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휴머니즘은 SF를 타고..

허.. 숨이 멎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놀라움을 느끼는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SF소설과 판타지를 좋아한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멋진신세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영웅전설', '마션', '해저삼만리', '닐게이먼의 온갖 소설들' 처럼 상상력을 기반으로 설정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그런 와중에 스토리도 좋은 소설들을 사랑한다. 


 인간의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가거나 감수성을 톡 하고 건드는 책들은 많다. 상상력에 기반하여 논리적고 구체적인 책들도 많다. 그러나 둘다 잘하는 책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런 몇 안되는 소설 중 오늘 소개할 테트창의 이 단편소설집은 당연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 최고 일 것이다. 


 처음 알게 된건 팟캐스트다. 영화 컨택트에 대해 이야기하다 짧은 원작소설인 테드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소개해주었고 나는 그 소개를 듣고 영화를 봤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책은 8개의 짧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읽지않은 독자들을 위해 스포하지 않는 선에서 설정들만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바빌론의 탑 

하늘에 닿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의 바벨탑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탑이 무너져 언어가 갈라졌다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 책은 바벨탑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테드창은 친구의 바벨탑이야기에 매료되어 소설을 작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바벨탑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꼬박 1년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공들은 사람이 떨어지는건 아쉬워하지 않았어도 벽돌을 하나 실수로 떨어뜨리면 비탄에 잠겨 울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테드창은 1년간 올라가야하는 탑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2. 이해

뇌손상을 입은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되면서 뇌기능이 폭발적으로 좋아지면서 만물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아무것도 세상을 봐도 무의미함만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과 반대로 만물에 모든 것을 느끼고 의미와 질서를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3. 0으로 나누면

0 나누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나는 사실 수학에 대한 이해가 무지했기 때문에 수학체계전체를 다루는 이 소설은 제법 난해했다. 사실 수학체계와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줄거리는 믿어왔던 세계와 그걸 부정하고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 겪는 이야기이다. 


4. 네 인생의 이야기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다른 차이점을 포스팅에서 다루고 싶었지만 혹시 읽어볼 독자를 위해 참도록 하겠다. 나는 영화쪽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SF소설이라 내 상상력에 한계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내려온 다수의 UFO에서 외계인들과 인류가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언어체계와 인류의 언어체계가 나오고 언어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가 오간다. 재미있었다. 언어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5. 일흔두글자

 진짜 이 사람 머리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게 하는 골렘이야기인가 했더니만 사회체계에 대해 비판하는 듯 하다 언어와 생명을 다루며 마무리 된다.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다.


6. 인류과학의 진화

 인류의 과학기술이 발달해버려 이제 미래의 인류가 왜 현재 과학수준이 이 지경(높아진 이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역추적하고 해석해 내간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도 대단히 신선했다. 


7. 지옥은 신의 부재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한 설정에도 유치하지 않고 되려 더욱 철학적인 사고로 사람을 몰아간다고 느껴졌다. 주인공인 닐이 되어 신의 존재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8.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인터뷰형식의 이야기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SF적인 이슈사항으로 풀어냈다. 이 챕터도 진짜 좋았다. 다양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열거될 뿐인데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아름다움과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총 8개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정말. 정말로. SF소설을,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소설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부탁드린다. 나만 우와아아. 이거뭐야 우와아아. 와.. 와아아아.. 하고 느끼기 아쉬운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차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