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결심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5년째. 중소기업이고,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지만 박봉이다. 박봉을 1/13으로 나누기 때문에 실제 연봉은 연봉계약서에 써있는 것보다 훨씬 적다. 3년전 나는 지금의 연봉보다 몇백만원 더 높은 가격에 이직을 제안 받았다. 그때 옮겼어야 했다. 컨설팅 회사라 마음에 걸려 안정적이고 하던일을 하자 라는 생각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대신 당시 이 고민을 회사 부장님에게 털어놓으며 제가 3년더 다닌다고 이쪽에서 준다는 연봉 받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그때면 당연히 맞춰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구라였다.


그 부장은 힘이 없었다. 그냥 사장실에 들어가 합의를 봤어야 했다. 그후로 매년 연봉협상은 맘에들지 않았다. 금액이 작아서는 물론이거니와 협상과정에서의 아마추어스러움이 더욱 나를 가슴아프게 했다. 우리 회사는 이상하게도 연봉계약서를 쓰기전에 연봉협상이 끝나고, 인상분이 지급된 이후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래서 협상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월급이 나와봐야 아는 것이다.

나는 3년째 협상 마지막 단계에 꼭 좋은 결과 기대해라, 사장님도 공감했다 좀 기다려보자, 연봉테이블을 새로 짠다고 하는데 네 연봉은 더 올려줄거라고 약속했다. 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고, 매번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올해는 그래도 강력하게 어필했는데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하기 전까지 팀장직을 수행하는 것도 고까와서. 이 돈 받고 팀장직은 못하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상사는 사장과 이야기 해본다며 2-3일간 내 눈치를 보고 피해다녔다. 그러다 금요일 오후에 퇴근길에 정확히 마주쳤는데....
"사장님한테 전화 없었니?"
"네."
"헿, 사장님이 직접 전화하신단다" 하는 뻘소리와 함께 육중한 몸을 이끌고 황급히 사라졌다.


다음주 어느 평일 오후쯤인가 사장님은 전화를 했다. "음. .. 어..그래. 연봉에.. 음.. ,올해 화이팅해보자. 내. 연말에 보너스라도 좀 챙겨줄게" 라고 또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나는 사장실을 찾아가 뒤엎을까 했으나. 말해 뭐하나 입만 아프지. 그냥 퇴사를 결심했다.


코시국에 덜컥 퇴사할 순 없다. 이력서를 가다듬고, 모든 구직사이트에 이력서 등록을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서 나태하게 있는 동안 점점 이직 할 수 있는 곳들은 줄어들었다. 내 경력은 물경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빠라바바바.바밤.바밤 ♬ (대충 인간극장 OST)

그래도 고무적인건 경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는 것. 올리자마자 온갖 영세한 업체들에서 연락이 왔다. 이직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1. 지금보다 규모가 크거나 2.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것 3. 연봉을 20%이상 올려주는 곳 세가지다. 세 가지 중 하나만 만족 시켜줘도 이직 할 생각이다.

그렇게 몇몇 곳에서 연락이 오고 면접도 봤다. 맘에드는 회사가 없다는 사실, 푼돈에 옮겼다가 후회한다는 주변의 조언 등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폰지사기업체.
그러던 중. 어떤 예술교육을 한다는 회사에서 면접제의가 왔다.
신사동에 있고, 대표는 공연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이었다. 무슨공연을 했을까 하고 네이버에 검색 해봤는데, 환불이라는 단어가 함께 검색되었다. ㅇㅇㅇ대표님 환불해주세요. 라는 글. 도대체 왜 대표한테 환불을 해달라고 할까? 찾아보니 그 회사는 해외 유명 뮤지션이 온다고 거하게 홍보를 해서 공연 티켓을 팔고, 당일 뮤지션 개인의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긴급공지를 때렸다. 하지만 유명 뮤지션들은 공연제의 받은 적도 없다고 이야기해서 논란에 휩싸였다.

공연 기획 사기로 법적 공방이 오가려던 중, 그는 회사를 폐업신고하고 다른 회사를 창업한다. 새로운 회사는 콘텐츠 모니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1년에 360만원을 내면 하루에 1건씩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자격이 주어지고, 간단한 평가를 해주면 건당 4만원씩 적립되어, 10만원이 모이면 출금이 가능한 마법의 사업구조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회원들은 초반에는 자신들이 낸 360만원으로 1-2달만에 100-200만원을 가져가고 1년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단 생각에 주변에 널리 알린다. 하지만.... 지급기준이 30만원으로 늘어나고.. 점점 모니터링할 콘텐츠는 업로드 되지 않고.. 급기야 회사가 사라진다. 바로 폰지 사기라고 하는 수법. 네이버에 형사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밴드까지 있는데 그곳에만 20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최소 7억원의 사기. 그런 사기꾼 대표는 이제 예술문화 온라인 교육 콘텐츠 사업을 하겠다고 새로운 법인을 열었다.



구직중에 알게된 놀라운 사건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그리고, 포털에 이력서를 모든기업 열람가능에서 헤드헌터만 열람가능으로 변경했다. 정떨어진 회사에 다니면서 불법적인 회사에 이직제의까지 받으니, 가슴이 미어졌다. 진지하게 사업도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