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33 작가의 도리와 소설의 가치

 K 작가의 글이 이슈다. 자전적 소설이란 것은 알았으나 지인과의 실제 카카오톡 내용을 있는 그대로 차용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실명과 직업들이 노출되어 작가의 소설 속 카톡 내용만으로 그들의 인성, 인격, 성격, 성관념 등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지인들에게 평가 받게 되었다. 어설픈 이니셜 속에 특정된 개인이 받게 될 고통은 나로썬 상상도 할 수 없다. 그 잔인한 삿대질을 어떻게 버텨낼까. 




 작가의 도리란 무엇일까. 작가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작가의 도리는 글을 잘 지어내는 것이다. 도리. 마땅히 행하여야 바른 길. 과연 글을 지어내는 작가가 상대방의 말을 무단으로 인용한 것이 작가로써의 도리에 맞을까. 나는 그 작가를 문단이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간의 대화를 상호 합의없이 공개하는 것을 잔혹한 가해 행위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순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하기 위해 하는 행위들은 수면에 숨어있던 문제들을 이슈화 하는데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어떨까. 


C누나 입장문 보기(트윗_)


 예를들어 여자친구가 회사에서 화나는 일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분노된 상태로 'ㅇㅇ부장을 죽이고 싶다'는 카톡을 했다. 그걸 내가 그대로 네이트 판에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그글을 본 누군가는 여자친구를 특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는 어떤 생각이 들까. 내가 뱉은 말이니까 쿨하게 넘어가고, 네이트 판의 흥행을 위해서 그 정도는 감안해줄까? 그녀의 그 문장만 본 사람들은 사람들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여자' 라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ㅇㅇ부장이 정말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좋든 싫든 누군가 뱉은 말 그 사람을 평가하는 일종의 잣대가 된다. 


<이 대화에서 나는 정치에 관심 1도 없는 축덕 처럼 보인다.>


 대화를 합의없이 공개하는 일. 국가간이라면 그 내용에 따라선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실례이며, 인간으로서는 기본적인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 작가는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 입장표명문 또한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고서야 겨우 올렸다고 하니 자신이 도리에 어긋났단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 자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하는게 옳은 길일까? 




 '자전적 소설'이란 허울 좋은 단어에 숨어 '실존인물의 신상과 정확한 워딩 그대로를 노출 하는 것'의 결과물이 주는 문학적 가치는 문단 내에서 결정 되겠지만 그 결과물이 가지고 폭력성, 그리고 작가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대중들의 결정이 내려진 듯 하다. 이건 잘못 된 일이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며 창비의 계간지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에 작심 발언한 몇 안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이건 분명하게 잘못된 일이다. 문학계가 계속 이런식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문학작품이 나온다 한들 누가 그걸 인정하겠는가. 

 

 자전적 소설도 소설이다. 인용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의 직업이 소설가일까? 다른 소설가들은 왜 자신의 직업 가치를 폄훼하는 가짜 동종업자에게 침묵하는지 의문이다. 여차하면 자기들도 그런 일에 휩싸일까봐 그런 것일까. 피해를 받았다는 C누나는 이 사건까지도 소설로 소비될까봐 두렵다고 한다. 


 나는 K작가의 일에 대해 출판사가 피해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지를 하기 전까지 문학동네와, 창비의 책을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문학동네 북클럽도 가입했는데, 이미 젊은작가상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버려서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선물한 젊은작가상에 C누나의 글은 없다. 2차 가해를 하지 않게 된 점은 참 다행이다. 


+

 이 글이 쓰이고 나서 각 출판사는 사과와 반성의 글을 올렸다. 초판본 회수와 교체까지도 나서서 해주겠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 깨닫게 된 듯 하다. 작가들과 출판사가 인쇄되는 책에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  

 와중에 남작가 여작가 어쩌고 저쩌고 진짜 혐오스럽다. 이게 성별을 나눠서 해결해야하고 언급해야할 문제인가. 


창비 사과문

문학동네 사과문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