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선생님."
"예에. 자전거 타다가요. "
"예. 쇄골쪽이랑 이마만."
"다른 곳은 그냥 까지기만 한거 같아요."
"예, 알겠습니다. "
쇄골골절 수기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마의 혹도 쇄골도 그대로 아팠다. 바로 수유역 근처의 다ㅇㅇ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거기가 용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진료보는 의사선생님은 세명이었다. 나는 3번째 선생님에게 받았는데 나보다 젊어보였지만 3번째 선생님이란 점이 신뢰로웠다.
엑스레이로 머리, 어깨, 팔꿈치를 촬영했다. 머리는 이상없었고, 쇄골은 골절이라고 했다. 팔꿈치도 멀쩡하다고 한다. (평소 골프 엘보로 고질병처럼 달고 있던 고통이 뼈의 문제는 아녔나 보다.). 쇄골골절을 2번 방의 선생님과 상의한 듯 하다. 2번방 선생님은 수술이 필요할 수 도 있으니 CT를 촬영해보길 권했다. 3번방 선생님도 같은 의견이라고 한다. 그럼 CT는 언제 찍을까요? 라고 물었다. '저희 병원은 수술은 안해서 더 큰 병원 가보셔야 해요' 라는 답변을 받았다.근처에 CT촬영이 가능한 큰 병원을 물었다.
<쇄골로 떨어졌다. 옷이 쓸려서 찢길 정도로 세게.>
3번방 의사선생님은 현ㅇ병원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레싱, 감사하게도 드레싱을 해주려고 하셨다. 급한건 쇄골이었지만.. 어제 붙여 놓고 잔 습윤밴드 듀오덤을 제거 해주었다. 잘 붙이셨네요. 라는 칭찬을 받았다.
<팔꿈치, 무릎은 너무 참담하기 때문에...>
나는 무릎깨진 사건 이후로 듀오덤 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 너무 조심조심 밴드를 제거하고 계셔서 '저 별로 안 아프니까 그냥 팍 떼셔도 되어요' 라고 격려해드렸다. 그랬더니 진짜 팍! 하고 쎄게 땠다. 의사선생님의 듀오덤 부착 솜씨는 영 별로였다. (내 무릎깨짐 2일차 정도의 수준) 그래도 흡수기능이 괜찮은 밴드하나를 새로 발라주셔서 좋았다. 이제 현ㅇ병원으로 가야한다.
쇄골 수술? 쇄골 비수술 결정 요인
현ㅇ병원은 꽤 큰 종합병원이다. CT부터 MRI까지 있고, 입원병실도 있고 수술도 하는 그런 병원이다. 다치고 부러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접수를 하고 30분정도 대기했다. 원장님에게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작은 병원에는 원장님만 세분정도 있으니까. 그런 곳인줄 알았는데 진짜 병원장이었다. 진료를 보는 병원장. 느낌은 최불암 아저씨가 떠올랐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셨는데 나이가 지긋하셔서 그러려니 했다.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아 방사선..) 다시 진료를 받았다. 골절은 확실한데 수술은 안해도 될 것 같지만 CT를 일단 찍어보자고 했다. CT를 촬영했다. (아 방사선.x2) CT는 몸의 단층을 촬영하는 신박한 기계다. 목부터 어깨뼈 부분까지 어디가 부러졌는지 자세히 나온다. 내 쇄골은 정면에서 봤을땐 부러진줄 몰랐는데(금만 갔다고 생각했다.) CT로 봤을 땐 확연히 부러진것이 보였다. 부러진 단면은 W 모양으로 M모양의 뼈와 아주 조금 떨어져 있었다. 수술은 안하기로 했다. 일주일 뒤 경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말과 함께 8자붕대를 착용하라는 처방이 떨어졌다.
쇄골 8자붕대
8자붕대가 뭘까하는 기대감과 함께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는 응급실에 앉아 있으면 채워주겠다고 했다. 응급실은 몰려든 고객으로 인산인해였다.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응급실의 대장간호사로 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간호사님께서 소리쳤다. "8자 붕대 채울수 있는 사람 없어? 어휴 난리다 난리야. 좀 만 기다려요 학생." 이미 15분정도 앉아 있었지만 학생이란 소리에 30분정돈 더 참아주기로 했다. 20분쯤 지나자 최불암을 닮은 원장님이 응급실을 한바퀴 돌았다. 소위 '회진' 이라는 것처럼 보였는데 느낌은 한국인의 밥상 촬영 느낌이었다. 키도 어찌나 크신지, 기골이 장대하다 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그리고 내 어깨를 만지며 "여기 8자 붕대 어서 해주고" 라고 했는데 다친 쇄골쪽이라 신경이 곤두셨다.
