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 '물로그린그림' 2호선 합정역 #7

|2018.10.22 13:20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7번째 시 <물로그린그림> 입니다. 




#시인_유재영


국내에서 시조와 시 두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유재영 시인은 . 1948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습니다.


73년 박목월, 이태극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습니다. 그는 시와 시조라는 두가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으며 <현대시학> <현대문학><시문학>등 에서 비평활동을 하며 100여편의 시와 시조에 관련된 평론을 한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년 노산 시조문학상과 최계락 문학상, 94년  조선일보 시조대상, 대한출판문화협회 장정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인은 시조를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는데 노력해 왔으며, 그의 시 전반에 시조의 운율이 느껴집니다. 



#물로 그린 그림

물로 그린 그림

 유재영


누가 나에게

우리나라 가을을

실제 크기로

그리라고 한다면

나는 항아리에 물을 붓고

기다리겠습니다

저 푸른 하늘이

다 잠길 때 까지.



물로 그린 그림은 한국의 가을을 표현한 시로 시인의 감성이 시에 가득 들어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전체적인 시의 구성은 시조를 닮은 듯 합니다.

누군가 가을을 그려보라고 요청을 하고(초장), 항아리에 물을 붓고 기다리고(중장), 저 푸른 하늘이 다 잠길 때 까지(종장)


읽었을 뿐인데 음율이 느껴지는 듯한 이 시는 물이라는 투명하고 무색의 것을 이용하여 가을 하늘을 그냥 다 잠기기만 하면 된다는 서정적인 표현이 우리나라의 가을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를 이야기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언어와 사물을 주제로 아름다운 감성을 이끌어내는 그의 시는 유재영 시인만이 갖는 독특함을 품고 있습니다.


읽었지만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시 '물로 그린 그림' 


높아진 하늘, 선선한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 걷기 좋은 날씨입니다. 

어느덧 찾아온 가을을 만끽하며 시집 한편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지하철 시 '나를 위로하며' 2호선 합정역 #5

|2018.08.31 00:00

안녕하세요 시 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5번째 시 <나를 위로하며>입니다. 


#시인 함민복

오늘의 시는 함민복 시인의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전업 시인으로 활동하는 몇 안되는 시인 중 한명인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주에서 태어나 1988년 등장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유명한 대표적인 시는 눈물은 왜 짠가가 있습니다.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수록되어 낭독된 바 있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눈물은 왜 짠가를 한 번 읽어보시면 시인의 감성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알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이 가슴을 울리는 시는, 함민복 시인의 대표작이자 시인을 잘 표현하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그의 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둥글고 담담한 언어로 표현하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나를 위로하며



나를 위로하며는 회식이 끝나고 적당히 취기가 올라 집으로 가던 길 합정역에서 마주한 시입니다.

 

나를 위로하며

함민복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나를 위로하며는 불안정한 비행을 나비가 꽃을 찾아 앉는 모습을 보며, 지금 자신의 마음이 나비의 날개짓처럼 불안하지만, 결국엔 꽃송이에 다다를 거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입니다.

 

술을 제법 마셔서 그런가 이 짧은 시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스스로를 위로 해본적이 있던가, 요즘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

댓글()

지하철 시 '무늬' 4호선 수유역 #4

|2018.07.26 00:00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4번째 시 <무늬>입니다. 



#시인 이시영


한국리얼리즘 문학의 산 증인, 이시영 시인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제3회 신인작품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하였습니다.


수많은 국내 문학상(정지용 문학상, 동서문학상 등 ) 에서 수상하고,  시집과 산문집을 발표 했습니다. 


시인은 초기 산업화에 대응하는 전남구례의 농촌적 서정, 공동체 정서를 간직한 고향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이야기시 라는 하나의 장르를 탄생 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산업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황폐해진 고향 공동체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70-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시를 발표했습니다. 


90년대 접어들며 당대의 트렌드에 반하는 밀도 높고 짧은 시를 선보였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산문시를 발표했습니다 .


출판사 <창작과 비평>의 편집자에서 대표이사까지 거치며 수많은 문인들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작품활동을 하였습니다.


최근 SNS을 통해 관습적으로 시집을 발표하는 시인들을 비판하였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지 못한다면 시인도 은퇴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곧 70세가 다가오는 시인의 이런 기백은, 본인을 포함한 한국의 시인들의 좋은 성장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늬

<수유역, 무늬>



무늬

 이시영             

나뭇잎들이 포도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

저 잎새 그늘을 따라 가겠다는 

사람이 옛날에 있었다.



