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37 당근마켓은 즐거워

 요즘은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 하는 것에 푹 빠졌다. 지금까지 거래는 총 4회 진행했다. 내가 팔았던 것은 에어팟 1세대, 어머니 선물로 사드렸던 아디다스 운동화, 그리고 너무 많아진 구피들, 내가 샀던건 나이키 반다나, 닌텐도 스위치 프로콘, 그리고 이솝 휠 향수다. 

 

 오늘 포스팅은 당근마케셍서 사고판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판 물건들

#구피들

 우선 가장 먼저 당근마켓에 올렸던 것은 구피들이다. 어항 크기에 비해 객체수가 너무 많아진 구피들, 어항이 좁아 치어들이 자꾸 잡아먹히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보기 힘들었던 나는 암컷 구피 객체수를 줄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아직 어린 치어들을 두고 성체 구피들을 상당수 담았다. 올리자마자 3개의 채팅이 날라왔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 아닐까. 아무튼 가장 먼저 연락온 손님과 만나기로 했다.

 

 알고보니 당근마켓에서 생물을 거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나같은 경우에는 무료 나눔이었지만 아무튼 금지되었다. 약속을 잡고 온 내 첫번째 손님은 단란해보이는 가족이었다. 어머니와 아들 딸이 왔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이 와 물고기 너무 예뻐 ~ 하면서 반려어를 키운게 될거라는 기쁨에 온몸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물고기를 키워보셨냐고 물어봤다. 한번도 키워 본 적 없다고 했다. 아뿔싸. 한번도 키워본적 없다니. 이 구피들은 아마도 용궁으로 직행할 수 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구피는 생각보다 아무곳에서나 잘 살지만 처음 키워본단 이야기에 최대한 잘 설명을 해드렸다. 그들이 건강히 살고 있길 바라며. (우리집 구피는 어느날 느닷없이 집단 폐사했다.ㅠㅠ) 

 

 #아디다스 운동화

 애증의 운동화다, 발목부분이 높아 어머니 복숭아뼈가 신발과 마찰을 일으켰고, 그리하여 그 신발은 불편한 신발이 되어버렸다.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 커플 운동화였으나, 아쉽게도 팔기로 결정. 10만원정도 주고 삿던거 같은데 파는 시점에서 인터넷 최저가가 6만원이었다. 그래서 3만원에 올렸으나 전혀 팔리지 않았다. 2만 5천원까지 가격을 낮추자, 연락이 왔다. 한 구매희망자가 미아 현대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구매자는 약속시간보다 꽤나 늦게 왔다. 그리고 신발을 신어보고는 그냥 맘에 안든다고 휙 하고 가버렸다. 조금 벙쪘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남양주에서 구매하고싶다는 분이 계셨다. 그 구매자는 택배 거래를 희망했는데 내가 환불은 어렵다고 하자 괜찮다고 하며 발송하고 송장번호를 달라고 했다. 깔끔하게 포장을해서, 택배 송장을 찍어보내고 입금을 받았다. 쿨거래였다.

 

#에어팟 1세대

 내 에어팟 1세대는 거의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주구장창 써서 배터리가 1시간을 가지 못했다. 그러던 도중 친구, 그리고 동생이 쓰지 않는 에어팟 1세대를 넘겨주었다. 졸지에 3대의 에어팟 1세대가 모였고, 다 합쳐서 프로로 재조립하면 좋았겠지만 별수없이 두개는 팔기로 결정했다. 에어팟 1세대는 저렴하게 45,000에 올렸다. 외국인 구매 희망자가 영어로 이상한 질문들을 해댔다. 답변은 나름 성심성의껏 해주었으나 연락 두절되었고, 다음날 바로 구매자가 등장하여 판매했다. 잘 되죠 ? 라고 했지만 잘 된다는 말을 쉽게 하진 못했다. 예.. 뭐 .. 하고 머쓱해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1대 더 팔 계획

 

 

 

 

 

<한국에선 한국말을 하자>

 

 내가 판매한건 지금까지 3가지. 앞으로도 팔아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데 그건 다음편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걸 왜 다음편까지 써야하는진 모르겟지만 .. ) 

 


 

산 물건들

#나이키 반다나

 로저 페더러에 대한 이야기. 페더러 타임.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누구보다 우아한 테니스의 황제. 머리가 꽤 길었기 때문에 운동할때 페더러 흉내도 내볼겸 반다나를 구매하려고 마음먹었다. 당근마켓에 누군가 5천원에 3번쓴 반다나를 판다는 글이 올라왔고, 오 이것은 운명?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냅다 사기로 결정했다. 막상 창동역까지 가서 산 세번 썼다는 반다나는 실밥이 다 터지고, 만신창이. 애초에 물건을 들고 나온 후리한 아저씨 부터 마음에 안들었지만 휴 오천원짜리니까 하고 그냥 구매. 몇번 집에서 묶어봤지만 패더러 느낌은 안나고 패고싶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터지고, 쇄골이 부러져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닌텐도 스위치 프로콘

