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 이와이 슌지, 수채화 같은 사랑 이야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낸답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 장면. 이 장면 덕분에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있었다. 너무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어 친숙했고, 알게 모르게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 받았다. 그리고 책도 재미있단 이야길 들었다. 책이 원작이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는 이와이 슌지.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하나와 앨리스, 4월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소설, 영화, TV, 음악에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형 작가. 소설 <러브레터>는 그가 소설로 쓰고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위 장면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설원 마을에서 펼쳐지는 아련한 신파 로맨스'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잘나가던 90년대 일본문화의 감성의 선두주자. 심지어 유행을 타지도 않을 것 같은 이야기와 글이었다. 영화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로 소비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진 않았지만.)


 

 #러브레터 줄거리

이츠키의 두번째 기일. 이츠키의 친척들과 지인들로 분주하다. 히로코는 아직도 그의 죽음이 생경하다. 이츠키의 집에서 우연히 그의 중학교 앨범을 찾아낸다. 앨범에는 이츠키의 중학교 시절 주소가 나와있다. 언젠가 이츠키는 히로코에게 그곳은 없어져서 국도로 변해버렸다고 말한적 있다. 

 

 그가 아직은 그리운 히로코는 이츠키의 주소를 적어 집으로 간다. 그리고 짧은 편지를 보낸다. 이미 국도로 변해버린 그 주소에 편지가 도착하지 않을거란 사실을 알면서.

 

후지이 이츠키님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낸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

 

 이츠키의 기일 4일 뒤 히로코는 이츠키의 답장을 받는다. 

와타나베 히로코님

저는 잘 지냅니다.

하지만 조금 감기 기운이 있습니다.

 

후지이 이츠키

 

 국도로 변해버린 주소지에 보낸 이 편지가 기적처럼 느껴진 히로코는 분명하게 이츠키가 보낸거라고 생각하며 답장을 쓴다.


 우연. 우연이란건 참 멋진일이다. 이 소설의 소재는 어쩌면 약간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연으로 관계가 시작된 두 인물이 이츠키라는 남자를 회상하며 묘한 우정을 쌓아간다.

 

 영화 <굿윌헌팅>의 심리학 교수 숀이 담담하게 사별한 부인을 추억하는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던 날의 야구경기, 잠잘때 버릇 같은 소소한 것들이 사무치게 그립다는 숀의 독백. 이 소설에서도 같은걸 그리워 한다. 주인공들은 이츠키의 멍 때리는 것, 낙서를 하는 것, 사람과의 관계가 서툴었던 것들을 추억한다. 

 

 

 <러브레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편지. 그 편지에는 대단하고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쓰여있진 않다.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는 작은 것들. 예를 들어 터벅 터벅 걸을 때의 보폭과 리듬감, 잘땐 손을 꼭 쥐던 버릇 같은 소소한 그날의 아름다운 일상이 담겨있다. 

 

 

[영화 리뷰] 러브레터 '잘 지내시나요?, 일본 감성이 가득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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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는 황순원의 소나기에 이 소설을 비유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수채화 같은 사랑이야기이다. 영화도 곧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