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어렵다. 가끔 현대미술전시전에 가보면 도대체 이게 뭐야... 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오늘 소개할 작가는 범인의 눈으로 봐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유에민쥔이다. 이름은 처음 들어봤지만 그림은 어딘선가 본적있었다. 중국의 예술가로 그의 작품은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t)로 분류된다. 현실을 냉소적인 자세로 바라본다.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에 가슴한켠을 콕 찌르는 무언가가 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5,6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얼마 안남았으니 보러 가실 분들은 호다닥 가보는게 좋다. 전시 구성은 길지도 짧지도 않게 되어있고, 내부에서는 플래시 사용을 하지 않는다면 촬영이 자유롭다.
그의 작품에는 동일한 얼굴이 등장한다. 바로 작가 자신의 얼굴. 그림에 표현된 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웃고 있는데 실제 작가는 웃는 일이 좀처럼 없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을 그린다. 그것이 큰 웃음이든, 절제된 웃음이든, 미친 웃음이든, 죽을 듯한 웃음이든, 혹은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웃음이든.”
#유에민쥔
나이는 1962년생. 유에민쥔이 밟아온 중국 현대사를 되짚어보면 그 작품에 냉소가 스며들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천안문사태를 겪고 유에민쥔은 화가로 등단했다. 체제의 부조리와 삶의 허무 등을 웃음으로 작품에 표현해냈다.
전시된 작품들은 낯익은 것도 있었고, 처음보는 생소한 작품들도 있었다. 죽음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크게 와닿았다. 죽음을 생각하면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유에민쥔의 그림 뿐만 아니라 조각들도 만나 볼 수 있었다.
머리의 양면에 웃는 얼굴과 짐승의 얼굴을 교대로 붙여놓은 조각상, 짐승같은 인간이 인상적이었다. 직관적이다. 코뿔소, 맹견, 사자와 같은 짐승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사람은 웃은 얼굴 뒤에 숨겨진 내면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웃음이 웃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조각 웃고 있는 여러조각상들은 표정과 달리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다.
밖은 포토존도 예쁘게 되어 있었고, 소소하게 굳즈판매도 하고 있었다.
이데올로기와 체제에 대한 냉소, 모순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맞이한 웃음. 그 웃을 수 없는 씁슬한 상황속에서도 웃는 작가의 복제된 얼굴은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듯 하다.
전시는 3월 말에서 5월 9일까지로 연장되었다. 현대미술.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유에민쥔전을 보고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추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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