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 #11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

일기/오늘하루는|2019.08.02 00:00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정신없이 출근하던 길에 집에 놓고 나온줄 알았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급하게 나왔다고 해도 평소 지갑, 열쇠, 에어팟은 꼭 챙기는 편이다. 


 지하철에서 에어팟을 뒤지는데 없었다. 가방에는 엄한 치실만 들어있었다. 집에 있겠거니 하고 하루를 보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찜찜한 기분을 잊기 위해 에어팟을 찾았다. 침구류를 뒤지고, 구석구석 평소 잘 올려놓던 곳도 찾아보았다. 없었다. 


 잃어버렸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건에 애착이 강한 편이라 한 번 소유한 것은 잘 놓지 못하는데 에어팟은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는 토익시험을 보러 갔다가 열쇠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잃어버린 사실을 시험이 끝나고 3시간 뒤 깨달았다. 열쇠보다도 선물 받은 열쇠고리가 신경 쓰여 꼭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랴부랴 시험장소까지 역추적했다. 길에 떨어뜨렸을까 싶어 땅만 보고 걸어 걸었다. 


 시험장소인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이미 문이 굳게 닫혀있었는데 경비아저씨에게 잠깐 확인만 하고 바로 나오겠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려 허락을 받았다. 허겁지겁 4층 계단을 뛰어올라 교실로 갔다. 내가 시험을 치른 책상 위에 내 열쇠는 살포시 올라가 있었다. 누군가 주워놓아 준 듯하다. 

 


 이때 기분은 정말 좋았다. 살포시 책상에 올려놔준 어떤 토익수험생에게 대박나길 기원해주었다. (물론 나는 망했다.)


 에어팟을 되찾기 위해 우선 나는 전날의 기억을 찾아보았다. 마지막 기억은 수영장이었다. 수영장에 끼고 갔다. 처음엔 수영가방에 넣어서 왔는데 올땐 수영가방이 물로 가득찼었기 때문에 손에 들고 나왔던 것 같다. 들고 나와 나는 편의점에서 평소 마시던 제로콜라를 한잔 마셨는데, 그때 밖에 비가 조금씩 오고 있어서 편의점에서 한캔을 원샷하기 위해 잠깐 탁자에 에어팟을 내려놓은 기억이 있다. 


 편의점엘 갔다. 당시를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날 에어팟이 들어온 게 있느냐고 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뒤에 분실물이 쌓여있는 곳을 슬쩍 보더니 '없는데요' 라고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나는 CCTV를 볼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알바생은 사장님만 비밀번호를 알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고 답했다. 나는 사장님은 언제 오시느냐고 되물었고, 그날 새벽 3시에서 8시까지 일한다고 아르바이트생은 답했다. 일단 편의점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분실 의심 지역은 수영장.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에서도 분실물은 없었다. 내가 전날 썻던 락커 61번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미 61번은 나갔다고 했다. 어차피 나는 마지막 시간대라 끝나고 확인해 보기로 하고 수영장에 들어갔다. 


 수영이 끝나고 61번 락커의 주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카운터를 보시는 분께서 샤워장에 들어가 61번 락커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락커는 비어있었다. 사실 누가 가져갔어도 진즉 가져갔을 듯하다. 61번 키는 카운터에서도 손에 닿기 좋은 자리에 있어 가장 먼저 나갈 확률이 컸다. 남은 희망은 편의점 CCTV였다.


 새벽 3시까지 기다리고자 마음먹었으나 수영을 해서 그런가 순식간에 잠이 쏟아졌다. 다음날 새벽같이 가기로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앞에 에어팟이 아른거렸다. 다음날, 주말임에도 새벽 6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졸린 눈을 비비고 모자를 하나 눌러쓰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혹시 사장님 되시나요?"

"누구세요?"(의심의 눈초리)

"아 저 다름이 아니라 제가 2틀밤에 이어폰을 잃어버려서.., 가능하면 CCTV로 제가 끼고 있었나 확인 좀 가능할까요..?? 값이 좀 나가는거라..."

"흐음.. 잠시만요, 시간 아세요?"

"네 10시 17분이요"


잠시 뒤.


"귀에 꽂고 나가셨어요"

"네? 제 귀에요???"

