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상실의 쌉사름한 미소

 대단한 이야기다. 읽고나서 좋은의 경우 '오 좋은데' 라고 이야기 한다. 정말 몇 안되는 소설이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 책은 몇 번이고 다시보게 된다.

 오늘 소개할 책은 앞으로 두어번은 더 읽을 거 같은 소설집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이다. 



 상실을 이야기하는 많은 이야기 중 이렇게 쌉사름한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은 드물다. 


 내가 처음 읽은 김영하 작가의 책 '살인자의 기억법'은 참 쉽게 읽히지만 뒷심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여행의 이유'를 읽었을 때는 '아 이 작가는 에세이가 훨씬 낫다' 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흘러  '오직 두 사람'을 읽었다. 나는 김영하 작가를 다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대단하다 

 

  그의 책들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다. 읽음과 동시에 머리속에서 이미지가 구현된다. 다른 한국 소설에서 느끼지 못한 일상의 말투가 사용된다. 이야기 자체는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지만 그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는 일상적인 문장은 완성된 작가의 노련미가 보였다. 

 

 '오직 두 사람'은 제목만 봐서는 절절한 연애소설집 처럼 느껴지지만 생소한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이다. 소설들은 하나같이 희망이 없는 어딘가에서 벗어난 절망과 상실, 고통, 고립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들속에는 우리가 살면서 풀지 못한, 쉽게 꺼내지 않는 그런 가슴에만 담아두던 말을 무심한듯 갑작스럽게 툭툭 던져 놓는다. 


 '최은지와 박은수'라는 단편에서 주인공에게 임종을 앞둔 친구가 날카로운 조언을 던진다.


  "좋은소리 들으려고 하지 마. 그럴수록 위선자처럼 보여."


 출판사의 사장인 주인공은 부하 직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며 속 앓이를 하는데 이 조언을 듣고 위선을 버린다. 위 대사에서 처럼 우리가 알면서도 보지 못했고, 마음에 꾹 참고 있던 이야기를 특수한 상황을 통해 담담하게 꺼낸다. 


 나는 저 문장을 보고는 즉각 누군가 떠올랐다. 부하직원에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자기 딴에는 사람 좋은 척을 하지만 결국 뒤에서는 싫은소리를 하는 우리 상사들의 모습이 그리고 그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반추되었다. 이 단편에서 나는 뜬금없지만 '누군가에겐 나도 개새끼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 뭔가 잘 못..)


 또 다른 단편 '아이를 찾습니다' 에서는 찰나의 실수로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걸 내던진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고 전단지를 돌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모든게 무너진 상황에서 아이만 돌아오면 모든게 나아질 거라는 이상한 희망만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슬픈 부모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얼마나 비극적인 코미디인지. 


 나는 책을 보는 내내 쓴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상하게 비극적인 이야기에도 크게 슬프진 않았다. 단편집에 들어있는 이야기 전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상한 결론으로 포스팅을 끝낸다. 


 뒷심이 약한건 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