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 #12 '예감'에 대해

#예감에 대해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암시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느낌. 뭔가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뭔가 느낀다. 라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유행가 가사에도 들어있듯 우리의 예감은 슬픈 일에 잘 들어 맞는다. 


 내가 강력하게 느꼈던 최초의 예감은 최초의 이별에 있다. 당시 재수생이었던 여자친구를 오매불망 따라다니던 순진했던 스무살의 나는 10시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재수학원에서 여자친구가 공부만 했을 거라고 믿었다.


 어느 날 사우나에서 친구에게 말했다. '뭔가 느낌이 쎄해. 헤어질 거 같다.' 그날 밤 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자친구를 바래다주기 위해 기다렸다. 그날 밤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며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다. 그리고 며칠 뒤 재수 학원의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단 후문이 들려왔다.


 슬픈 예감에는 언제나 그 전조들이 차곡차곡 쌓였던 것 같다. 장난스럽게 쌓인 한숨, 한 번씩 내 차는 혀, 가끔 보이는 경멸의 눈초리, 탐탁지 않아 하는 표정 이런 작은 것들의 경험들이 차고 차서 이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이별의 예감으로 다가온것 처럼.


 생각해보니 어떤 예감이던지 간에 무의식 중 수 많은 과정속에서 쌓여가며 방향을 잡고 뇌에 신호를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부정적인 무언가가 쌓이도록 두는게 아니라 그보다는 긍정적인 것이 쌓이도록 노력했다면, 당시 사우나에서 친구에게 '나 오늘 헤어질거 같다' 라고 말하지 않고 '나 얘랑 결혼하게 될 거 같아' 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