"네" 

"잠깐 와보세요"


 보여준 화면에는 문을 나서는 내 모습이 떠 있었다. 선명하게 하얀 칫솔 머리가 귓속에 들어가 있는. 그렇다면 에어팟은 편의점에서 집에 가는 길에 흘렀거나 집안 구석 어딘가에 잘 숨겨놨단 이야기다.


 후다닥 집으로 들어와 다시 잠을 청하고, 10여 분 뒤 번개에 맞은 것처럼 일어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속 옷 사이에서 발견된 에어팟, 옷을 갈아입으려고 서랍을 열어놨다가 그 위에 올려두고 문을 닫은 사실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이걸 찾으려고 사방팔방 물어보고 다니고 민폐 끼친 게 민망했다. 하지만 민망함도 잠시 돌아온 에어팟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다시 기분 좋게 잠이 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잠깐 잠이 든 사이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슬픈 꿈을 꾸었다. 지금까지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이 첫 번째 옷장 서랍 속 들어있는 꿈. 잃어버린 물건들, 기억들, 사람들 전부 첫 번째 서랍 속에 있었다.


 언젠가 또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이번처럼 첫 번째 서랍을 열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되찾는 일은 굉장히 힘이 든다. 그렇지만 시도할 가치가 있다. 


끗-

댓글()
  1. Favicon of https://juwonking.tistory.com BlogIcon juwonking 2019.08.02 0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인가요? 재밋게 읽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s://daehee0427.tistory.com BlogIcon 아침 풀잎 2019.08.02 2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걱^^;;
    에어팟을 잃어버리면 타격이 큰데...어쩌나 싶은 마음으로 글을 읽었네요.
    다행입니다.
    집 이외의 곳에 두었다면 바로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으리라 짐작됩니다.
    그 좋은 에어팟을...ㅋ
    찾아서 다행이네요.^^
    꿀잠 주무세요.
    에어팟에게 고맙다고 쓰담쓰담 해주시구요. ㅋ
    바이

자전거에 대해

일기/오늘하루는|2019.03.22 00:15

 가장 최초로 죽을 뻔한 기억은 자전거에 한창 재미가 붙었을 때다.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고흥의 한적한 마을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다. 이모부의 먼 친인척집에 놀러가 그 집 아이의 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웠는데 보조바퀴가 하나 없는 아이용 자전거였다. 당시엔 겁없이 타다가 크게 넘어져 무릎이 깨졌는데 결국엔 재미있게 탓다. 


 만약 지금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라고 했다면 그때 만큼의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첫 자전거는 고흥에서 화순집으로 넘어와서 아버지를 졸라 구매했다. 읍내 삼천리 자전거에서 6단 자전거를 처음 삿을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막 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핸들 연결부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방향조종이 되지 않았고 공사를 위해 지하 깊이 파놓은 길 옆 현장으로 고꾸라질뻔했다. 당시 광주의 위성도시였던 화순은 아파트 붐이 일어 곳곳이 공사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께서 뒤를 붙잡아줘서 살았지만, 그길로 자전거가게로 달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뒤로 화순에서는 아무리 먼 거리도 자전거로 다니겠다고 고집 부렸다. 그러던 어느날 밤 삼거리에서 차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 삼거리 과감하게 가로 질러가다 5톤 화물차와 추돌할뻔했다. 


 영화에서 보는 시야가 하얗게 변하면서 멈추는 컷은 거짓이 아니다. 달려오는 헤드라이트에 발이 멈추고 화물차는 가까스로 멍한 내옆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공포스러운 화물차의 경적은 내 다리를 굳게 했다. 결국 그날밤 자전거는 내 목발이 되어 꽤 긴 거리의 길을 나란히 걷게되었다. 


 서울로 올라와 내 자전거는 한 번 도둑맞기도 했다. 자전거를 되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한 것도 처음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12단 자전거로 바꿨다. 신식 기어변속기가 달린 최신형 자전거였다. 그때는 약수동에서 금호, 옥수를 지나 강을 건너 하염없이 한강변을 달리곤 했다. 성산대교를 지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길때 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곤 함께 달리던 친구들은 없는돈 있는 돈을 긁어모아 컵라면을 먹고 다시 그 먼길을 돌아왔다. 


