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 공지영, 공지영이 고발하는 종교의 이면

안녕하세요 도서리뷰어 최고씨입니다.

오늘 리뷰해볼 책은 공지영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해리>입니다.




#공지영

공지영 작가는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쓰는 책들이 족족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루며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후 쓰는 작품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성공을 달렸지만, 언제나 그녀의 문학은 소외된 계층과 힘없는 약자들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봉순이언니>, <우리들의 행복한시간>, <도가니> 등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단편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11년 청각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을 고발한 소설 도가니를 출간하며 보고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민 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사회적 충격과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쌍용자동차 부당해고자의 실상을 알리는 르포 의자놀이를 통해 다시한번 그녀의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은 <해리>입니다.



#해리

소설 해리는 말도 안되는 괴담, 일요일 싸구려 일간지에나 나올법한 가쉽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것은 바로 선량한 가면을 쓴 여자목사와 신부의 꽃뱀 & 종교인 사기 행각입니다. 소설은 도가니의 배경이 된 무진시에서 벌어집니다.


주인공 '한이나'는 서울의 한 인터넷 뉴스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기자 입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무진으로 잠시 내려와서 살게 됩니다. 


무진에서 한이나는 아득하게 멀어진 옛친구 해리를 떠올립니다. 어린나이에 되바라지고, 잘못된 성관념을 가진 친구, 점점 억세고 천박해져가는 친구를 멀리하고 서울로 훌쩍 전학을 가버린 이나는 해리와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어머니의 병원에 가게 된 한이나는 병원앞에서 무진교구의 백신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자를 만나게 됩니다. 1인 시위를 하는 아주머니는 무언가 이나의 가슴속 깊은 곳을 건듭니다. 



"왜 우린 이쁜 아가씨가 화가 났구나. 바닷가로 올래? 같이 묵주 기도하자. 아무래도 우리의 만남은 성령께서 주관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자초지정을 들어보기로 한 이나, 이곳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이 죽었다며 이나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아주머니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래된 천주교 신자인 아주머니는 무진의 유명하고 독실한 '백신부'를 따라 자신의 딸이 가출했고, 어느날 딸은 영혼이 나간듯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석달 뒤 뒷산에 가서 자살합니다. 딸은 임신 중 이었습니다. 딸의 핸드폰에서는 백신부에게 '임신했다, 사랑한다, 도와달라, 죽고싶다, 무섭다' 라는 일방적인 문자가 발송되어 있었고, 신부는 읽고도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나는 과거에 백신부의  '문자에 답하지 않고, 오직 전화로만 사람을 꼬득이는' 방식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 어두운 실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름이 나옵니다. 백신부를 돕는 여자 '해리', 백신부의 애인 '해리' 



"압니다. 두 분의 의견이 다 일리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법제처와 보건복지부에다 문의를 해놓았어요.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지요"

"답변이 언제오는데요?"

"저도 모르지요"



이나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울 본사로 연락을 하지만, 뒤숭숭한 세간의 사건들 때문에 이런 민감하고 애매한 사건을 다룰 곳은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회사 팀장과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하다 도가니 사건을 세상에 꺼낸 무진인권센터의 서유진을 소개받게 됩니다. 

 

기자인 한이나는 백신부와 해리의 위선을 찾아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기에 얽힌 도시의 수 많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사정으로 백신부와 해리에게 무언가 받았거나, 무언가를 잃었거나 또는 본능적으로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자 합니다.



"약속해줘. 최소한 명백하게 악을 목격하게 된다면 모른 척하지말아줘"

"멱살을 잡지는 못해도 소리쳐줘! 여기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그냥 원래 다들 이래요,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없어요, 이러지 말자고."



실제 비슷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한 개인이 종교라는 선의 그림자 속에 숨어 그 뒤로 온갖 만행을 부리지만, 사람들은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알면서도 모르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공지영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내보이고 배신당하고, 알리고자 해도 알아주지 않으며, 혼자 고군분투한 투쟁의 경험이 소설에 녹아있습니다. 


<히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소설 <해리>에는 선에 숨어있는 악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부패로부터 오는 충격과 배신감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읽으시는 분들이 더 중요하게 봤으면 하는 것은, 악의 존재가 세상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는지 그리고 개인의 무관심이 진실을 알려리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 오는지입니다. 


읽는 동안 김대중 대통령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입니다." 


2권을 읽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은 흡입력이 좋고 쉽게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에는 두가지 분류를 합니다. 우선 내용이 없이 가벼운 주제를 다뤄 읽고나면 허망한 책, 그와 반대로 너무 탄탄한 내용 구성으로 책속에 푹 빠져서 몰입하여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공지영 작가의 책들이 그래왔듯 <해리>또한 후자입니다.


한이나는 악과 맞서 그들의 잘못됨을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소설에서 확인해 보세요.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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