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단기 - 빌 브라이슨, 진짜 미국여행!

 빌 브라이슨의 ㅇㅇㅇ시리즈는 재미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주요한 계기도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덕분이다. 처음 빌 브라이슨의 유럽산책을 알게된건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듣던 중이다. 북유럽을 통렬하게 비꼬는 빌 브라이슨의 문체와 그걸 담담하게 읽는 김영하 작가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염세, 회의, 비관, 비꼬기, 헐뜯기의 전문가다. 솔직히 그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다. 세상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이고 따듯하게 살아가려는 노력 중 빌 브라이슨을 만난건 굉장한 행운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비꼬기의 달인이다. 안 좋은 걸 솔직하게 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유럽산책을 읽고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고 싶단(비꼬고 헐뜯고) 생각에 사로잡혀 블로그를 하게 되었다. (초기 블로그 이름은 최고씨의 발칙한 생활리뷰였다.) 


 얼마간은 그런 스타일의 글을 쓰기도 하고, 얼마간은 대충 하루를 채우려는 글쓰기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빌 브라이슨의 글쓰기 스타일을 닮고 싶다. 


 오늘 포스팅에서 다룰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단기>는 미국인 빌 브라이슨이 30대 중반 미국을 횡단한 이야기를 그의 스타일로 적어놓은 여행기이다.




 유년기 그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차로 여행다녔다. 대공황을 겪은 그의 아버지는 유난히 짠돌이라 최악의 여행지들과 최악의 숙소를 다녔다. 빌 브라이슨은 영국에서 돌아온 집에서 미국횡단을 결심하고, 어머니의 오래된 차를 빌려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에는 한가지 목적이 있기도한데, 유년시절 다녔던 도시를 재방문하는 것 외에도, 빌브라이슨이 아말감이라고 칭하는 마을을 찾는 것이다. 책에서는 모어빌 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번역되어 있다. 모어빌은 미국의 시트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되고 예쁜 중산층 도시를 말한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나름 환상의 도시를 찾는 것이다.





 책 전체의 흐름은 반복적이다. 어디로 갔다. 길이 어떻다. 도시는 어떻다. 호텔은, 모텔은 어떻다. 식당은 어떻다. 하는 식으로 쭈우욱 나열된다. 거기에 각 지역마다 나타나는 특색을 묘사하는데 미국에 대한 지식이 좀 더 있으면 좋았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 미국의 넓은 땅덩이를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의 차이만큼이나 주 마다 다양한 특성들이 있겠지만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유럽산책보다는 확 와닿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유럽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니면서..)




 

 미국인들은 꽤나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곤 한다. 


"오, 전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한니발에 오면 전 꼭 여기에 들르죠. 일 년에 두세번쯤, 때로는 여기 오려고 일부러 한니발까지 찾아오기도 하는 걸요."

"정말로요??" 나는 너무 어안이 벙벙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럼요,  지금까지 한 이삼십 번은 왔을 걸요. 여기는 진정한 성지잖아요."


"아, 생가를 잘 해 놨다고 생각하세요?" 

"오, 그럼요."

"트웨인이 자기 책에서 묘사한 것과 이 집이 똑같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이 말했다. "그 사람 책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요" 


 마크트웨인의 생가 앞에서 만난 한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다. 이런식의 미국인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빌 브라이슨은 유쾌하게 소개한다. 


수학여행온 아이들 처럼 시끄럽고 흥분해 있던 노인들은 매표소에서 나를 밀치며 앞으로 갔다. 내가 특히 침례교인인 노인네들을 주저 없이 되 밀치리란 걸 미처 생각지 못한 게 틀림없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왜 노인들은 하나같이 저렇게 자기중심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거지? 하지만 나는 온순하게 빙긋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곧 죽을 사람들이라는 안도감에.




 절경도로 라고 표현된 도로에서 진짜 절경을 만난 적 없으며, 미국의 얼마되지 않은 유적지들은 대부분 너무 입장료가 비쌌으며 볼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주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색들을 잘 표현한 것이 이 책이 주는 유익함 일 것이다. 거기에 빌 브라이슨 특유의 비꼬기는 읽는 내내 즐거움과 통쾌함을 준다. 


 코로나 19로 집안에만 틀어 박혀있어야 하는 요즘 빌 브라이슨과 함께 신나는(?) 미국횡단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꽤 지난 과거의 미국 38개주의 다양한 모습은 앞으로 미국횡단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앞으로 가지 않을 사람들에게 큰 정보와 재미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