 닌텐도 스위치 동숲에를 뜻밖에 구했다. 조이콘을 쓰다가 조이콘은 소모품이고 그 예쁜 파스텔 톤 조이콘은 따로 구매하기 쉽지 않을것 같아 프로콘을 삿다. 프로콘은 다른 게임패드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가성비가 대단하다고 한다. 배터리가 순삭되는 다른 패드들에 비해 튼튼하고, 오래간다. 판매자 미아동에 사는 어떤 남성이었다. 자기집 빌라앞까지 불렀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는 스탠다드 오덕후 였다. 도수높은 안경, 살찐 몸매, 입으로만 내쉬는 거친 숨. 미소녀 피규어 100개는 있을 것같은 포스로 나에게 게임패드를 넘겼다. 이렇게 신뢰가는 거래는 처음이었다. 전문가가 판매하는 물건이란 느낌이 가득. 역시나 양품이었고, 지금까지도 멀쩡하게 잘 쓰고 있다. 

 

#이솝 휠 향수

 최근에 나는 두가지 향수에 푹 빠졌는데, 겨울용 향수와, 여름용 향수다. 나중에 향수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한바탕 하고싶지만 꾸욱 참고, 내 최애 여름향수 이솝 휠을 중고로 산 이야길 해야겠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향수다. 이솝 휠은 비와 습기로 미쳐버린 이번 여름 유일하게 나의 안식처였다. 이솝 휠의 향기가 나를 감싸면 나는 꿉꿉한 지하철이 아닌 이슬비가 내려 촉촉하게 젖은 전나무 숲을 거니는 사람이 된다. 향긋한 피톤치드와 흙냄새로 정신을 못차리다가 보면 어느새 출근이 완료. 이솝 휠은 좋은 향수다. 아무튼 그 이솝 휠은 좋은 만큼 단가가 좀 나간다. 그래서 싸게 구해볼까 하다 당근마켓에 미사용 제품을 2만원 싸게 파는 것을 발견! 

 

 선물로 받았지만 자신은 쓰지 않기 때문에 판다는 이야기. 그래서 우다다다 가서 삽니다를 외치고 그날 밤 바로 구매했다. 신품이래서 뭐 사용도 한번 안한건가 보다 했는데 씰조차 뜯지 않은 완전 신품이었다. 판매자는 임산부였는데 앗 마스크를 제가 안하고 와서 라며 입을 손으로 가렸는데 어쩐지 그 모습이 귀여웠다. 아무튼 너무나도 잘 쓰고 있다. 

 


 

#지금 내 당근 마켓에는

 

 지금 내 당근 마켓에는 동생팟 1세대와 데스스트렌딩 콜렉터즈 에디션 피규어가 남아있다. (사실 이 포스팅을 보충하는 와중에 1세대는 팔렸다.) 1세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는데 아래와 같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중고거래의 재미 아닐까? 물론 난 바로 차단한다. 

 

<1만원에 팔 생각이 있었으면 1만원에 올렸겠지>

 

 

 아래는 데스스트랜딩 콜렉터즈 에디션. 코지마 히데오라는 희대의 게임프로듀서가 만들어낸 게임 난해한 설정과 노동으로 극찬과 욕을 엄청나게 먹었고 콜렉터즈 에디션이라는 피규어가 들어간 비싼 상품을 팔았지만, 피규어의 퀄리티가 별로라 이것도 욕을 많이 먹는다.  BB라 불리는 게임속 기기는 실제로 태아를 제품화하여 이 세계와 현생을 연결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아무튼 잘 안팔린단 이야기) 

 

 

<팔리게 생기질 않았다....>

 

 

걱정이다. 이걸 팔아야 소고기 사먹을텐데. 혹시 관심있는 사람은 아래 메일주소로 구매의향을 보내주시길. 싸게 넘기겠다. 

 

 진즉 완벽한 하나의 포스팅으로 올렸는데 중간에 뚝 짤려서 미완의 포스팅이 업로드 되었다. 이런일이 자꾸 벌어지면 곤란한데 하는 생각과 함께 포스팅을 마무리 하며.. 

 

 다음 당근마켓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

+ 거래 횟수는 총 6회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