 요즘에는 취미 자전거 시장이 좀 더 체계화 되어 시속 30km는 거뜬히 나오는 자전거가 있고 자신의 소유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빌릴 수 있는 대여서비스도 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 되어서는 굳이 시류에 흽쓸리듯 자전거를 타진 않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자전거를 안탄지는 10여년은 지난 것 같다. 


 어릴적 징그럽게 탓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전거 타기보다 즐거운 일이 많기 때문일까. 


 자전거를 타지 않은게 10년이 지났지만 자전거 타는법은 아마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되려 더 재미있게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흥미가 좀 떨어지면 멈췄다가. 지겨워지면 다시 기억을 더듬어 다시 쉽게 시작 할 수 있었으면.  그럼 이젠 안전하고 더 재미있게 잘 탈 수 있을텐데. 여차하면 보조바퀴라도 달면 되는 것 아닌가. 


 오랜만에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봐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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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퇴근길에 로또나 하나 사야지

일기/오늘하루는|2019.02.20 00:00

요즘은 매주 1장씩 로또를 구매한다. 

 

 올해 하나의 목표는 매주 로또를 모아 12월 25일 즈음해서 한번에 당첨 확인을 하고 당첨된 금액을 흥청망청 쓰는 것이다.


 지금 5장의 로또 (5천원씩) 용지가 서랍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친구가 회사 선배중 누군가 이런일을 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비루한 월급쟁이에게 집값은 턱 없이 비싸고 앞날은 어둡고 제2의 인생설계니 뭐니 어쨋든 돈이 있어야 한다. 


 이 블로그도 돈 때문에 시작한거긴 하지만 사실 돈은 안된다. 다만 매일매일 뭔가를 쓴다는 행위에서 뭔가 만족을 얻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쓰는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직장인이 가장 빠르게 큰 돈을 얻는 방법은 단언컨대 적금이나 주식투자가 아닌, 로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친구 회사 선배의 로또 확인방식을 적용하여 올해 말에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로또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52주간 5천원씩 구매한다면 26만원이 들어가게된다.  꽝이어도 52장의 로또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조금의 당첨금이 나온다면 치킨한마리 사먹을 수 있는 용돈이 될 것이며, 만약 대박이 난다면 1년간 고생한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올해 연말을 기대하게 된다.



 오고가고 여기저기서 구매하다가 생각해보니 로또 구매점에서 1등 또는 2등이 나오면 대박집이 나오고 현수막이 나붙게 되는데 내가 매번 사던 곳에서 새로운 현수막이 붙게 되면 얼마나 내심 기대할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매는 앞으로 한곳에서만 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같은곳에서 로또를 구매하다가 어느날 1등 현수막이 걸렸을때 '으앗 설마 난가' 하는 기대감은 상상만해도 즐겁다. 


 오늘 뜬금없이 시작한 로또 타령은 정말 오늘 포스팅은 뭔가 아무말이나 쓰고싶기도 하고 돈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좋기 때문에 로또나 되라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퇴근길에 로또하나 사가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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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보내고

일기/오늘하루는|2019.01.02 00:00

 2018년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직의 기회가 있었고, 블로그를 시작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생각보다 잘 된것도 있고 잘 안풀린 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난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가끔 좋은 꿈을 꾸면 로또를 사곤 하는데 18년도엔 로또 4등이 두번 당첨 되었다. 대통령 꿈꾸고 산 로또와 홀인원(스크린골프)하고 산 로또가 당첨되었었다. 항상 운세를 보면 나쁜적도 없었다. 늘 그냥 저냥 좋은 운세로 평생을 살 운명인가보다.



 

 나는 생각보다 꾸준한 편인데, 뭘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꽤나 애를 쓴다. 작년에 시작한 블로그 하루 1포스팅도 꾸역꾸역 해냈고, 약 50만원정도 블로그로 수익을 냈으니 생각보다 뿌듯하다. 글쓰기 실력이 늘거나 하진 않은거 같은데 그부분은 조금 아쉽다. 다만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것에 대해 쓰면서 기록하는데 의미를 둔다면 칭찬할만하다. 


 사실 18년도에 잘한일 19년도에 할일을 좀 작성해보려고 하는데, 감기가 걸려서 골이 울려 머리가 생각보다 잘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새해다짐을 좋아하는데 뭔가 다음해 이뤘을때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인듯 싶다. 


