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46 영일만 친구들

 영일만 친구들을 만났다. 최근 결성된 업무 어쩌고 어쩌고 카톡방의 사람들을 나는 영일만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좋아하는 최백호의 노래 제목이다. 그들의 고향이 포항이기 때문에 나는 그 카톡방을 그렇게 부른다. 홍선생은 영일만 친구들 만난다고 하면 영X, 일준, 만재 라고 말한다. 영x은 내 이름이다.  좋은 가명이지 않은가. 오늘 포스팅은 일준과 만재를 만난 이야기다.

 

 

 



 일준과 만재는 같은 고향 출신이다. 둘은 같이 살고 있다. 나는 일준을 먼저 알게 되었다. 일준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일준이 퇴사할 무렵 친하게 되었다.

 

 나는 공과 사 구분 끝판왕이라 회사 사람들에게 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데 일준에겐 쉬이 열렸다. (퇴사무렵이라 그랬을 듯) 그렇게 일준과 책 이야기를 하다, 블로그 이야기가 나왔고 서로 블로그를 오픈하며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서로의 치부(?)를 공유하는 것은 친목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일준이 퇴사하고 바톤 터치하듯 만재가 입사했다. 만재는 내 블로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만재는 현실의 나를 처음 보지만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고 한다.

만재의 내적 친밀감과 반대로 내 사회적 기호를 모조리 무시할 수 있는 초면의 인물을 만난거 같아 나는 아찔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카톡방이 만들어졌고, 일준의 니친구 - 내친구 능력으로 꽤나 재미있게 수다를 떨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의견을 나누는걸 좋아한다.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영일만 친구들 모임은 나에게 굉장히 유익하다. 나보다는 몇살 어리지만 훨씬 어른스럽다. 가끔 내가 너무 철이 없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삭제하는 카톡이 많다. 



 종종 우리는 저녁을 먹기도 점심을 먹기도 한다. 이전 모임에서는 성산왕갈비에 같이 갔는데 좌식 고깃집에서 평일 저녁에 6시 조금 넘어서부터 9시를 훌쩍 넘긴시간까지 맥주 한병을 시켜놓고 수다를 떨었다. 물론 골반과 다리저림을 얻었고 사장님 내외가 늦은 저녁 식사하는 모습까지 보고야 말았다. 할말은 많았으나 가게를 떠났다.


 어제 저녁에는 일준 만재와 찜닭을 먹기로 했다. 만재는 렌즈나 안경이 없으면 0이하의 - 시력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만재가 나를 처음 보는 각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메뉴를 볼때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각도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준에게 전화를 해서 무엇을 주문할지 물어봤다. 물어본걸 보니 찜닭을 먹자고 한건 일준이었나보다. 

 

 잠시 뒤 일준이 들어왔다. 일준이 오고 바로 주문한 찜닭이 도착했다. 그리고 먹었다. 밥도 비볐다. 두 공기를 주문했다. 밥이 산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들었다. 탄수화물 중독인 나에게 딱 이었다. 배부르게 먹었다. 우리는 지난 고기집에서 경험한 애매한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2차를 가기로 결정했다. 

 

 2차는 올드팝, 재즈를 틀어주는 스윙이라는 바였다. 가격대가 좀 있었고, 음악이 크고 좋았다. 매번 퇴근길에 '언젠가 꼭 들린다' 라고 결심했었는데 성공했다. 누가 더 별로인지 이야기했고, 이성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고백했다가 거절 당한 이야기를 좀 각색해서 했고(상대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인생의 공허함과 인생의 충만함에 대한 이야길 했던거 같다. 맥주 두잔을 마시면서 이야길 했는데 9시 이후부터는 단편 영화처럼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단건 참 좋은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전날의 공허함이 다른 이야기로 가득 찼다. 고마웠다.

 

 생각보다 늦어 막차를 탔다. 한성대까지밖에 가지 않는 차였다. 내려서 서성거리다 버스를 탔다. 그렇게 집에들어와 포스팅을 쓰겠다고 컴퓨터를 켰다. 노동과 감정에 찌든 옷을 벗었다. 침대에 몸을 잠깐 뉘었는데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눈을 떴고 양치를 하고 다시 잠들었다. 양치는 하고 자야지. 영일만 친구들과의 만남은 항상 뿌듯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