계속 방치되어 있는걸 본 접수받던 간호사 분께서 '8자붕대 제가 채울게요~~!!!' 하며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초등학생 같은 한숨을 쉬고는 붕대를 뜯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약간 기겁했다. 내가 아마 이분의 8자붕대 임상훈련 대상 2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툰느낌과 그리고 이걸 왜 차야 하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헐거운 체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거 왜 차는거에요?' 라고 묻자 간호사님은 '원장님이 좀 헐겁게 채우라고 하셨어요'라고 대답했다.(이 부분은 내가 이번주 금요일에 분명히 따져 볼 계획)
- 8자 붕대는 8자모양으로 생겼다. 착용하면 책가방을 바짝맨 얼뜨기처럼 변하는 신비의 장치다. 책가방 끈을 바짝 쪼이면 벗지도 매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되는데 그런 상태로 만들어서 어깨(쇄골)를 안으로 굽지 않게 하는게 주 목적이다. -
병원을 나와 이틀치 진통제를 사러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 간김에 듀오덤과 식염수 그리고 거즈를 구매했다. 병원에서 붙여준 레벨2 솜씨의 듀오덤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집에와서 보니 거즈가 아니라 탈지면을 샀어야 했다. 어쨌든 레벨2 솜씨의 듀오덤을 교체하고 울컥 - 울컥하는 쇄골을 부여 잡고 누워서 요양을 했다.
쇄골이 부러진 분들을 위한 작은 팁을 드리자면, 절대로 쉽게 눕지 말자. 사람의 상체 일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데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나처럼 예쁜느낌으로 쇄골이 골절되어 두동강 난 사람들을 위한 꿀 팁 몇개를 적어 볼까 한다.
1. 최대한 빨리 안아픈 최적의 각도를 찾아라. 그게 바로 당신의 뼈가 서로 안붙으면서도 정상의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2. 누울때 팁. 절대 털썩 눕지 않는다. 상체를 유지한체로 평행 그대로 다리를 벌리던 접던 최대한 몸을 낮춰 엉덩이를 침대나, 바닥에 닿게 한다. 그리고 척추를 둥글게 하고 구르듯 천천히 등을 땅에 눕힌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곡선을 그리며. 생각해보니까 침대면 이럴 필요까진 없을듯 하다. 나는 바닥파라서...
3. 일어날 때 팁. 몸을 돌려서 일어나는건 쇄골 골절 1일차들이나 하는 짓이다. 몸을 멀쩡한 어깨쪽으로 돌린다는건 부숴진 쇄골부위가 아무런 지지없이 중력을 그대로 받게 한다는 향하게 한다는 것이고, 어쩌면 그건 당신에게 큰 고통과 부상을 초래하게 할 수 있다. 절대 몸을 돌리지마라. 최선은 누웠던 반대. 그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두다리를 들어올리고 한다리는 무릎을 접는다. 그리고 멀쩡한 팔로 접힌 무릎 부위나 바지 깃을 잡는다. 목을 살짝 들자. 이 과정에서 쇄골이 살짝 아플수 있다. 어깨를 살살 돌려 쇄골을 진정시키자. 이제 엉덩이를 중심으로 서서히 반동을 시작한다.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을때 '합' 소리와 함께 팔과 다리에 힘을 줘서 상체를 일으키면 된다.
위 동작은 굉장히 위험하다. 멀쩡한 팔을 엉덩위 위에 넣고 주먹을 쥐어서 경사를 만든 후 코어근육이 힘을 줘서 상체를 일으키면 보다 편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 정도 팁이 있을 것 같다. 절대로 아픈 부위 팔을 쓰지말자.
쇄골골절 3일 이후
이렇게 3일이 지났다. 이제 내 쇄골 골절은 일상이 되었다. 잘 때 이렇게 한번도 뒤척거리지 않고 잘 수 있단 사실에 놀랐다. 인간은 하면 되는구나. (나는 엄청나게 뒹굴어 다니는 스타일이었다.) 이마의 혹은 점점 가라앉았고, 그 충격은 눈으로 내려왔다. 눈은 파라오ST의 아이라인을 갖게 해주었고, 지금은 다크서클 부위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누가보면 어디서 싸운 사람 처럼. 분명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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