아간다. 어느날 결혼한지 얼마 안된 친구가 멜론을 먹고 씨를 심심해서 발아시켜 봤는데 발아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것 참 대단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제법 값이 나가는 과일인 멜론이 집에서 발아하다니, 얼마 지나고 그 친구는 자신의 와이프가 발아된 씨앗을 심어 모종을 만들었다고 하며 사진을 공유해 주었다. 여기서 내 입방정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오 한 번 키워볼까 나도 줘' 

(사랑으로 충만한 내가 개운죽, 고무나무, 구피들을 키우고 있는 사실을 숨겼어야 했다.) 


 그리하여 이것저것 키우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던 친구는 진지하게 그걸 자신의 부인에게 말했고 그날 밤 인스타그램엔 아래와 같은 사진이 업로드 되었다. 


<예쁘게도 담아줬다.>


 농담처럼 흘린 말에 실제로 배송이 되었다. 


<전달식>


멜론이 도착하고 일단은 창가에 두기로 했다.


#7월 27일

< 멜론은 참 귀여웠다.>


한여름에 발아한 멜론은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7월 30일 (3일 경과)

<새로운 잎이 나오기 시작>


 줄기가 위로 계속 올라가며 잎사귀가 마구마구 늘어났다. 신기하게도 계속 위로 자라나 가는 줄기에 넘어질까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8월 20일(24일 경과)


 이제는 지지대도 넘어섯다. 지지대는 나무젓가락 두개정도 되는 길이였다. 세번째 잎사귀들이 등장했고, 덩굴손이 나와 방충망을 감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더이상 창틀에서 키워선 안되겠다 싶었다. 방충망을 소중하게 감고 있는 덩굴손들을 달래서 풀어주고 이사를 결심하기로 했다.


#8월 24일(28일 경과)


 결심만 했지 시간이 없어서 못옮기고 있었는데 고작 4일 뒤 줄기가 더 자랐다.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방충망을 휘감고 있는 덩굴손의 애절함을 이기지 못하고 분갈이를 해주기로 결심했다. 


8월 25일(29일 경과)

<너무 자랐다>


 집에 굴러다니던 다용도 네트를 가지고 집을 만들어 주었다. 야밤에 무슨짓이냐고 부모님께 한소리 들었다. 다 옮기고 나니 뿌듯했다. 


 멜론은 초봄에 심어 초여름에 수확하고 초여름에 심어 늦여름에 수확한다고 한다. 우리 멜론들은 때를 잘못 만났다. 


#멜론생육공부

- 암꽃 

열매가 생기는 암꽃은 야간 최저온도가 14-16도 일때 잘 발생한다. 야간 최저온도가 23도 일 경우 암꽃 발생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 관수

너무 다습하지 않도록 오전 중 관수한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 


- 정지 

어미줄기 1줄기를 키워 10-13절에 1과를 촉진시킨다. 라는데 마디가 10-13개 이상 자라지 않게 막아주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암꽃이 발생한걸 확인하면 그 아래 줄기들을 제거 해주는 것이 포인트 인듯. 

 

- 하엽제거

 뿌리근처의 통풍과 채광을 위해 하엽을 제거, 제거한 줄기부분에 상처가 발생하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가능한 맑은날 제거할것, 


본엽 8매 전개시 자엽(?)과 그 위의 본엽 2매를 제거한다.

그럼 남는건 본엽 6매인가..(?)  

개화 직전에 맨 밑에 잎 1매를 제거해준다!

수확 10일 전 뿌리 근처 늙은 잎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으나 무리한 하엽제거는 피하자.  


- 교배와 착과

꿀벌 교배가 좋다고한다. 반드시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에 묻어야 착과된다. 인공수분시에는 개화당일의 암꽃과 수꽃을 이용하여 오전 중 마쳐야 착과율이 높고 한다.


과일 만드는게 이렇게 어렵다. 곤란하다. 시기도 늦었거니와 꽃이 나왔어도 강수량이 커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일 오전에 상태를 다시 살펴봐야 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