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 최은영, '따듯한 슬픔'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광명사는 지인이 광명 최고 아웃풋 이란 농담을 했는데 소설을 읽고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 앞으로 100년 뒤에도 읽힐 한국소설이 있다면 이 작가의 소설이 아닐까. 쇼코의 미소가 등단작인걸 생각하면 더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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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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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가깝지만 흔하지 않은 소재를 정말 ‘잘’ 활용한다. 덕분에 쉽게 읽히고 호기심이 동하는데 읽다보면 이야기의 흐름에 뒷골이 땡- 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눈물이 차오른건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 작품상 모음집을 안 읽는 이유중 하나가 일기장 같은 지들 연애사에 괜히 있어보이는 척하는 사회이슈 한소끔 뿌리기하는 소설이 꼭 2-3작품이 선정되기 때문인데 최은영 작가는 그 치들과는 달랐다.

 

 쉽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누구나 경험 했을 만한 가족의 일상을 시작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문체로. 평온한 말투로. 독자를 소설 속 가족의 구성원으로 만든다. 가족이 되어버린 독자는 뉴스로는 느낄 수 없는 그들이 겪는 희노애락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개인 - 가족 - 사회 - 가족 - 개인으로 풀어나가는 서사구조는 정말로 천재적인 것 같다.

 

 소설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이란 감동은 다양한 각도로 받았다. 길게 리뷰 쓸 필요가 없는 소설이다. 좋은 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추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