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설 -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추리소설의 아버지

 수 없이 많이 들어본 작가 중 한명이다. 에드거 앨런 포. 포스팅 제목에는 공포, 추리소설의 아버지 라고 떡하니 붙여놨지만 미국에서는 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The Raven 이라는 시 인데 한국으로 따지면 김소월 <진달래꽃>, 윤동주 <별 헤는 밤> 수준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판에 들어 있어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추리소설상 있을 정도. 에드거상 이라고 불리며 매년 4월 시상식이 진행된다. 

 

  에드가 앨런 포는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도둑맞은 편지>에서 뒤팽이라는 탐정을 만들어 냈다.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탐정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은 코난 도일은 셜롬홈즈를 구상할 때 뒤팽의 큰 영향을 받았다. 암흑낭만주의 / 고딕주의라는 문학의 갈래를 연 사조로도 여겨진다. 음울하고, 몽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특징. 덕분에 '악'이라는 주제를 여러가지 방식으로(살인자, 괴물, 외계인, 동물, 귀신, 뱀파이어, 아무튼 생각하면 좀 불편한 것 들 등) 표현해 냈고, 장르문학의 다양한 갈래로 퍼지게 된다. 

 

미국작가 에드거 앨런 포 

 40대에 사망했다. 살아 생전 작가로써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저작권이 희박하던 시기, 그가 지급받은 원고료는 많아야 현재 기준으로 200달러 수준이었고, 가난과 예민한 성격, 알콜 중독이 그를 점차 점차 갉아 먹는다. 설상가상 사업에 실패하고 부인이 젊은 나이에 죽게 되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샤를 보들레르가 포의 작품들을 접하고 그의 전집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게 되었는데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영국과 다른 유럽으로 퍼지게 되었고, 뒤늦게 미국에서도 그의 가치를 재발견 하게 된다.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

 오늘 리뷰할 소설집 <도둑맞은 편지>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아름답고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소설 <어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4편이 실려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공포나 추리, 미스터리 소설들은 그 배경 묘사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독자를 책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아니면 독자를 제 3자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할 수도 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전자의 묘사를 구사한다. 

 

 

 그해 가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하고 조용한 날이었다. 구름이 하늘에 낮게 깔려서 숨이 막힐 것 처럼 답답한 그날 나는 온종일 혼자서 말을 타고 유난히 황량한 시골길을 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건물을 보자마자 첫눈에 참을 수 없는 우울한 기분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정경을 바라보았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저택과 대지의 소박한 풍경, 황폐한 벽과 퀭한 눈처럼 보이는 창문들, 무성하게 자란 사포 몇 포기, 썩은 몇 그루 나무의 하얀 줄기를 보았을 때 내 우울한 기분은 아편에 취해서 흥청거리다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 말하자면 일상생활로 돌아올 때의 씁슬한 기분, 신비의 베일이 벗겨질 때의 섬뜩한 기분에 비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배경묘사에 화자의 우울과 불쾌한 감정이 나에게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위 내용은 <어셔가의 붕괴>에서 어셔가의 저택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독백인데 거의 2-3page분량으로 배경설명과 묘사에 꽤나 공을 들인다. 덕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그 상황에 제대로 빠져들 수 있게 되었다. 공포, 미스터리 소설은 보는 내내 살면서 피해왔던 감정의 어딘가를 살살 자극하는 기분을 느꼈다. 독서가 인간의 공포를 이렇게 자극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졌다. (내가 이장르를 피해 왔고, 이번 독서는 열린책들 35주년 기념판 완독이라는 목적이 있는 반 강제성 독서라 남들이 보기에 별거 아닐 수도 있음) 

 

 추리소설은 세련되었다. 셜록보다 40-50년 앞선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셜록 시리즈의 초반 [사건발생 → 얼렁뚱땅해결 → 사실은 이랬습니다 → 범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라는 구조보다 한편의 소설로 훨씬 완성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굉장히 짧은 단편들이고, 장르문학을 읽는 것처럼 쉽고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와 나 고전문학 하나 더 독파했다' 나 에드거 앨런 포 읽어봄 ㅇㅇ. 이라는 내면의 이력서 한줄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출근길 지하철에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면서 출근공포를 공포소설로 이겨보는건 어떨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