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 백석,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시의 세계

 1936년 100부 한정으로 판매된 <사슴>. 당시 2원이던 (말이 5원이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윤동주는 구하지 못했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밤새 <사슴>을 필사하여 필사본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클래식은 옳다. 시는 옳다. 두개는 언제나 옳기 때문에 백석 시인의 <사슴>을 선택하는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백석의 본명은 백기행. 뛰어난 시로 유명하다. 그의 시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윤동주는 물론이거니와 화가 이중섭, 동화작가 김요섭, 시인 안도현, 신경림 등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평안도 출신인 백석은 일본의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시를 너무 좋아하여 그 이름의 앞 글자 石자를 자신의 필명을 지었다. 평안도 출신으로 순수한글을 이용한 시들이 많고,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토속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시가 백석시의 특징이다. 


 그의 시 만큼이나 살아온 이력도 다채롭다. 친일파 방응모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영어사범과를 졸업한다.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하며 조선일보를 통해 등단했다. 그리고 스승이자 독립운동가 조만식의 권유로 평양에서 통역일을 하며 그를 도왔다.  독일어, 영어, 러시아어에 능통했다고 전해지고 국내 러시아 문학의 번역에 큰 역할을 했다. 고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을 번역했다. 


 북에서 조만식이 친일파로 몰려 연금되자 시 쓰는것을 중단하고 아동문학을 연구했으나 부르주아적 잔재로 비판받아 문단에서 아에 사라지게 된다. 북한노동당을 위한 시를 강제로 짓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1996년 1월 노환으로 사망했다.


 백석은 성북동의 절 길상사와도 연관이 있다. 생전에 백석의 제자. 김진야의 누이인 기생 김진향씨와 3년간 연애 했다고 한다. 김진향씨는 광복 후 대원각이라는 큰 요정을 운영했었는데 말년에 법정스님에게 요정 전체를 시주하여 지금 성북동의 길상사가 되었다. 생전에 '1000억원이란 돈도 그의 시 한줄만 못하다' 라며 그를 그리워 했다고 한다. 



#시집 <사슴>

 다시 시집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슴>은 1936년 만들어졌다. 평안도, 통영 등 지역을 활용하거나, 토속적인 생활용품들이 시에 자주 등장한다. 나는 동물이 주제로 등장하는 오리, 수라와 같은 시들이 참 좋았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학교에서 배우고, 어디선가 들어봐서 잘 안다고 했던 시인 백석. 우연히 시집을 구매해서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장편중편 단편. 모든 이야기에 지쳤을때, 백석 시인의 따듯한 시 한구절 읽어 보는건 어떨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