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쉬운 한국소설 추천 고래 - 천명관

읽기 쉬운 한국 소설 추천 고래

  읽기 쉬운 소설이라는 것들이 있다. 단순히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문체가 유려하고 읽는 것 만으로도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누군가 말로 전해주는 듯 해서 푹 빠지고야 마는 소설. 이런 소설들은 어쩔 수 없이 책깨나 읽는다는 치들에게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그럼 나도 읽었네 너도 읽었네 하며 책방귀 끼기 위해 흘러흘러 너도나도 읽어 유명한 소설이 되고야 마는데, 그것이 소설의 법칙이다.


 최근은 정말 이상한 나날들이었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잘 못한 것 같다.) 얼마전 지하철에서는 양손에 지팡이를 드신 할머님께서 비틀비틀 거리시더니 출근길 혼잡한 의자앞에 섰다. 두칸 건너에 남자분이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으나, 할머님은 애석하게도 어떤 아주머니 무릎에 털석 쓰러지듯 앉으셨다. 아주머니는 기겁하며 노약자석 가서 앉으세요!! 라며 빼액 소리를 질렀는데, 할머님은 다리가 아파서 못가라고 무릎에 앉아서 이야기 하셨다. 놀란 옆자리 남자분이 일어나서 아주머니가 할머니 밑에서 빠져나왔다. 할머님은 노곤한듯 얼굴에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셨다.  
 
 퇴근길에는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역무원을 만났다. 역무원은 제법 어려보였는데 처음 심부름을 가는 아이같은 표정으로 퇴근길 쏟아지는 사람들을 피해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냥 그 표정이 너무 비장하고, 멋있어 보여서 오늘 포스팅이 무엇이 되었던지간에 쓰고자 마음먹었다. 그 표정을 잊지 말아야지.


 다시 본론으로 오늘 포스팅은 이웃 블로거(항상 재밌는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주시지만, 매번 상업글로 보답하고 있어 죄송합니다..)의 추천으로 읽게 된 천명관 작가의 고래다. 고래는 04년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그 거대한 이야기를 내놨다. 소설은 평대라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삼대에게 걸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23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까지 올라 큰 화제가 되었다. 아쉽게도 당선되지 않았지만, 23년 내 마음속 한국소설로 당선 되셨으니 작가와 출판관계자 분들은 작은 만족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너무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춘희, 여장부 금복, 박색한 노인, 어쩌고저쩌고 어쩌고한 칼자국, 약장수, 생전장수, 문씨, 쌍둥이 자매, 애꾸, 창부, 심지어 코끼리나 양치기 개까지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마냥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에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야기의 전개도 놀랍다. 흥미를 잃을만 하면 사람의 원초적인 부분(욕망)을 자극해서, 책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거나, 다양한 장치들로 울고 웃게 만든다. 이야기는 희극이자, 비극이고, 다큐이자, 신화였다. 책을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평대의 산과 들 남발안의 개울물과 계곡 늪지대로 독자를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끌고 다녔다.
 
 아무 설명이 없었다면 평대라는 지역의 구전신화를 각색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놓을 수 없었다. 읽는 내내 신비롭고 황홀했고, 이상했다. 정말 독특한 독서경험을 했는데, 이야기는 결국 각각의 삶속에 죽음이 있고,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삶은 덧없고, 고래는 크고 인생은 짧다는 이야길 하는 것 같았다. (?) 
 
 독서 권태기였는데 고래 덕분에 정말 재밌는 독서를 했다. 다음 책은 무얼 읽을까! 역시 책읽기는 재밌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