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34 생일 전야.(B day eve)를 맞이하며

 삼십대 진짜 중반이다. 곧 후반을 향해 달려갈 나이인데 나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까 생각해봤다. 막연했다. 무엇을 위해 준비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40대를 맞이할 준비? 아니면 지속적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무언가의 각오? 죽음을 조금이나마 멀리 하기 위한 육체관리? 그게 무슨 준비이든지 간에 나는 아직 부족하다. 



 생일 때마다 뻔 했는데 올해는 제법 선물을 미리 받았다. 회사 다니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방학 중턱과 휴가 기간에 걸려있는 내 생일은 가끔 외로웠다. 친구들은 방학이라 만나기 쉽지 않았고 (요즘 처럼 휴대전화가 있는게 아니라 친구네 전화를 걸면 ㅇㅇ이 있어요? 하고 확인을 하고 약속 잡던 시절),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내 생일은 늘상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거나, 어딘가에서 돌아올 때 쯤 알아차렸다. 




 위의 연유로 스스로 생일이 크게 특별하진 않았는데 올해는 좀 특별하게 느껴졌다. 30대를 정말로 반으로 가른 나이에 다달았고, 친구들의 자녀가 3-5살이 되어가고, 나는 미혼이다. 소비를 전력으로 즐기고 있으며 내 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 생일이 온것도 아닌데 책선물 두어권과 낚시용품을 선물로 받았다. 내 취미를 적극적으로 지지받고 있는거 같아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이제는 매년 생일마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부모님이 내 나이때 나는 몇살이었군. 하는걸 떠올려보면 어딘가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든다. 


 종종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면서 요즘은 애 안낳는 집도 많다던데.. 라고 운을 띄우면 아버지는 대자연의 섭리를 우숩게 여기는 어린 드루이드를 바라보는 장로처럼 정색을 하며 그게 뭐 사는거냐 라고 수 많은 젊은 딩크족의 삶을 부정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대자연의 순리를 어기는 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강력하게 딩크족이 될 생각은 없지만서도 사랑하는 이가 아이는 낳기 싫다 하면, 그도 그대로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내색하진 않았다. 




 아무튼 이번 생일은 참 괜찮은 생일이다. 아직 오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 뭐가 받고싶냐고 물어봐주는 친구, 알아서 내가 필요한 걸 잘 골라주는 동료들이 있다. 받는게 익숙하지 않은 나는 매번 굉장히 어색했고 이 어색함에 눈가가 찡해지기도 했다. 



 다시 처음의 준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에 대한 어렴풋한 윤곽을 잡았다. 나는 여유를 준비 해야한다. 나의 여유를 남에게 덜어줄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한 여유. 그것이 돈이든, 마음이든, 지식이든, 유머든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요구할때 나는 언제나 여유가 있어서 그들이 만족할 만큼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그런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립 보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 스스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무던하게 여유를 마련해야겠다. 




 오늘은 점심값도 굳었고, 커피내기도 이겼으며 자동문이 닫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다 손등을 다치기도 했지만 굉장히 기분 좋은 날이다. 위에 여유 어쩌고 저쩌고 썼지만 지금 낚시를 가기로 마음먹어서 마음이 굉장히 초조하다. 이 포스팅도 1일 1포스팅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작성한 것이다. 포스팅부터 한 3-4개는 축적 시켜놓고 여유있는 글을 써야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