 대략적으로 머리속에 구상하고 있는 19년도 할일은 영어공부와 운동이다. 블로그는 꾸준히 할 생각이고, 2월에는 집에서 독립을 하기로 했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다. 


 나이가 한살한살 먹을 때마다 잘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올거같지 않던 30대가 어느덧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고, 쌓여있는 나이만큼이나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내년에도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꾸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즐기며 살고 싶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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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쓰는 크리스마스 이브 후기 feat. 아이폰 배터리교체

일기/오늘하루는|2018.12.25 00:00

크리스마스 이브.

누구에겐 설레고 누구에겐 별로인 그날. 부처님은 안그러는데 예수님 생일은 전날부터 다들 난리가 난다. 나는 지금 투썸플레이스라는 곳에서 케익이 미친듯이 팔려가는걸 등뒤로 들으며 이 일기를 쓰는데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분위기와는 다르게 기분은 우중충하다. 


<와하하하핳>


시간을 돌려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면 크리스마스 이브가 주는 낭만과 설렘과 별개로 나는 오늘 휴가를 내고, 그녀에게 줄 선물 구매와 올해 숙원사업(?)이었던 아이폰 배터리 교체를 하기로 결심했다.



#프레디무큐리_얼롸잇

 8시 30분 나혼자 산다의 프레디 무큐리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춤추는 짤만 봤는데 너무 웃겨서 나혼자 산다를 잠깐 보려고 켰다. 물론 전현무 부분만 보고 싶었는데 정려원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배우병 걸렸을 줄 알았는데 안그래서 놀랐다. 나혼자산다를 스킵해가면서 봤다. 무큐리는 역시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무큐리의 바보같은 사람 좋은 미소에 '얼라잇' 자막을 보고 혼자 빵터졌다. 


<너무웃김>



#아이폰_배터리교체

문득 아이폰 배터리교체가 요즘 사람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슬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9시 30분 수유역 대우전자서비스 동부지점에 도착했다.


 들어서자 마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전에도 방문한적 있는 이곳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자동문 앞부터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보이고 내눈에 이곳이 금요일 홍대 클럽인것처럼 핫하게 느껴졌다. 오픈시간이 고작 30분 지났을 뿐인데 갑자기 무큐리가 원망스러웠다.


<불행의 시작>


사람들을 비집고 줄의 꼬리를 찾아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10시 드디어 아이패드를 활용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접수대는 총 3대의 아이패드가 있었는데 좌우 두명보다 빨리 하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래서 받은 대기번호 70번


 친구와 카톡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1명의 기사가 교체할 때 소요되는 시간 약 20분. 이곳에 보이는 애플전담 서비스 기사님은 약 5명. 그렇다면 1시간에 15명을 해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예약서비스로 끼고 들어오는 사람을 감안하여 내 차례가 오려면 최소 4시간은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접수를 마치고 (핸드폰을 맡긴건 아니다. 핸드폰을 맡길 수 있는 순서를 정한것.)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위해 구매한 책을 받으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기로 했다. 종로에 왕복으로 다녀오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오전 11시 

이때까지만 해도 뭔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지하철은 바로바로 왔으며 환승은 막힘이 없었고 항상 망가져 있던 에스컬레이터도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광화문에 도착하여 바로드림 서비스(미리 책을 주문하면 한시간 뒤에 지점에서 책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카톡이나 문자로 온 주문번호를 달라는데 나는 받은적이 없어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래서 온게 없다 다른방법은 없냐고 물었더니 이름과 핸드폰번호로 찾아주었다. 그런데 016번호는 사용하시는게 아니냐고 묻길래, 아 그건 제 예전번호입니다. 하고 이야기 했다. 홈페이지 휴대폰번호 갱신이 안되어 있었나보다. 그만큼 교보에 오래전에 가입했나보다. 


