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글이란 이런게 아닐까. 모두의 공감을 사기도 하며, 가슴한켠 머리 한쪽 어딘가를 쿵 하고 울리는 우리가 간지러워하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글.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그런 글이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잘 알려진 김영민 교수의 산문집이다. 삶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묶어 써놓은 산문집인데 표제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김영민 교수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인 듯 하다.
이 산문집은 유독 와닿았다.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꽤나 짧게 담겨 있으며 김교수의 인생관이 잘 녹아 있다. 물론 그게 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생각의 글을 읽는 것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자주. 많이 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재미있는 삶을 위한 원동력 같은 것이 되어주고는 하는데 김영민 교수도 비슷한 것 같다.
책의 첫 머리 프롤로그에는 죽음에 대한 저명한 인사들의 인용구가 줄줄 나온다. 프롤로그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죽음에 대한 말들은 우리에게 죽음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사실 프롤로그에서 벌써 많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뒷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다.
부고보다 죽음이 빠르다는 것,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간다는 것, 죽음을 생각하며 삶에 대한 각오를 다진다는 이야기는 구구절절 와닿았다.
내가 죽음을 생각할땐 죽음 이후를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내가 안한 일과 못한 일, 그리고 죽기전에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떠올린다. 더 깊게 생각하면 사후.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라는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아무것도 없다는걸 생각하다보면 그 황망한 어둠에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며 사색에서 깨어난다. 이렇게 한 번 놀라고 나면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삶의 소중함이 갑자기 절실하게 느껴지곤 한다. 종종 나는 이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교수의 산문집으로 죽음 뿐만 아니라, 결혼, 명절, 학교, 일상, 사회 등 삶 전반에서 교수가 느꼈던 것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예를들어 추석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난처한 질문을 던지는 친척들을 향해 존재론적인 질문으로 되갚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꽤나 그럴듯하다.
그 질문은 이렇다. 당숙이 결혼에 대해 물어본다면 "당숙이란 무엇인가?" 라고 되묻는 것이다. 제정신이냐고 물어보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 라고 되묻게 된다면 식탁에서 답습되어 내려온 캐묵은 질문들은 사라지고,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다가오는 봄 기가 차지만 핵심을 유머러스하게 파고드는 산문들이 가득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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