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우리의 하이퍼 리얼리즘

 센스의 혁명.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호러. 판교 리얼리즘.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이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이다.  


 나는 책 표지의 핑크함을 보고 멈칫했으나, 동년배의 작가가 창비에서 책을 냈다는 사실에 구매하게 되었다. 오로지 단순하게 그 이유였다. 다 읽고 나서는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 장류진 작가처럼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는 몇 없을 것이다.  



 책이란게 가독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용 만큼이나 중요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가 '100' 이라면 가독성이 뛰어난 책은 작가가 의도한 '100보다 더 많은 것'을 독자에게 줄 것이고, 가독성이 안 좋은 책은 작가의 의도가 전혀 전달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독서를 하면 이 책은 가독성이 어떤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일의 기쁨과 슬픔>은 가독성면에서는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가독성이 좋은 작가들은 많다.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도 있고, 요즘은 워낙 번역가들의 번역 솜씨가 좋아져 프랑스소설을 읽어도 한국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가독성이 좋다고해서 책의 내용이 무조건 뛰어난 것은 또 아니다. 무협지나 로맨스 소설을 보면 알 수 있듯 내용이 없으면 번개같이 읽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이 책은 가독성만 좋은 그런 흔한 책은 아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친밀하고 쉽게 다가가면서도 크게 공감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문제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룬 점도, 그리고 그것을 풀어낸 이야기도 대단하다.   


 이 소설집에는 8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이야기들, 주변에서 접하거나, 혹은 들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가득하다. 소설에 깊이가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는데 도대체 이렇게 깊이 있는 소설을 두고 깊이를 논하다니 그런 평가를 한 사람이 생각하는 깊이에 대해 듣고 싶다. 


 사회적 통념이 부족한 회사 선배와 청첩장 주고 받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는 <잘 살겠습니다>와 판교 스타트업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담은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탐페레 공항> 세개의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소설집에 들어있는 다른 단편들 또한 대단하다. 


 근 두어달간 읽었던 단편은 테드창의 SF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있는데 이 두 소설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좋았다. 대단한 이유에 대해 더 나열하자면 주절주절 계속 쓸 수 있겠지만 내 포스팅이 이 소설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재미를 반감시킬까 걱정되어 줄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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