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혓 바늘'

#혓바늘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식사도중 혀를 미처 넣지 못하고 잘근 깨물었다.


혀끝이 잘리는 고통과 함께 혀 위의 밥알들이 춤을 췄다. 와중에 책임감 강한 식도는 꿀꺽꿀꺽 춤추는 밥알들을 삼키고 있었다. 아파 죽겠는데 넘어가는 음식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이틀 뒤 그곳에 혓바늘이 돋았다. 

혓바늘은 꾸준하게 고통을 준다. 


가만히 있을 때도 아프지만 살짝만 무언가에 닿아도 극심한 고통을 줘서 지난날의 과오를 깨닫게 해준다. 


사람이라고 더 아프기는 싫어서 평소보다 밥먹을 때도 조심하게 되고, 

뜨거운걸 마실 때도 조심하게 되고, 양치도 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조심하다 보니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혓바늘처럼 성가시고 아프고 귀찮은 모든 것들이 나에게 조심하라고, 뒤를 돌아보라고 일러주는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하니 제법 사는 요령이 생길 것 같다. 


알보칠을 혓바늘에 발라도 되는지 모르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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