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 빌 브라이슨, 지금 유럽 못가서 아쉽다면?

이 여행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을 놓쳤고, 간신히 옷만 꿰질러 입고 서둘러 호텔을 나와야 했다. 


 빌 브라이슨의 유럽산책의 첫페이지 두번째 문단 글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은 영국에서 타임즈와 인디펜턴트 기자로 일했고, 영국 - 미국의 주요 언론에 글을 기고한 기자였다.



기자들이 지닌 논리적인 글쓰기 실력에 빌브라이슨은 자신만의 특유한 문체와 비판적인 사고로 여행에세이를 세상에 선보였다. <거의 모든것의 역사>, <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 <잃어버린 대륙> 등 에세이로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인 빌브라이슨은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오늘 소개할 발칙한 유럽산책은 이 블로그의 모태가 된 책이다. 최초의 블로그 이름은 최고씨의 발칙한 생활리뷰였는데, 발칙한을 빌브라이슨의 소설에서 따왔었다. 지금은 발칙한이 빠진 그냥 생활리뷰지만 이름이 아닌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블로그에 입히고 싶었다. 


 빌브라이슨은 51년생으로 로 굉장히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통찰력, 입담과 재치, 현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대중을 사로잡는 것 같다.  


 북유럽을 시작으로하는 유럽여행기를 쓰고있는데 정말로. 두서없이. 이리저리 흘러가듯 다닌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시작한 여행은 뜬금없이 프랑스로 향하고,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다시 네덜란드로, 그곳에서 다시 북유럽으로 갔다가 또 뜬금없이 로마로 내려가고 여행의 막바지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책에서 다닌 여행지는 도시와 국가별로 약 20여곳이다.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있는 국내 작가가 국내 전국투어 여행을 하면서 쓴 에세이라면 이런식으로 작성 되었을 것 같다.


 사실상 유럽여행에 대한 책을 사보면 주요 관광지 위주의 실제와는 조금 먼 뜬구름잡는 이야기라던가 낯선곳에서 엄청 멋있는 내가 들려주는 유럽역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은 영어권에서 유럽을 가까이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일상을 알 수 있다. 


 결국 나는 무작위로 접근하기로 했다. 오슬로로 돌아가서 내가 여행을 그만둔 지점부터 마음 내키는 곳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러다가 비행기를 타기 일주일 정도 전에 나는 갑자기 오슬로에 전혀 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작 두 달 전에 갔다 왔으니 오슬로는 아직도 겨울이다. 마음속 어디선가 내게 말했다. "이봐 빌, 파리로 가지 그래?"


나는 그 말에 따랐다.



 이 이야기는 빌 브라이슨이 90년대 유럽을 여행하고 그것을 기록한 내용으로 현재의 유럽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현재 유럽의 관광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하지만(사실 차고 넘친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굉장히 유익한 책이다. 책의 가장 좋은점은 여행에 대한 인식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처럼 직접적으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빌 브라이슨은 자신의 여행기를 느낀 그대로 자신의 시선에서 풀어 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여행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다. 



 나는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 요청하면, 이 책을 우선적으로 이야기 한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무겁고, 소설이라고 하기엔 가벼우며, 단편으로 읽어도 부담이 없고 문체 또한 발랄하고 읽기 쉽다. 그리고 모두가 관심 갖을 만한 주제 '여행'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크게 한 몫한다.


 여행의 이유, 빌브라이슨이 바라본 유럽여행, 유럽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