 어쨋든 받은 책은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 라는 책이다. 그녀는 예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에 god가 출연한 같이걸을까 이후로 부쩍 순례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옥수수에 올라와 있는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다.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로 익숙해서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영상을 통해 순례길을 접하진 못했는데 영화를 보니 충분히 걸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책도 좋다는 이야기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얼마전 귀걸이를 이야기 했던게 생각나서 종로3가 보석거리 아는 형이 운영하는 '민트주얼리' (종로3가 1번출구)에 가서 귀걸이를 하나 삿다. 비어있는 금색 하트에 뭔가 들어가있는 디자인이었는데 맘에 들라나 모르겠다. 귀걸이를 꽤 선물해줬던거 같은데 사줄때마다 그게 그거같아서 애매하다. (나중에 보유한 귀걸이 사진을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다른 스타일로 사주면 좋으니까) 하여간 귀걸이까지 사고 다시 수유로 돌아왔다. 



12:30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전 대우전자서비스센터에 다시 슬쩍 들려 내 이름이 어디있나 확인해 봤다. 12시 40분 무렵 내번호는 36번에 와있었다. 거의 정확하게 절반 정도 온것이다. 나는 어느정도 예측했지만 너무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서 5시간 대기해야된다는 공포감이 다가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서비스센터에서 시간을 때울 것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13:30  

내번호는 왠지 모르게 26번대에 체류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것만 같았다. 가지고 갔던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을 다 읽었다. 이석원 작가의 글 중 유독 부모님과 관련된 글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부모님께 잘해야지 훌쩍.


15:30 

 책도 다읽었고 핸드폰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해보인다. 어차피 곧 교체될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탕진하기 위해 웹툰을 보기 시작한다. 언젠가 누군가 홍차리브레 라는 네이버 웹툰을 추천해준적이 있는데 소소하니 재미있다. 

다봤다. 


16:10 

드디어 내이름 불렀다 이제 이 지겨운 싸움도 30분 남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뭔가 접수대의 직원은 나보다 10살은 어려보이는 남자분이었다. 그리고 눈에는 왜 인지 몰라도 눈물이 그렁그렁 한 것 같았다.


<직원의 표정>


그래서 나는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나의 아이폰 찾기를 해제 하고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접수를 진행하는데, 맡기시고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20분이 접수에 걸리는 시간이었단 말인가! 나는 접수부터 교체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분인줄 알았는데 내가 뜨악하는 표정을 짓자. 그 점원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어쩔 수 없다며 한풀이를 했다. 


 지금은 저 뒤에서 세명이 고치고 앞에서 두명이 접수받고 또 몇명이 출고하고를 하고 있다. 접수가 마감되서 이제 전부 뒤 방으로 들어가서 수리를 할거라고 이야길 했다. 그리고 오늘 자기가 생각하기엔 퇴근을 못할 거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브인데 짠했다. 그무렵 대기번호는 131번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게 대기번호라는게 누적되는게 아니고 실시간으로 변경 되는 것이었는데 고려해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왔을지 상상도 안된다.


애플주식을 좀 사둬야겠다.


 직원이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녀를 만나서 책과 귀걸이를 주고 오늘도 힘들게 일했으니까 집에 데려다줘야지 하는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는데... 여차저차 집으로가서 노트북으로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데려다 줄테니 보문역으로 오라고 이야길 했다. 보문역에는 내가 거의 언제든 가용가능한 차가 있었는데 보통은 차를 빼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핸드폰 배터리 교체가 이렇게 늦게 끝날줄 몰랐던 것이다. 아 아직 끝난게 아니지.



#그녀와 짧은만남


17:40 

 그녀는 보문역에서 만나 차로 갔다. 차에 타서 네비를 키는데 네비가 안켜졌다. 나는 네비가 없으면 동네 슈퍼도 못가는 사람이라. 차에 네비가 없다는건 내가 어디도 못간다는걸 뜻하고 그건 그녀를 데려다 주면 나는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난색을 표하고 있을때 그녀는 배가고프다고 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을 먹고 그녀를 데려다주고 핸드폰을 찾으러 가면 너무 늦는다는 결론에 다달았다. 배가 고프다는데 굶길순 없으니까 우선 차를 몰아 근처 초밥집에 갔다. 그때부터 뭔가 나는 기분이 굉장히 울적해졌다. 초밥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모듬과 특선을 시켰는데 그냥저냥 했던거 같다. 초밥은 꽤나 비싼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르인진 기억이 안난다>

 초밥을 먹고 그녀는 그냥 근처 1호선에 내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 찾으러 가라고 말했다. 속상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선물이라고 산 책과 귀걸이를 전달해 줬다. 맘에들어야 할텐데 1정거장인 동묘역에 가는데 굉장히 차가 막혔다. 차가 정-말 굉장히 막혔다. 내 시간 그녀의 시간이 덧없이 날아감. 그리고 수중에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18:30

그녀가 탈출에 성공했다. 긴 교통체증이 지겨웠는지 동묘앞 역으로 총총총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토끼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람. 나의 낭만의 크리스마스이브가 초밥먹고 지하로 사라지다니.  


