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 폴 맥어웬, 물리학자가 쓴 SF소설

 어흠. 흠흠. 최근 좋은 SF소설들을 많이 봤다. 주로 단편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장편이다. 작가는 폴 맥어웬. 코넬대학교 나노물리학 교수라 한다. 탄소를 어쩌고 저쩌고 한 논문들을 써서 노벨상 후보로 '예측' 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공계 교수님이라 그런가 이야기에 SF 요소가 정말로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제목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은 남미의 대규모 곡창지역의 농부들만의 금언이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죽은 곡식에 다가가면 전염병이 퍼져 다른 곡창지대도 병들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물학자 리암 코너는 곰팡이균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차별이 없는 미국 코넬대학에 들어가 학자의 길을 걷던 도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반골기질이 있던 그는 자원입대하여 생물학병기를 막기 위한 군 연구에 협력하게 된다. 

 

 전쟁의 종결이 다가오는데 태평양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광폭한 행동을 보이며 아군을 공격하는 병사들이 발생하는 것. 이성을 잃고 아군을 공격하는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많아졌고 전함 전체가 괴멸에 이르게 된다. 

 

 미군은 이것을 생물학 병기의 공격이라 판단하고 분석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진균류를 연구하는 리암은 태평양으로 긴급 배치된다. 병사들이 공격받은 생물학 병기는 우즈마키(소용돌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생물학 병기다. 일본 생물학병기 부대 731의 존재를 알게된 리암은 우즈마키라 불리는 진균류를 이용해 일본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전염이 시작되기전 아군이 아군함대를 전멸시키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7개의 우즈마키 표본 중 한개를 얻어낸다.

 

 시간이 흘러 리암은 코넬대학의 교수가 된다. 진균류 분야의 저명한 교수로 전세계 곰팡이균을 모아 배양하고 각종 실험을 한다. 어느날 리암 교수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손자 딜런과 손녀 매기, 그리고 제자 제이크는 뭔가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리암이 남긴 유언을 해석한다. 

 


 

 꽤 몰입도 있는 소설이다. 재미 정도를 이야기 하자면 3점 정도다. 일반적인 SF소설을 기대하고 본다면 조금 실망할 수 도 있겠다. SF라기 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긴박함과 약간의 반전이 숨어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염두해두고 만든 것 처럼 각 챕터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서 읽기 편하다.

 

 아쉬운 부분은 주인공급의 인물들이 여럿 분포되어 있어 캐릭터의 입체성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몰입되어 읽긴 하지만 인물에게 몰입하여 빠져든다기 보단 철저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 책이다. 균류에 의한 전염병이라는 부분이 현재의 시국에 시사하는 바도 있는 듯 하고, 진균류, 나노 로봇, 2차 세계대전, 국가간 대립 등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다양한 이슈들도 다루고 있어 읽어 봄직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