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역 붕어빵 맛집에서 벌어진 일.

 우선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붕어빵에 대한 확고한 내 철학을 밝혀야 한다. 


나는 붕어빵을 좋아한다.


 요즘 나오는 미니, 잉어, 황금, 슈크림은 인정할 수 없다. 

 오로지 그냥 붕어에 팥이 들어간, 붕어빵만을 선호한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인지(물론 400만원짜리 다리미가 한국에서 유독 잘 팔릴정도로 경기는 좋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인지 오리지널 붕어빵을 찾기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날 부턴가 내가 퇴근하는 길목에 붕어빵을 판매하는 분이 자리잡으셨다. 


 붕어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거없다. 그냥 옛 추억이 스며있어서, 밀가루가 좋아서, 팥의 달달함이 좋아서 일 것같다. 가끔은 주인이 재료를 아끼려고 붕어에 팥이 붕어뇌만큼 들어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지만 강북경찰서 옆 붕어빵가게는 팥이 한가득이다. 정말 좋다. 최고다. 


 붕어빵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서 지나가다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치는 것마냥 쪼르르 안으로 들어가 붕어빵을 몇천원어치씩 구매하곤 한다. 1천원에 3마리가 주어지는 붕어빵은 평소 2천원어치를 사서 가면서 두어마리를 먹고 집에 있을 누군가에게 남은 서너마리를 준다. 그럼 그게 뭐라고 받는 가족들은 좋아하는데 기분이 좋다. 


 요즘은 체중관리도 한답시고 두정거장이나 한정거장 전에서 미리 내려 걷는다. 걷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하는데 어제는 갑자기 붕어빵이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집을 지나쳐 강북경찰서 쪽으로 빙-돌아가 붕어빵 가게로 갔다. 

 

 붕어빵가게는 손님이 한명 들어가 있었다. 가끔 시간이 늦어지면 붕어빵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호다닥 들어갔는데 왠걸 아주머니와 덩치 큰 남자가 시비가 붙어 있었다. 


 180이 넘어가보이는 허대좋은 남자는 40대 중반처럼 보였는데 딱봐도 부랑자였다. 마스크를 끼고 자신의 생필품이 담긴 더러운 비닐봉투에서 붕어빵 하나를 꺼내며 아니 다른아줌마는 줬는데 아줌마는 왜 안주냐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붕어빵을 주면 원숭이를 가져다 준다는데 붕어빵을 왜안주냐고 교회를 안다니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아주머니를 위협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보고있다 아주머니에게 무슨일이세요 경찰에 연락할까요? 라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별거 아니라는 듯 거지가 붕어빵을 한 두개 줬더니 되려 욕을하고 안준다고 떼를 쓴다고 했다. 


 아주머니에게 붕어빵 가게 주변에는 평소 붕어빵을 사려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나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112를 누르기 시작했는데 일순간 망설였다. 신고가 처음이라 떨렸던 것이 하나, 그리고 강북구에서 가장 큰 경찰서가 옆에 떡하니 있는데 112에 신고하는게 빠를지, 뛰어가서 위병을 서고 있는 경찰을 부르는게 빠를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냥 112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침착한 경찰관의 목소리에 용기를 얻어 여기 강북경찰서 옆인데요, 붕어빵파시는 아주머니가 부랑자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는 부랑자의 목소리가 너무 커져서 수화기 너머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는데, 10초도 안되어 경찰서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경찰이 다가와서 부랑자에게 선생님 무슨일이세요, 저기 가서 저랑 얘기 좀 하시죠 하는데, 더욱 흥분한 부랑자는 개발새발 욕을하고 소리를 빼액빼액 질렀다. 그놈의 붕어빵이 뭔지, 경찰이 같이 좀 가시죠 하면서 몸에 손을 대니 온순한 양이 되어 경찰서로 사라졌다. 


 놀란 손님들은 아주머니를 위로하고 붕어빵을 사갔다. 나도 차례가 되어 아주머니 그냥 신고하세요. 저걸 뭐하러 듣고 있으세요. 라고 말했다. 아주머니가 아휴 창피하게 무슨 신고야 신고는. 이라고 말씀하셨다. 분식집을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인지 붕어빵을 5천원어치 삿다. 집에 돌아와 아 살빼야 하는데 하는 탄식과 함께 맛있는 팥이 가득든 붕어빵을 8마리 해치웠다. 오늘 저녁은 붕어빵으로 끝.


수유역 강북경찰서 옆 붕어빵 집 붕어빵은 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