<토끼 처럼 통통통>


 이제 문제는 이 상습 정체 구역에서 네비게이션 없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눈(네비)없이 운전할 생각을 하니 더 우울해졌다. 차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신설동 방향으로 좌회전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동대문을 지나 이화동쪽으로 가서 유턴을 했다. 차가 굉장히 막혔다. 


19:30

다시 주차에 성공했다. 약 1시간 걸린 2km였던거 같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차가 많았다. 만약 데려다 주었다면 아직도 내부순환도로였을거라 생각된다. 후다닥 핸드폰을 찾으러 가야겠다.


20:00

대우전자 서비스센터에 도착했다. 접수증을 건내줬다. 그 의문의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뒷방에 접수직원이 들어갔다 한참 뒤 나온 직원의 손에는 접수증만 두개 들려있었다. 68**고객님 1시간뒤에 끝날거 같아요.


뜨악...


9시 30분 부터 진행된 핸드폰 배터리 교체가 12시간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놀라운건 아직도 핸드폰을 맡기지 못한 접수대기자 40명 ㅠㅠㅠ



그래서 나는 집에가면 도저히 다시 나올 자신이 없어서 근처 카페에 나와서 카톡용으로 들고 나온 노트북을 펴들고 이 일기를 분노에 차서 쓴다. 

글로 마구 써댔더니 감정이 좀 풀리는 거 같기도 하다. 



<투섬에서 셀카. 늙어버렸다>


이제 1시간이 되어가는데 또 가면 아직 안되었다고 할거 같아서 ㅠㅠ 방문하기 무섭고 대우전자서비스 직원들이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자꾸 떠올라서 속상하다. 


나만큼 속상하겠지.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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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것에 대해

일기/오늘하루는|2018.07.07 20:30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것에 대해 


오늘은 잡생각이 많다. 주말에 출근해서일까.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리지 못했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걷기로 했다. 걷는 도중 많은 생각을 했다. 


 보통 생각을 하면 기록하진 않는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뭘 써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생각도 기록이 된듯하다. 


 하여 무슨 생각을 했냐면, 지하철역 앞 과일가게를 지나면서 지난해가 생각났다. 그때도 넋 놓다 한 정거장을 지나쳐 이 과일가게 앞을 지나쳤는데, 당시 맛있는 최리 1바구니 4,000원이라고 상자 쪼가리에 손수 매직으로 작성한 광고판이 인상 깊었다.  


'최리' 웃겼다. 


 동네 개천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천이 깨끗했다. 물고기도 제법 많고, 철새들도 보였다. 그리고 날이 좋은지 큰 돌 위에 올라와서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이도 봤다. 웬 거북이? 




거북이. 웃겼다. 


 다리를 건너가게 의자에서 멋있게 담배를 피우며 핸드폰 액정을 거울삼아 앞머리를 고치는 식당 점원을 보았다. 


멋있게 담배 피우기. 웃겼다. 


 갑자기 그 모습에 빠져 멋있게 담배 피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상당한 애연가였다. 금연 5년 차에 돌입하면서 가끔 담배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담배를 멋있게 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자기가 상상하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떻게 피워도 아저씨 같거나, 양아치 같거나, 한량같이 보이기 마련이다. 굳이 멋으로 따지자면 한량같이 보이는 게 최선인 거 같다. 





 담배란 건 멋있게 피려고 하면 할수록 웃긴 것 같다. 마치 샤워 직후 자신감에 가득 차 거울을 보는 개그맨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멋있게 피려고 입을 삐쭉 내미는 모습도 웃기고, 멋있게 피려고 담배 끝만 입술로 물어서 대롱대롱 겨우 매달려 있는 모습도 웃기다. 그리고 뭔가 연기를 음미하는 모습도 웃긴 것 같다.


