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미덕을 행한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올바른 보상은 없다. 가끔 우연의 일치로, 정신승리로 '그때 악덕을 행했다면 더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야' 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권선징악의 플롯이 소설의 기본이 되어오지 않았을까. 오늘 리뷰할 책 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미덕이 불운해지는 권선징악의 구조를 무자비하게 무시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18세기의 소설가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다. 한 단어의 어원이 될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주요하게? 여겨지는 작가다. 유서깊은 귀족가문의 백작 사드는 신성모독, 매춘부 학대, 살인미수, 미성년 성폭행,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일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말년에는 그의 악행에 질린 자녀들이 그..
비밀독서모임 멤버 조르바님의 독서 결산에 자극받아 작성하는 2020 독서 결산! 1월 80일간의 세계일주 - 쥘 베른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돌팔이 의사 - 포프 브록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버스커빌가의 개 - 코난 도일 2월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현의 노래 - 김훈 검은 개 - 이언 매큐언 디디의 우산 - 황정은 북유럽신화 - 닐 게이먼 3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코스모스 - 칼 세이건 4월 늑대 - 전성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죄와 벌 - 톨스토이 5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횡단기 - 빌브라이슨 마지막 기회라니 - 더글라스 애덤스 제 11회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
본디 말이라는 무기력하다. 말은 욕망의 예리한 문법 앞에서 혼란스러워지고, 꿈에 그리던 육체라는 불규칙동사변화표를 대하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날것 그대로를 앞에 두면 세상 어떤 말도 소용없다. 본질에 대하여. 제목만 봤을땐 철학이 가득담긴 심각한 에세이를 떠올렸다. 사전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덜컥 책을 집어들었고,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임경선작가의 와 비슷한 장르의 글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여러가지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장르는 소설이다. 에세이도, 철학 교양서도 아닌 소설. 연애소설이다. 본질에 대하여의 첫 페이지,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르튀르 드레퓌스는 풍만한 가슴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슴에 대한 애찬. 처음엔 이 작가가 미쳤다. 라고 생각했다. 본질은 풍만한 가슴에 있는건가?..
얼마 전 '퇴근 후 비밀독서모임'이라는 홍대, 합정, 망원지역의 직장인이 모인 독서 모임에 가입했다. 그 첫날 최근에 읽은 책을 들고 모여주세요. 라는 모임장의 요청에 나는 이북을 달랑 들고 갔다. 모임장은 김혼비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에세이를 들고 왔다. 잠깐 살펴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글의 주제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작가의 필명은 김혼비. 무조건 이건 닉혼비에서 따온 필명이다라는 생각에 호감이 확 갔다. 모임장은 유명한 작가고 재미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무튼, 술인가..? 그것도 재밌다던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집에 가는길에 리디셀렉트에 들어가서 김혼비를 검색해봤다. 아쉽게도 축구에세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튼, 술은 있었다. 그래서 스토너의 다음 책으로 아무튼 술..