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28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말을 그 따위로 하는 것에 대해. 



 얼마 전 회사에서 '말을 그 따위로 해 사람 짜증나게' 라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들었다.


  그 따위.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그러한 부류의 대상을 낮잡아 이르는 지시 대명사 라고 나와있다. 대명사 외에 관형사로 사용된다.

 '낮잡아'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면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별개의 창이 떠서 낮잡는다는 의미를 알려준다. 내가 받은 신호가 정확했다. 비하하는 의미. 


 '말을 그 따위로 해.' 에서 그 따위는 말한 화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인데 공개적으로 그 따위 말을 한 사람이 나라고 알려진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나는 공개적으로 비난당하는 것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 아닌데요.' 라고 외쳤지만 '이따가!' 라는 명령조의 답변만을 들었다.




 내가 말을 정말 그 따위로 했을 수 있다. 나는 말을 그 따위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공개적 - 감정적으로 표현당했다는 점이 대단히 슬펐다. 


 이 회사에는 벌써 5년차다. 이렇게 오래 다닐 지 몰랐는데 다니는 거 보면 퍽 정이 들었던거 같다. 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선을 긋고 철저하게 라인 안과 밖을 구분한다. 일종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방어수단이었는데 회사에 오래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들어와선 안될 사람들을 들여보내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하면서 경계가 좀 흔들렸다. 그래서 이번 일이 스스로에게 생각보다 큰 상처로 다가온 듯 하다. 


 억울함에 부들거리는 손과 속을 진정시키고 제로콜라를 한캔 원샷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이따가'를 기다렸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그의 이따가는 올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찾아가 말씀 좀 나누시죠 라고. 정중하게 그의 이따가를 요청했다. 회의실에서는 대충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송하다라고 먼저 사과했다. 꾹 참고 사과했다. 


 내가 내뱉은 그 따위 말 이전에 그 사람이 나에게 짜증난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이 있겠지만, 이젠 나랑은 상관없어졌다. 회사에 그나마 붙어있던 정도 뚝 떨어져서 출근이 곤욕이지만 차라리 잘됐다. 회사보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내 그 따위 말은 천냥 빚을 지어준 것일까. 지게 된 것일까. 갚게 된거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