 손에 어떻게 거치시키냐에 따라서 보이는 모습이 달라지기도 한다. 검지와 중지 사이 담배를 잡는 위치에 따라서 재수 없어 보이거나 느끼해 보이거나 건달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가장 윗부분에 달랑달랑 걸어 약간 손가락을 낚싯바늘 형태로 만들어 피는 사람을 봤을 땐 구려 보였다. 손가락을 있는 힘껏 쫙 펴서 끝에 걸어서 피는 것도 괴기스러웠다. 그나마 두 번째 마디에 정확하게 담배를 걸었을 경우가 평범해 보인다. 가장 아래 내렸을 때 담배를 입에 가져가면 손이 얼굴을 감싸도록 피는 것은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피게 되면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바라보게 하면 고등학생 시절 몰래 피던 양아치 느낌 또는 건달 느낌이 나고, 손바닥이 나를 향해서 피면 뭔가 어쭙잖아 보인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떠오른 건 '담배 멋있게 피우기'는 '코를 멋있게 파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담배를 멋있게 피운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려봤다. 거의 없었다. 금연하기 전의 내 모습은 거친 건설 현장에서 쉬는 시간이 아까워 급하게 빨아대는 일용직의 흡연이었다. 가끔은 멋있었던 적도 있는 것 같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리'나 '거북이'와 같이 웃겼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서부극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 멋있게 기억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우수에 찬 눈빛, 고뇌에 빠진듯한 미간이 멋있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담배 피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멋있었던 것 보다 그 멋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에서 하는 것 중에 그나마 따라 할 수 있는게 흡연이라 멋있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총을 쏘거나 말을 타거나 카우보이모자를 쓰는게 멋있다고 따라할 순 없었으니까.


<지금 봐도 멋있다>


 이만큼 시시콜콜한 생각을 했더니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어릴 적엔 하루키에 환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싫어하진 않는다. 그의 에세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보통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흘러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명작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명문이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작가의 일상을 꿰뚫는 통찰력 때문인지, 유명세에서 오는 허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내 잡생각의 결정체인 '멋있게 담배 피우기는 어렵다'라는 만약 유명작가가 올렸다면 흥행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온 가지 리뷰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깊이 있게 고민한 것처럼 글을 쓴다면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지 않을까? 쓰는글에 현실의 직관을 담는 리뷰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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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열심히에 대하여'

일기/오늘하루는|2018.01.28 02:27


사람은 스스로 '열심히'라는 정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교를 한다.

하지만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나는 해도 쟤만큼은 안돼' 라던가 '내가 안해도 쟤보단 잘해'와 같은 비교를 통한 
자기 합리화는 스스로의 발전을 방해하고, 나약하게 만들고 스스로에게 
한계라는걸 부여한다.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자. 


그게 타인에 비해서 손해를 보던지, 이익을 보던지 아무렴 어떤가. 
스스로 최선을 다하면 의미있는 일이다. 

라고 회식때 센터장님께서 말씀해주셨다.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에겐 커다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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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혓 바늘'

일기/오늘하루는|2018.01.04 17:33

#혓바늘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식사도중 혀를 미처 넣지 못하고 잘근 깨물었다.


혀끝이 잘리는 고통과 함께 혀 위의 밥알들이 춤을 췄다. 와중에 책임감 강한 식도는 꿀꺽꿀꺽 춤추는 밥알들을 삼키고 있었다. 아파 죽겠는데 넘어가는 음식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이틀 뒤 그곳에 혓바늘이 돋았다. 

혓바늘은 꾸준하게 고통을 준다. 


가만히 있을 때도 아프지만 살짝만 무언가에 닿아도 극심한 고통을 줘서 지난날의 과오를 깨닫게 해준다. 


사람이라고 더 아프기는 싫어서 평소보다 밥먹을 때도 조심하게 되고, 

뜨거운걸 마실 때도 조심하게 되고, 양치도 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조심하다 보니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혓바늘처럼 성가시고 아프고 귀찮은 모든 것들이 나에게 조심하라고, 뒤를 돌아보라고 일러주는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하니 제법 사는 요령이 생길 것 같다. 


알보칠을 혓바늘에 발라도 되는지 모르겠다. 

-끗-




피드백과 공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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