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생각한다 '고난을 모르고 살아온 판사출신 변호사의 법과 사람 이야기'

 인생의 좋은 선배를 만난것 같다. 여든 가까운 나이의 노인에게는 호칭하기에 선배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란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선배라고 표현한 이유는 읽고 느낀 작가님에게 '노인의 지혜'보다는 좋은 '한두살 위 선배의 삶의 정수(?)' 같은걸 전수받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삶에 좋은 멘토, 좋은 선배 필요한 시점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에세이는 잘 추천하는 일이 없지만 이 책은 정말 대단하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자주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자기 나름의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자주'가 아니라 어쩌다가 '아 참, 너도 사람이었지!'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가난과 고난없이, 살아왔다...고 한다. 전쟁 직후 혼란한 상황에서 가정부 셋을 쓰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컸다. 머리도 좋아서 쉽게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고시도 6개월만에 패스. 대법원장이 아버지의 친구였다. 이런 평탄한 삶이라니, 부러웠다. 그렇게 편하고 순탄하게 살아 왔으면 적당히 타협도 하면서 내것 지키기하면서 살아갈만도 한데 작가는 치사하게 살기 싫었다고 한다. 치사하게 살지 않기 위해 옳지않은 일 하지않고, 더러운일 피하며 삶을 살아온 경험을 글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누구든 고소하고 보는 지역 유지와의 일화나, KFC, 던킨도넛 같은 외국회사가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속 숨은 이야기도 볼만했다. 판사를 그만두고 대우에 입사하여 자신만의 분야를 발굴해낸 이야기도 좋았다. 사람과, 기본을 중시하는 행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귀결된다.   

"제가 회장님 생각을 잘 압니다."
"어떻게 알아?"
"제가 판사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나쁜 사람 속을 많이 압니다."

 


 독재-군부 정권의 풍파속에 판사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대형로펌의 대표로 성장해가는 인생사가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인상 깊은 구절도 많고,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나, 검찰개혁, 공직자 비리에 대한 의견도 담겨 있다. 판사, 변호사, 법무법인 대표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생각하는 시대의 이슈를 직접 들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부분도 좋았다.  

 


 정말로. 배울 점이 많았다.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훈계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데 왜 이렇게 와닿는 이야기가 많을까. 읽는 어려움도 없다. 사람을 우선한다는 법조인이라 그런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으로 쓰여있다. 정말 좋은 책이다. 강력 추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