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 #5 '30대 중반의 소개팅'

#나 소개팅 좀 해줘

 

어느덧 나이는 먹고 먹어 30대 중반! 

 

 

 

"주변에 괜찮은 사람 없어?"

"나 소개팅 좀 해줘"

 

30대 중반에 이르러 이 말은, 굉장히 구차해 보이는 말이다.

 
 이 나이대에 주변에 소개팅을 요청한다는 사실은, 결혼적령기에 혼자가 된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인데 이것 자체도 곤욕스럽다. 
 
 하지만 "나 소개팅 좀 해줘" 라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돌아오는 질문에는 내가슴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질문이 담겨 있어 다시금 슬픈 상처를 꺼내 구구절절 설명하고, 상처에 염장질을 스스로 하는 행위를 해야하며 그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아련한 눈빛을 뽑아 더이상 묻지 못하게 입을 막아야하는 고통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물론 연기가 아닐수도 있다.) 

 

그렇게 상대의 애잔한 눈빛과 함께 시원찮게 돌아오는 말은 'ㅇㅇ 한번 알아볼게' 다.

 

 

#30대 중반의 소개팅에 대해

 30대의 소개팅은 결혼적령기라고 여겨지는 나이가 걸려있으므로 나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서로 조심스럽다. 물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조심스러움과는 다르게 주선자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수월한 느낌이다. 대부분 들어오는 소개팅의 경우 '너 35살이고 쟤도 35살이고 둘다 솔로니까 만나봐' 가 대부분인 것 같다. 

 

 요즘은 소개팅은 물론 굉장히 가벼워 졌긴 하지만 30대의 소개팅에 그런 가벼움은 존재하기 어렵다. 어쨋든 결혼을 염두해두고 있는 사람들이 '그냥 나이가 찼으니까' 서로 만나는건 서로에게 굉장히 큰 시간낭비다. (안 그래도 시간은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낭비하면 안된다)

 

 

 

 그렇다고 시중에 만연하는 소개팅어플을 사용하기도 애매하다. 내가 그렇게 잘난 얼굴은 아니거니와 LTE속도로 받아지는 어플리케이션의 가벼움 만큼이나 만남도 가볍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또 그렇다고 듀오나, 가연 등 결혼정보서비스가 제공하는 매칭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어렵다. 왜냐면 내가 하고싶은건 연애지 결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결혼적령기에 연애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막상 소개팅을 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래도 소개팅이니 만큼 첫 인상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첫인상이 좋아도 20대에 느꼈던 설렘은 온데간데 없고 여기저기 데일만큼 데인 사람들이라 그놈이 그놈같고, 이 사람이 웃는게 정말 좋아서 웃는건지 사회적으로 학습된 웃음인지도 긴가민가하다. 거기에 무의식중에 결혼을 생각하기 때문에 펜싱을 하듯 서로의 사방팔방을 찔러보며 주고 받고를 반복하니 서로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만나는것 자체가 피곤해져 버린다. (물론 기회도 쉽게 오진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젊음이 가지고 오는 설렘과 뜨거움, 모험, 열정은 뜨뜨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믹스커피 같은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 만남이 애프터 - 삼프터까진 이어지긴 하지만 둘다 적극성이 없기 때문에 금새 잊혀진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그랬다.

 

 진짜 맘에 드는 사람이 나와도 누군가 한명이 저런 식은 믹스커피 같은 마음가짐이라면 이뤄지지 못하는게 소개팅. 20대와 30대의 소개팅은 확연히 다르다. 차라리 나이가 더 들어 결혼은 됐고 연애나 하자 하는 소개팅이라면 맘이 편할 듯 하다. 

 

 휴- 그래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다 든 생각.

 먼저 나서서 소개 좀 해달라는 말을 자제하기로 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