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스타일의, 보다 세련되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여기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우보이의 노래
2018년 11월 미국에서 걸출한 서부극이 하나 나왔다. 나는 서부극을 좋아한다.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주연한 '무법자' 시리즈 부터 타란티노의 장고, 더 헤이트풀8 까지 서부가 배경이라면 나는 언제든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정통 서부극에서 부터 만주 웨스턴까지 가리지 않고 본다.
서부극은 의심할 여지없이 할리우드의 레퍼토리 중 가장 풍부하고 생명력이 긴 장르다.ㅡ 토머스 샤츠
최근에 PS4로 출시된 레드데드리뎀션2 때문에 PS4를 느즈막히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넷플릭스에 서부극이 하나 떳는데 무려 코엔형제가 감독한 작품이라고 한다. 코엔 형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제작한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사로잡은 명 감독들이다.
어쨋든 기대를 가득 품고, 사전지식 없이 본 이 영화는 조금 낯설었다. 우선 영화는 한권의 책을 넘기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6편이 이어진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원 저자가 있는 이야기고, 나머지는 코엔형제가 직접 쓴 이야기라고 한다.
전체 줄거리 _ 스포일러 주의
# 첫번째 이야기. 카우보이의 노래
황량한 사막 노래하는 카우보이가 있다. 순백의 옷을 입은 카우보이는 버스터 스크럭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자신이 노래하는 이유와 자기소개를 한다. 한 술집에 들리지만 그곳에서 무법자에게만 술을 판다는 이야기와 멀끔한 그의 모습을 조롱하며 총은 쏠줄 아냐고 비아냥 거리자 술집에 있는 모두를 쏴죽인다.
"You seen 'em you play 'em." sneered the bard man.
다음 장면에서는 프랑스인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주점은 총을 모두 입구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버스터 스크럭스는 찜찜하긴 하지만 총을 다 맡기고 포커판에 들어간다. 버린패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라는 상대방의 위협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러다 상대가 총을 꺼내들자, 규칙을 왜 어기냐며 나무란다. 그리고 죽기 싫으면 총을 넣으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상대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고, 버스터 스크럭스는 탁자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그리곤 또 노래를 부르는데 사망한 사람의 동생이 나와 결투를 신청한다. 그를 보기좋게 제압하고 노래를 부르려는 찰나 저 멀리서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를 죽음의 전조라고 부르는데 강한사람을 찾아 다닌다고 한다. 둘은 대결하게 되고 버스터 스크럭트는 자신보다 빠른 상대를 만나 사망한다.
그 뒤 영혼이 빠져나와 자신을 죽인 사내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1장은 끝이 난다.
#두번째 이야기. 알고도네스 인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뜬금없이 은행이 있다. 한 사내가 심각한 눈길로 은행을 바라보다 들어간다. 은행장 혼자 있는 이 은행에 대해 은행장은 떠벌린다. 보안이 취약하고 허접해 보여도 자신이 모든 강도를 제압했다는 허풍도 늘어 놓는다.
사내는 은행장을 바라보며 총을 꺼낸다. 은행장은 돈을 꺼내려면 몸을 숙여야 한다고 한다. 은행장이 몸을 숙이는 찰나 발목 쪽에서 미리 설치되어 있는 샷건이 발사된다. 사내는 가까스로 총알을 피했지만 은행장은 뒷문으로 달아난 뒤였다. 돈을 챙겨 떠나려는데 뒤에서 총알 한 발이 다리를 맞춘다. 황급히 유일한 엄폐물인 우물 뒤에 숨어 응사하지만 철판냄비로 온몸을 두른 은행장은 도통 맞질 않는다.
결국 은행장이 코앞까지 다가와 사내의 머리를 후려친다. 사내가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떳을땐 목이 나무에 메어있는 상태, 보안관들은 그에게 마지막 유언을 하라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고 이야기하고 형이 집행되려는 찰나, 인디언들이 습격하여 보안관들을 몰살한다. 목과 손이 묶인채로 버티는 사내는 멀리서 카우보이에게 도움을 받아 그와 동행한다.
수평선에 다른 보안관들이 등장하자 카우보이는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고 얼결에 소를 몰던 그는 소도둑으로 몰려 얼렁뚱땅 사형장에 또 다시 목이 메이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 밥줄
한 남자가 무대를 꾸민다. 마치 인형극이 벌어질 것 같은 마차에 작은 무대가 마련되고 막이 열리면 팔, 다리가 없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그 열연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무대를 꾸미던 남자는 돈통을 들고 공연비를 받는다.
그는 팔다리 없는 남자와 여행하며 돈을 번다. 그러나 점점 그의 인기가 시들해진다. 어떤 마을에서 숫자를 계산하는 닭이 공연하는 것을 본 그 남자는 거금을 들여 닭을 산다. 팔다리 없는 남자는 밥을 먹여줘야 한다. 닭은 사료만 뿌려줘도 잘 지낸다.
설원 어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그들, 마차 짐칸에는 어색하게 닭과 팔다리 없는 남자가 실려있다. 무대를 꾸미던 남자는 마차를 잠시 세우고 높은 다리 위에서 강으로 돌맹이를 던진다.
짐칸에 실려있던 팔 다리 없는 남자는 그 행동을 불안하게 지켜본다. 다음 컷에 짐칸에는 닭밖에 없다. 그의 밥줄은 이제 닭이다.
#네번째 이야기. 금빛협곡
늙은 사람이 있다. 강가로가서 땅을 판다. 흙을 한줌 떠 물에 흘려보낸다. 금을 찾는 것이다. 금이 몇개 발견되는지 표시하고 다시 땅을 판다.
시간이 지난다. 그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을 향해 곧 찾아줄테니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또 땅을 판다. 다시 시간이 덧없이 흐른다. 어느날 그는 금이 많이 나오는 지역을 발견하고 땅을 파고- 파고- 또 판다.
금을 발견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등 뒤로 무언가 낌새를 느낀다. 돌아보기도 전에 등 뒤에서 누군가 총을 쐈다. 습격자는 노인이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담배를 한대 핀다. 그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노인이 파놓은 땅굴로 내려간다. 그 순간 노인이 그를 공격했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습격자를 제압한 노인은 욕을 하며 강가로 간다. 그리고 총알이 급소를 피해 배를 관통했음을 깨닫는다.
다음날 노인은 자신몫의 금을 챙겨 그곳을 떠난다.
#다섯번째 이야기. 낭패한 처자
"Mr. arthur had no idea what he would say to Billy Knapp."
이 영화는 놀랍다. 매 화마다 다른 연출방법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좁은 마차안에서 대화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하면 긴 마차행렬속에서 서부의 대자연을 보여주기도 하고 높은 산등성이에서 희망을 쫓는 노인을 통해 이런 밝은면도 존재한다고 알려준다.
영화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많은 주제를 다룬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루기도 하고, 우연과 운, 그리고 삶의 불확실성,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적인 해석들이 많지만 굳이 리뷰에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야기 중 금빛협곡과 낭패한처자는 이미 원작이 존재한다. 금빛 협곡은 잭 런던의 단편소설, 낭패한 처자는 스튜어트 에드워드화이트의 단편을 각색한 이야기라고 한다.
코엔형제의 이야기는 꽤 많은 것을 남겼다. 일반적인 권선징악의 플룻을 벗어나 치외법권인 서부의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이 모호한 사실상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가치와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우주적 섭리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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