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의 불운 - 싸드, 미덕에는 보상이 없다.

 현실에서 미덕을 행한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올바른 보상은 없다. 가끔 우연의 일치로, 정신승리로 '그때 악덕을 행했다면 더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야' 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권선징악의 플롯이 소설의 기본이 되어오지 않았을까. 오늘 리뷰할 책 <미덕의 불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미덕이 불운해지는 권선징악의 구조를 무자비하게 무시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18세기의 소설가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다. 한 단어의 어원이 될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주요하게? 여겨지는 작가다. 유서깊은 귀족가문의 백작 사드는 신성모독, 매춘부 학대, 살인미수, 미성년 성폭행,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일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말년에는 그의 악행에 질린 자녀들이 그를 정신병원에 수감시켰고 결국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람들의 뇌리로부터 나에 대한 기억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게 덧없이 기쁠 따름이다' 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글과 행적에서 사디즘이란 용어가 나온걸 보면 권선정악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인류의 변태성이 존재하는 이상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가학성애(sadism, 加虐性愛)는 성적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서 성적 쾌락을 얻는 것을 뜻한다. 반대말로는 피학성애가 있다

  

 그의 방탕하고 문란한 삶과는 별개로 그가 남긴 작품들은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자유주의, 유물론, 무신론, 아나키즘을 아우르는 철학세계는 후대에 와서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움베르트 에코가 쓴 '고전 작품들을 현대의 출판사들이 본다면...' 이란 글에서는 현대의 출판사가 사드의 원고를 보고 '독자들이 원하는건 섹스지 철학이 아니다.'라며 퇴짜 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사드가 주목받아야 할 중요한 부분은 그의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이 아닌 철학에 있다. 

 

아가씨, 부자들의 무정함이 가난한 사람들의 못된 짓을 합법화해 줘요. 우리가 절실한 필요를 느낄 때 그들의 돈 주머니가 열리고, 그들의 가슴속에 인간을 사랑하는 정이 감돈다면, 우리들의 가슴속에도 미덕이 자리잡을거예요.  

 


 

 #미덕의 불운 줄거리

 이 소설에는 상반 된 성향의 자매가 등장한다. 언니 줄리에뜨와 동생 쥐스띤느. 둘은 수녀원에서 절제와 청렴을 배워가며 자라는데 집안이 폭삭 망하고 고아가 된다. 언니인 줄리에뜨는 생존을 위해 성을 팔고, 온갖 악덕한 행위를 하며 후작 부인의 지위까지 오른다. 동생 쥐스띤느는 자신은 미덕을 지키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언니와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헤어진 쥐스띤느, 아직 어린나이 배운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아 이곳 저곳 떠돌게 된다. 시종살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그녀에게 성적인 것을 요구한다. 미덕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쥐스띤느는 미덕을 택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불운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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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줄거리 (강스포)

쥐스띤느 : 나는 착한일만 하면서 살아야지 → 어리고 할 수 있는일이 없어서 사람들이 채용을 안해줌 → 혹시라도 가는 곳은 전부 몸을 요구함 

 

불쌍하게 여긴 고리대금업자가 채용  → 사실은 도둑질을 일삼는 악인 쥐스띤느에게 절도를 도울 것을 강요 → 쥐스띤느 난 미덕 못 잃어! 거절 → 고리대금업자 분노, 쥐스띤느한테 누명씌워 사형선고 받음 → 돈없고 빽없는 쥐스띤느, 형집행만 기다리고 있음  → 고리대금업자 더 부자됨

 

 우연히 옆방 죄수가 나 탈옥할껀데 너도 따라와 → 미덕을 지키는 것 때문에 고민 하지만 그래 나는 그냥 따라나가는 것뿐이야라며 탈옥 감행 → 옆방 죄수가 우리랑 같이 나쁜짓 할래? 제안 → 쥐스띤느 난 미덕 못잃어! 거절 → 죄수들 그냥 보낼 수 없다. 강간 모의 → 겨우겨우 빠져나옴

 

 떠돌다가 숲속에서 게이 후작의 연애 목격 → 후작 매질 엄청한 다음 너 죽일순 없고 우리집 와서 시녀해 → 쥐스띤느 어차피 갈곳도 없고 ㅇㅋ → 게이후작에게 반함 → 게이후작 방탕하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 어머니 살해 계획 → 쥐스띤느 난 미덕 못잃어! 거절 후 후작 엄마에게 밀고 → 후작 분노, 모친 살해, 쥐스띤느 매질 후 풀어줌 → 쥐스띤느 후작모친 살해 혐의 뒤집어 씀 수배령 → 게이후작 유산상속 후 부자됨

