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택> 시오라멘 제대로 하는 집

  지겨운 도수치료. 도수치료를 받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평소 자주 가던 라멘집에 들어간다. 오늘 포스팅할 가게는 담택. 이미 워낙 유명해서 굳이 내가 포스팅은 하지 않았는데, 때마침 쓸 거리도 떨어졌겠다. 신메뉴도 나왔겠다. 담택을 소개할까 한다. 

 

 담택은 합정역에서 5-10분정도 거리에 있다. 서교동 어딘가에 있고 가고 싶은 사람은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회사와 병원사이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길에 덜컥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던 시간인데 이미 내부는 만석이었다. 

 

 

 잠깐 기다리려고 했으나, 바테이블에 1자리가 비어있어 그곳으로 안내 되었다. 바테이블은 사실 2인 1조의 느낌으로다 한의자에 두명이 앉아야 하는데 모르는 분과 동석하게 되어 머쓱했다. 

 

 메뉴판이 나왔고, 나는 그냥 별 고민없이, 보통은 유자시오라멘을 먹지만, 와사비 시오라멘을 주문했다. 나는 고추냉이를 좋아한다. 

 

 시오라멘은. 소금으로 간을 낸 라면이다. 일본라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야채나 뼈로 육수를 만들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그래서 조금 짠 맛이 강하다.

 

 

 주문을 하고, 한 동안 앉아있었다. 담택의 인테리어는 구석구석 아기자기함이 묻어있다. 일본의 동네 라멘가게라면 이런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테리어. 근처의 가타코토 카레집도 비슷한 인테리어인걸 보면 일본 스타일의 인테리어 인듯 하다. 뭔가 세월이 곳곳에, 주인의 애정과 머물면서 깨알같은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잠시 후 옆자리 동석하던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갔다. 나는 목이 제법 말랐지만, 왼쪽 자리 손님들의 물병에 손대기 싫었고(공용이었을 것이다.) 오른쪽 물병에 손을 대자니 식사를 방해하게 될 것 같아 꾹 참고 있었다. 옆 손님이 나가자마자 물병을 가져와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후 나왔다. 와사비 시오라멘이. 

 

 

 영롱한 국물색, 요염한 챠슈, 오동통한 계란과 올망졸망한 버섯, 잘썰린 파와 부추, 그리고 고춧가루 까지. 제대로다. 제대로니까 사진을 한장 더 보자. 

 

 

제대로다. 허기졌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금새 고명들을 섞었다. 

 

 

 아참, 시오라멘은 잘 익은 깍두기와, 생강절임이 나온다. 제법 느끼한 라멘의 끝 맛을 꽤 잘 잡아준다. 

 

 

 요염한 챠슈의 자태. 돼지고기를 익혀 고명으로 올린 것, 챠슈는 본래 중국의 돼지고기 요리 중 하나. 일본라멘의 고명으로 쓰이면서 챠슈라멘이란 것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이 중국집에서 팔리는 것과 같은 포지션이라고 한다. 

 

 챠슈는 부들부들하고, 식감이 굉장하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도 나고, 돼지고기의 비릿한 향도 나지만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온 옆 테이블에서는 기본 시오라멘에 챠슈를 추가해서 먹었다. 나도 챠슈를 추가해서 먹기로 맘 먹었다. 맛이 좋다. 담택의 라멘에는 기본적으로 차슈 두점이 제공된다. 

 

 

육즙을 가득 머금은 오동통통동동통토동돝동동한 버섯이다. 말캉 쫀득한 식감에 진한 육수를 머금고 있어서 마치 고기를 먹는 듯한 느낌이 난다. 몇개 더 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뭐든지 살짝 아쉬운게 좋은거다 라는 선인들의 지혜가 불현듯 떠올라 만족하기로 했다. 어? 만족하면 아쉬운게 아니잖어. 

 

 

 계란은 역시, 반숙이다. 담택의 계란은 반숙, 뜨거운 국물에 담겨있지만 반을 갈라 먹으면 노른자 부분은 아직 차서 멋지다. 맛에 멋짐이 있다면 담택의 계란반숙이 아닐까. 짭잘한 국물에 차가운 반숙란은 포만감과 담백함을 더해준다. 

 

 

면! 적당하게 익은 면, 쫄깃하고 맛있다. 너무 익지도 너무 안익지도 않았다. 물론 그래야 면이긴 하지만, 좋은 면을 사용하는 듯 하다. 대만에서 먹었던 우육면이 생각났는데 일본 본토에서 라면을 먹어본적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방사능과 무관한 지역에 놀러가볼 예정. 

 

 이렇게 호화스러운 구성으로 만들어진 라멘은 10분도 안되어 내 위장속으로 들어갔다. 정작 와사비라멘에 대한 이야길 안했는데, 따듯한 모밀을 먹는 듯한 느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난 좋았다. 

 

 다음번엔 유자시오라멘을 먹어볼 생각이다. 

 

이게 제대로된 일본식 시오라멘이다. 라고 말하기엔 일본에 가본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가장 일본에 가까울 것 같은 라멘이다. (?)

 

아무튼 맛있다는 이야기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