 <무늬>는 94년 발표된 시집입니다. 한정적인 삶에 대한 시인 자신을 위한 시를 써보고자 했던 시인은 타인의 시에서 멀어져 스스로를 관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발견한 짧고 함축적인 시는, 본래 나뭇잎 아래 열리는 포도송이를, 나뭇잎이 포도송이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는 시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나뭇잎 아래의 포도송이는 나뭇잎이 지켜야할 소중한 것이고, 그 잎새 그늘을 따라가겠다는 옛날 사람은 또 다른 포도송이 위에 내려앉을 생각인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게 시인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옛날사람은 제가 좋아했던 그리운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시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함축적인 시는 다양한 의미로 다가와서 좋습니다.

 극도로 함축적이고 짧은 시가 출근길 눈에 들어와 급하게 포스팅 했습니다. 덥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무늬와 같은 짧고 그리운 시 한구절로 여유를 찾아,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하철시 4번째 포스팅 <무늬>였습니다.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지하철 시 '노을빛' 3호선 약수역 #3

|2018.07.15 00:00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3번째 시 <노을빛>입니다. 



<노을빛>


강신용
그대 보고픈 마음

저녁하늘에 걸렸네

온종일 빈 들판을 떠돌다

떠돌다 끝내

노을빛 되었네.





#노을빛은? 

198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강신용 시인의 작품입니다.

시인은 지금까지 총 6권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대전문학상, 허균문학상 본상, 한성기 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일상의 여백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시인의 서정적 감성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적절한 대상에 잘 투영합니다.


위 시 <노을빛>에서도 시인의 감성이 잘 묻어 나옵니다.


보고픈 마음이 하늘에 걸려, 잊지 못하고 넓은들판을 떠돌다 결국 노을빛이 되어버린 시인의 언어는 사랑하는 이를 혹은 이미 지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노을빛으로 비유하며 한정적인 시간인 해질녘의 비어있는 하늘을 메꿉니다.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삶의 근본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시에서 그가 표현하는 사랑은 내면의 뭔가를 톡 하고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저 시를 읽었을때는 3년전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다시 이 포스팅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때와는 조금 다른 색의 노을빛이 제 맘속에 핀것 같습니다.

끗-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지하철 시 '호수'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

|2018.07.02 20:53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완성도 높은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두번째입니다.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호수는 ?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중 한명인 정지용 시인의 작품입니다.

<향수>라는 작품으로 알려져있는 정지용 시인은 한국의 현대시에 성숙도를 더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활동 당시 많은 시인들을 발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시는 추상적인 것을 이미지화 하여 눈에 보이는 듯, 그 감정의 깊이와 크기를 표현하며 독자에게 보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남북이 이념갈등으로 진통할 당시 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전향교육을 한것으로 알려지며 6.25당시 피난하지 못한채 서울에 남겨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간에는 북으로 끌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2000년 정지용시인의 셋째 아들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사실로 미뤄 보아 북에서 사망했다는것은 낭설인 것으로 보입니다

<호수>는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온 첫 출근길에서 발견했습니다. 

베트남 다낭의 해변이 보고 싶었는지, 함께 했던 연인이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저도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여 눈을 감고 출근했습니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호수만 해서 눈 감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끗-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2018/06/07 - [리뷰_이것도?/지하철 '시'] - 지하철 시 '몽돌' 4호선 미아사거리역 #1.




댓글()

지하철 시 '몽돌' 4호선 미아사거리역 #1.

|2018.06.07 14:42

안녕하세요 생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저는 버스멀미가 심하여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 쓴 시도 있고, 일반 시민이 쓴 재기 발랄한 시도 있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시, 지하철 시 포스팅 첫번째입니다. 




 <몽돌> 

장준혁(15년 시민공모작)  

당신이 파도처럼 내 안으로

밀려들었다는 표현이 참 좋게 느껴져요


홀로 해변을 걸을 때면

발에 스치는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서

밟히는 돌들이 너무 뾰족해서 아파하곤 했죠


여기 지금

해변을 가득 채운 이 예쁘게 둥근 돌들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을까요

파도는 얼마나 많이 밀려들었다 쓸려나갔을까요


내가 뽀족한 해변을 떠나지 않는 건

파도가 계속 치기 때문에

내 돌들도 언젠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몽돌은 ?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발견한 시입니다. 

서정적인 이 시는 자신의 맘속에 있는 뾰족한 돌들이 파도처럼 들어온 님으로 하여금 점점 깍여나가고 언젠가 몽돌처럼 동그랗게 예뻐질거라는 기대감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옷 사이즈가 맞지 않아, 사이즈를 교환하러 가는 후덥한 초여름날에 짜증으로 가득했는데 시를 보고 차분해 졌습니다. 옷은 입어보고 구매하세요.


끗-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됩니다.

2018/07/02 - [리뷰_이것도?/지하철 '시'] - 지하철 시 '호수'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