 

 매질당한 상처를 치료해준 의사가 채용 → 쥐스띤느 조무사로 활동 중 의사가 어린소녀 납치해서 해부실험 하려는 장면 목격 →  쥐스띤느 난 미덕 못잃어! 어린소녀 탈출 도와줌 → 걸림, 의사 쥐스띤느 어께에 절도범 낙인 찍고 발가락 잘라내고 쫓아냄  → 의사는 스웨덴 왕실 1외과의 됨 

 

 또 떠돌이가 된 쥐스띤느 어느 지역에가서 정착하자며 길을 걷다가 숲속 조용한 수도원 발견 소문에 의하면 신성하기로 유명한 성직자들이 살고 있다 함 → 고해성사하기 위해 수도원 방문 → 사실 외딴 수도원은 4명의 타락한 신부가 운영하는 곳이었음 → 성 노예로 전락한 쥐스띤느 → 3년간 성 노예로 살아감 → 4명 중 2명의 신부가 높은자리로 발령받아 침묵을 조건으로 겨우 해방됨

 

 다시 길을 떠도는 쥐스띤느 길에서 기병들에게 무참히 공격당한 남자 발견 → 쥐스띤느 난 미덕 못 잃어! 남자 구조 → 남자 생명의 은인 내가 부자고 저택이 있으니까 같이 가서 행복하게 지내자 함 → 쥐스띤느 어차피 의탁할 곳 없고 그곳에서 일하면서 지내기로 동행 → 알고 봤더니 위조지폐범, 우물물을 긷는 노예로 여자들 착취하고 있었음 → 소처럼 밖에서 벌거벗고 노역당하고 밤엔 성폭행을 당하는 쥐스띤느 → 위조지폐범은 부두목을 남기고 베네치아로 가서 정착 호위호식 대성공 → 부두목은 노역당하는 여자들에게 호의롭게 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대 들이닥쳐 전부 체포, 또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 쥐스띤느 → 그렇게 위기에 처한 쥐스띤느 재판과정에서 착한 판사를 만나 그간의 사연을 구구절절 - 사면받고 위조범들에게 몰수한 재산 일부를 받아 해방  

 

 여인숙에서 우연히 탈옥을 도와줬던 여성 만남 → 여성은 젊은 상인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 그를 이용해 재산을 탈루하자고 제안 → 쥐스띤느 난 미덕 못 잃어! 몰래 그녀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함 → 계획을 방해받은 탈옥녀는 젊은 상인을 독살함 →  젊은 상인은 쥐스띤느에게는 죄가 없다며 사망, 그의 동료는 죽은 상인의 유언에 따라 쥐스띤느를 그의 고향으로 보내려고 함 →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노파와 동행함 → 동행 중 여인숙에 불이났고, 무사히 탈출했으나 밖에서 노파의 아이가 탈출하지 못했음을 발견 → 쥐스띤느 난 미덕 못잃어! 불구덩이로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와중에 문앞에서 아이를 떨어뜨려 아이 사망 → 노파, 쥐스띤느가 내 아이 죽였다. 고소 → 쥐스띤느 또 감옥갈 위기 → 우여곡절 끝에 후작 부인된 언니 만나 구사일생 → 갑자기 불어닥친 태풍에 창문 닫던 중 낙뢰 맞고 사망  


 

 미덕을 행할때마다 끝없이 불행해지는 쥐스띤느의 이야기에서 참담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사람도 분명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충격적인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들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종교, 국가, 법에 대해 악인들의 논리는 현시대에서도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문제를 제기한다.

 

모든 종교는 거짓된 원칙에서 출발하고 있어요, 쏘피!

 

 새해 첫 독서 리뷰가 썩 기분좋은 책은 아니라 좀 그렇지만 읽을만한 가치는 있었다. 굳이 추천은 하지 않는다. 그냥 줄거리만 보고 이런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정말 궁금하다면 논문이나 사람들의 해설만을 보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하다. 

 

모두 미덕을 지키는 세상이라면 나 역시 당신에게 미덕을 권장하겠어요. 그러나 온통 썩어 빠진 세상이라면 오직 악덕 이외의 다른 것은 권하지 않겠어요.

 

올해는 모두 미덕을 지키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