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책 - 토베 얀손, 손녀와 할머니의 아기자기한 섬 생활 이야기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소피아가 말했다. "가끔은 내가 이 고양이를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이상 얘를 사랑할 힘이 없는데, 그래도 계속 얘 생각만 나."


 순수하고, 따듯한 이야기다. 아껴보고 아껴보다 결국 다 보게 되었다. 책은 손녀 소피아, 할머니, 소피아의 아버지, 그리고 섬, 여름, 바다가 등장한다.  




 작가는 토베얀손. 1914년 핀란드의 작가다. 이 작가는 그 유명한 귀여운 트롤 무민을 만들어낸 작가다. 무민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귀여운 무민이 1945년에 탄생되었다니 놀라울 따름. 작가는 아동문학, 소설, 미술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며 핀란드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오늘 소개할 책 <여름의 책>은 여름날 섬에서 살게 된 소녀 소피아와 할머니 그리고 묵묵히 뒤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일상을 옴니버스형식으로 묶어낸 단편집이다. 소피아는 이제 막 아동기를 벗어난 철없는 소녀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두 인물이 섬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소피아의 순수함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걸 따듯하게 아우르는 할머니의 다정다감한 모습에서 나는 아이가 되었다가, 어른이 되었다가 하는 신기한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이거 봐!" 소피아가 외쳤다. "저택을 또 하나 찾았어!" 

"하지만 얘야, 난 네 아빠에게만 엄마란다."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에잇!!" 소피아가 외쳤다.  "왜 아빠만 엄마라고 부르는데?" 소피아는 주운 저택을 운하에 던지고 가 버렸다.



 소피아와 할머니의 섬생활은 대부분 가슴이 찡-해지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나의 유년시절과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유년시절 외가에 머물던 시기가 꽤 있었다. 지금처럼 당시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집에 방치되는 시간이 긴 여름방학은 주로 시골에서 머물렀다. 외가 식구들이 나와 동생의 여름시절 공동 양육자였다. 


 동생은 이모네, 나는 할머니네 몸을 의탁하는 생활이 유년기 여름이면 돌아왔다. 외가는 섬은 아니었지만 작은 소도시였다. 아파트가 막 들어서기 시작하는 도시화가 되고있는 할머니네 집은 1층에 카센터가 있었다. 나는 카센터에 주차된 자전거에 올라타서 신나게 도심을 달리는 상상을 하며 페달을 밟았다. 


 신나게 페달을 밟다가 나는 자전거에서 넘어졌고, 자전거 옆에 있던 드럼통에 빠졌다. 폐 기름과 물이 가득 들어있던 드럼통에서 허우적 거리던 중 할머니 손에 건져졌다. 그렇게 2-3시간동안 이태리 타올로 기름기를 온몸에서 빼는 작업을 진행했다. 타올에 밀린 피부가 너무 아프고 끈적 거려서 목욕당하는 내내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도 굉장히 힘드셨을 것이다. 나만의 <여름의 책>에 들어갈만한 에피소드다. 


 소피아와 할머니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험과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번은 겪었을 그 시절 여름의 애틋하고 따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문장은 읽기 쉽고 글은 따듯하다. 최근 사람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화가 많이 나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덥기도 덥고, 비도와서 습하고, 코로나 19로 답답하고 짜증나는 마음일 것이다. 뉴스도 좋은 일이라곤 전혀 없어보인다. 너무 답답할땐 <여름의 책>에 나오는 섬으로 피서를 떠나보는건 어떨까. 소피아를 통해 순수함을 되찾고 할머니에게 삶의 지혜를 배워보는 것만으로 화가 조금은 누그러 들것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