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펀치 드렁크 러브 '거칠게 표현한 사랑의 섬세함'

펀치-드렁크 러브. 폴 토머스 앤더슨이 나를 다시 한방 먹였다. 마스터의 먹먹함에 몇일을 고생했던게 생각난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9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아마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 마다 이 영화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이게 사랑이지. 

 

 

 감독은 폴 토머스 앤더슨, PTA라 불린다. 미국의 천재감독이다. 영화계에서 자기 멋대로 영화를 만들어도 칭찬받는 유일한 감독이다.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주연은 애덤 샌들러, 에밀리 왓슨이 맡았다.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중간에 나와서 정말 감초같은 연기를 해주는데 너무 좋았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못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펐다. 

 


 

 펀치-드렁크 러브는 제목과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게 되면 읭??! 으잉???으엥?? 오..? 오!! 와...! 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남자 배리 이건 무언가 행사에 쓰는 용품을 파는 작은 사업체의 사장이다. 그는 조금은 독특해 보인다. 한창 영업활동을 하는 중 누나에게 연락이 온다. 파티에 꼭 참여 하라는 것, 그리고 잠시 뒤 다른 누나에게 또 다른 누나에게 또 다른 누나에게 연락이 온다 한것 시달리고 파티에서 그는 7명의 누나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돌발 행동을 한다. 

 

 

 

 상담이 필요한 배리 이건은 폰섹스 업체에 전화를 하고, 캘리포니아의 모르는 여자와 대화를 한다. 그에게 필요한건 섹스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화상대다. 

 

 다음날 아침 어제 대화했던 폰섹스 업체 여직원에게 연락이 온다. 자신에게 돈을 좀 달라는 것. 배리는 자신이 이런식으로 이용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다신 연락하지 말라는 엄포를 놓는다. 돈을 받지 못한 그녀는 사장에게 보고하고 사장은 깡패들을 그에게 보낸다.

 

 

 그런 와중 배리의 동생은 자신의 직장 동료 리나를 소개시켜주고 배리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만 자신의 허물까지도 받아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쉽게 용기내지 못한다. 

 


 

 영화는 불안정한 인물 배리 이건을 내세워 95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초반 차량이 전복되고 뜬금없이 파이프오르간이 놓이고, 대형 트럭이 치고 갈뻔하거나, 파란양복을 입고 슬픔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배리과 주변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상적인 상황을 기대하지 않게 한다. 

 

 불안한 배리 이건의 개인적인 상태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폰섹스 업체의 부당한 압박과 리나의 접근, 누나들의 닥달이 더해지면서 배리는 폭발하게 된다. 그의 폭발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기괴하던 그의 행동들을 영화를 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리나와의 만남을 통해 배리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극도로 불안한 주인공을 앞세워 그의 상태를 엉망으로 만든 뒤 그 탈출구로 리나(사랑)라는 출구를 만들어 놓는다. 극이 진행되면서 이토록 섬세한 사랑이야기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와 불안으로 살아가던 인물이 사랑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과연 나는 수 많은 관계들 속에서 배리가 리나에게 대하듯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용기를 낸적이 있었을까 되돌아 보았다. 

 


 

 

 영화는 말하려는 내용만큼이나 영상미도 뛰어나다. 배리의 불안, 분노를 표현하는 다양한 장치들 사랑을 표현할 때의 연출 유명한 호텔에서의 키스씬, 식당에서 차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호텔 복도에서 코너를 돌때 번지는 빛의 산란, 리나의 아파트에서 그녀의 방을 찾아 뛰는 장면 들에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의 영상적 표현기법을 마주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OST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찰진 대사들은 또 어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아. 이게 영화구나’ 하고 느꼈다. 감탄과 함께 심장이 설렘으로 가득했다. 펀치 드렁크. 복서들이 펀치를 너무 많이 맞아 겪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 나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날린 사랑의 펀치에 망연자실하게 한동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