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1. 첫 수영, 그날 밤

생각보다 물이 무섭진 않았다. 집 근처 수영장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나는 물에도 못 뜨는 완전 맥주병에 물을 무서워 하는줄 착각하며 살았다.



 집에서 2km정도 떨어진 수영장은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오늘 같은 날씨에 걷기 적합했다. 내가 등록한 반은 9시부터 10시까지 하는 직장인 마지막반, 그냥 사람이 제일 없을 것 같아 등록했다. 화, 목, 금반에 등록했는데 이번달 - 다음달 목금 출장이 많아서 반을 화수목으로 바꾸던지 월화수로 바꾸던지 해야할 것 같다. 


<수영장 가는길 우체국 건물에 있는 독특한 카페>


 아무튼 추적 추적 비오는 날씨에 가로등 노란불빛의 색에 감탄하며 걸었다.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은 나무에 비친 가로등 빛이라던가, 구름, 노을, 해가 지기전 파란시간, 새벽의 안개, 비오는 날의 길바닥 같은 것에서 작은 감동을 느낀다. 이런 저런 이상한 생각들을 하다가 수영장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등록한날 끊어준 영수증을 가지고 오면 카드를 준다고 했는데 영수증을 놓고 왔다. 다행스럽게도 관리하시는 분에게 이름을 말하니, 카드를 슥 보여주더니 락커키로 교환해 주었다. 보통은 회원증을 내면 그걸 보관하고 락커키를 내주는 구조인듯 하다.


 이렇게 정식 수영장에 온건 초등학생 시절 장충단공원에 있던 코끼리 수영장 이후로 처음인듯 하다. 흔한 워터파크 같은 곳에도 안다녀서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입장했다. 


 분명 데스크에서는 안에 가면 강사분이 있을거라고 처음왔다고 말하면 될거라고 했는데 누가 강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멍하니 수영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있다가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다른 회원에게 강사가 어디있냐고 물어 강사를 찾아냈다. 강사는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시니컬 해보이는 것이 수강생을 혹독하게 잘 알려줄 것 같은 인상이었다. 이것저것 배운 경험을 떠올려보면 강사는 시니컬하고 까칠해 보일수록 실력이 뛰어났다. 


 정시가 되면 체조를 하고 모이라고 했다. 그게 뭔소린가 싶어서 혼자 몸을 풀다가(체조)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9시 정시에 갑자기 사람들이 수영장 둘레에 서기 시작했다. 무슨 종교의식이 시작되는 것 마냥 나는 당황했는데 눈치껏 후다닥 따라서 섯다. 호각소리가 삐익- 나더니 정시부터 체조가 시작되었다. 앞서 강사가 말해주었던 체조가 이것이었다. 


 10분여간 기본적인 체조가 진행되고 까칠한 강사는 나에게 수영해본적 있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 그런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아뇨'라고 했다. 강사는 좌절한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고, 주변 수강생은 그런 강사의 모습이 익숙한 듯 '꺄르르' 하고 웃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유아용 풀장으로 고갯짓을 하며 저기서 좀 놀고있어요 하는 것이다.  초급반을 수강하는 사람은 6-7명 정도 되어보였다.



 나는 유아용 풀에서 물속걷기를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얼굴을 물에 담그고 놀라고 지시했다. 혼자 노는건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혼자 노는건 잘 못하는 듯 했다. 유투브에서 본 수영 첫날 호흡법을 따라해 보았다. 


 코로 숨을 내쉬는데 물방울에 얼굴, 귀가 간지러워 움찔했더니 코로 뱉어지던 숨이 들숨이 되어 물을 먹었다. 몇번 반복하니 익숙해 지긴 했으나, 불편한건 여전했다. 유아용 풀에서 그렇게 코로 내뱉기 입으로 들이마시기, 공기 다 내뿜고 가라앉기 등으로 하고 둥둥 떠다녔다.  


 그렇게 한 20분쯤 방치 되었을까, 강사의 호출이 있었다. 그리고 진행한 것은, 걸터앉아 물장구 치기, 100번을 하라고 하는데 알려준 방식대로 100번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엉덩이 끝쪽 까지 걸터앉아, 발목을 쭉 펴고, 무릎을 펴고 허벅지 힘으로만 들었다 놨다를 하라고 했는데, 무릎이 안구부려지도록 하라고 이야기 한 듯.



 허벅지에 힘을 빡주고 막 발차기를 시작했는데, 이쪽으로 사람들이 한바퀴를 돌아서 막 다가왔다. 물이 튈까봐 나는 조심스럽게 멈췄는데 강사는 물이 튀건말건 사람이 오건말건 물장구를 치라고 이야기 했다. 다시 다리를 쭉 폈는데 갑자기 쥐가 났다. 어제 회사에서 풋살을 해서 그런듯 하다. 놀라서 바로 발을 풀어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뻔했다. 


 100번쯤이 되었을까 뒤집어서 걸터앉아 뒤로 발차기하는 것을 연습 시켜주었다. 이번에도 허벅지를 이용하라 했는데 감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아둥바둥 100회 했을 무렵. 내려오라고 하더니 물에 뜨는걸 알려주겠다고 한다. (엄청난 진도다.) 


 턱을 가슴쪽으로 당기고 몸에 힘을 빼라고 했다. 그리고 내 몸을 조금 스윽 밀었는데 신기하게도 물에 뜨는 느낌이었다. 몸에 힘을 더 빼라고 했는데 내가 몸에 힘을 뺄줄 알았으면 진즉 골프 싱글플레이어 였을 것이다. 어쨋든 핀잔을 들으며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연습했다. (더럽게 안된다.) 


 일단 물위로 발이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발차기가 자꾸 힘이 들어가 몸통이 뒤틀렸고, 몸통을 고정하려다 보니 힘이 들어가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두걸음 걸어 발차기를 하고 다시 서고를 반복하면서 한바퀴를 돌았을 때 시간은 어느덧 50분이 지나 하루 수업이 끝났다. 너무 아쉽고, 재미있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강사가 까칠한게 배우는덴 좋다. 상의탈의를 하고 있는게 생각보다 신경이 덜 쓰였다. 털보가 없었다.  



 이것이 내 수영 첫날의 소감이다. 부랴부랴 씻고 옷을입고 집으로 향했다. 수영은 5년전부터 배워야지 배워야지 했던 것인데 무엇 때문인지 이제서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고 무섭던 수영이 막상 하루 해보니 별거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