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추천사로 시작하는 이 재미있는 책은 멸종위기 동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이다.
작가는 더글라스 애덤스. 아는 사람들은 아는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다. 단순히 코믹 SF소설작가 인줄만 알았는데 더글라스 애덤스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2001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은 친구를 잃었고, 문학은 전문가를 잃었으며, 마운틴고릴라와 코뿔소는 용기 있는 후언자를 잃었다" 며 다재다능한 작가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1985년 한 잡지사의 의뢰로 마다가스카르의 멸종위기종 '아이아이'라는 여우원숭이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시작이었다. 이 첫 번째 여행에서 놀라움을 느낀 더글라스 애덤스는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에게 3년 뒤 전세계 멸종위기 동물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자고 제안한다. 3년 뒤 1988년 부터 둘은 전세계를 돌며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알리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책에서는 여느 여행기와는 색다른 차이점이 있다. 우선 관광지를 가는 것이 아니다. 유명 관광지를 다니는 것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들 중 이제는 객체수가 몇 마리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을 찾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여행의 모든것은 기존의 여행기에서 볼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 동물들을 보러 가는길에만 겪는 어마어마한 불편함들 (돈을 요구하는 출입국 관리자, 갑자기 없어진 비행기 좌석, 급류, 국가적 방해 등) 을 겪고 만나고자 하는 동물을 발견하는 일은 읽는 내내 한편의 모험소설을 읽는 듯한 착가에 빠지게 만들었다.
단순하게 '어딘가에 가서 어떤 특정 동물을 발견하고, 이런 동물을 발견했으니 잘 보호합시다' 라는 내용만 담겨 있는 책이라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더글라스 애덤스가 썼다. '멸종위기종에 관심을 갖는 것을 중요합니다'라는 교훈적인 내용을 넘어 재미까지 있기 때문에 널리 알려졌고, 읽혔을 것이다.
그들은 코모도 왕 도마뱀을 만나기 위해 사전조사를 위해 맬버른의 독 전문가를 찾아간다. 뜬금없이 독전문가를 찾아간 이유는 코도모 섬에는 평당 독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더글라스 애덤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유일한 정답은, 이건 진짜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물리지 말아요. 물릴 이유가 없어요. 그곳에 사는 뱀들은 당신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일찌감치 길에서 비켜날 테니까. 조심만 하면 뱀은 사실상 걱정할 게 없어요. 당신들이 정말 걱정해야 할 건 해양생물들이지"
"어떤 것들인데요?"
"붉은 쏨뱅이, 퉁쏠치, 바다뱀, 육지동물들보다 독이 훨씬 강력해요. 통쏠치에 쏘이면 통증만으로도 죽을 수 있어요.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물에 몸을 던진다니까"
"그런 것들이 어디에 사나요?"
"바다에 살지. 수도 없어요. 나라면 바다 근처엔 가지 않겠어요. 독을 지닌 것들이 득시글 거리니까. 정말 질색이야"
"박사님께서 좋아하시는 건 뭔가요?"
"수경재배" 그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독을 지닌 것 중에 좋아하는게 있냐고요."
"있었지, 하지만 그녀는 날 떠났어.
코로나 19로 지구가 깨끗해지고, 동물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이 책을 읽었는데 지구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데 너무 막 산게 아닌가 생각했다. 종이 없어진다는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그리고 대부분의 멸종에는 인간이 관여하고 있단 사실을 생각해보면 착찹해진다. 심지어 우리가 멸종시킨 동물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친것도 아닌데...!
책에 나온 중국의 양쯔강 돌고래는 두 남자가 방문했을 당시 200여 마리가 남았었지만 (강에 사는 돌고래라니 이것부터 놀랍다.) 06년 멸종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마지막 도도새는 네덜란드 인에 의해 맞아 죽었다고 한다. 아무 이유없이. 도도새의 멸종이유는 인간을 겁내지 않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멸종위기 종들이 존재한다. 이런 종들에 관심을 갖고 돕기 위해 후원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구에 인간말고 다른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단 사실을 자각하고, 조금 더 지구를 아껴 사용하면 좋겠다. 이러다 내 손자의 손자의 손자는 인류라는 종 말고는 모든 동물을 시청각 자료로 봐야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기회라니> 지금은 절판되어 중고책으로 구해야 한다.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을 이용해 꼭 한 번 읽어보고, 멸종위기종 그리고 지구의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구는 인류의 것은 아니다.
끗-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급생 - 프레드 울만, 시대의 광기로 저버린 아름다운 유년시절 (1) | 2020.06.05 |
---|---|
호랑이 그림자를 한 고양이 - 김진관, 공황장애, 심리치료 받으세요 (4) | 2020.06.01 |
고양이 요람 - 커트 보니것, SF 블랙코미디 (5) | 2020.05.28 |
제11회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 강화길, 김초엽, 장류진 (4) | 2020.05.11 |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단기 - 빌 브라이슨, 진짜 미국여행! (0) | 2020.05.02 |
죄와 벌 - 톨스토이, 청춘의 오만, 절망의 대담함 (5) | 2020.04.27 |
미 소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11) | 2020.04.13 |
늑대 - 전성태, 경계에서 충돌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의 욕망 (6) | 2020.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