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연애의 설렘과 권태

"알랭 드 보통이 풀지 못할 지적, 감정적 문제란 없다"



 그럴듯한 문구로 홍보되어진 이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의 신작 소설이다. 21년만에 소설로 복귀한다고 하는데 그간 써온 인문교양서적들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뉴스의시대> 등 다양한 분야의 철학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두 연인의 일생을 추적하며 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현실에 치여 결혼하고 부모가 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둘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의 관계에 대해 묻고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이야기에 맞는 작가 나름의 '정의' 같은걸 써놨다. 예를 들어 결혼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고딕체로 이렇게 한 문단 쓰인다.


 "결혼의 시작은 청혼이 아니고, 심지어 첫 만남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사랑에 대한 생각이 움틀 때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맨 처음 영혼의 짝을 꿈꿀때다"


 요렇게 그럴듯한 한 문단이 구성되는데 독자를 위한 부가설명 또는 작가의 자기지식과시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걸 소설로 봐야되나 싶을정도로 이야기 사이사이에 저런 부가설명이 많으며 이럴거면 굳이 소설형식을 채택해야 했을까 싶다.

 

 하나의 소설로 보면 이건 기필코 좋은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대놓고 교훈을 주고자 하는 내용이고, 이야기의 전개는 대놓고 The Course of Love 라는 원제를 따라가기 위해 뻔하다. 거기에 한장한장 이야기 흐름 속에 끼어드는 작가의 부연설명이라니. 동작하나하나 마다 감독의 나레이션이 들어간 이상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남자와 회피형 애착을 가진 여자의 연애-결혼-깨달음에 이르는 이야기인데 둘의 관계를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감정에 대해 심도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런 해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루는데 그 부분도 꽤나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알고있는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보면 도움이 훨씬 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이 그렇다. 마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처럼 당연한 교훈을 주기위해 그 과정을 구구절절 잘도 설명해놨다. 읽다보니 독자층이 분명해졌는데, 이제 막 결혼을 했거나 아이를 낳아서 관계가 시들해졌거나 부부관계를 좀 더 개선하고 싶은 사람을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쓴 책인듯 하다. (불운하게도 제목 자체로는 미혼남성인 내가 읽고싶게 뽑아놨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자존감이 조금은 부족한 라비와 독립심이 강한 커스틴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권태로움에 결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다, 심리상담을 받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제목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긴 연애에서 낭만이 끝난 시점을 다룰 것 같지만 초반에 연애기간은 1/5정도 다루고 있으니 한창 연애에 고민이 된다면 다른책을 보시길, 책은 낭만적 연애를 통해 단박에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결혼 이후의 부부관계에 대한 이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책의 장점은 작가의 부연설명이 매 페이지마다 질리지도 않고 나오기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이 얼마나 통찰력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다시금 감탄할 수 있다는 점이고, 나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충돌하는 연인들의 사례를 보며 한편의 부부상담 과정을 지켜보고 있단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느낀점은 미혼에 어느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그랬던 책이지만, 앞으로 결혼을 할 예정이고, 신혼을 즐기고 있거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부부관계의 개선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커플에게는 유익한 책이지 싶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개선하려고 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수 있겠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말짱 꽝이다. 관계는 둘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부부 또는 커플에게 서로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을 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